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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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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5일 13시 23분 등록

심장이 터질 듯 뛰지만, 온 몸의 신경은 진즉에 시냅스 활동을 멈추었다.

배를 관통한 화살은 깊숙히, 거기가 원래 저의 자리였던 것처럼-

팽팽한 근육을 뚫고 그 안에 머무른다.  

핏물은 흘러 내릴 틈도 없이, 달리는 바람에 말라 버렸다.

 

달린다. 달린다.

오로지 앞을 향해 달린다.

 

달리지만, 달린다는 표현은 한참이나 부족하다.

달리지만, 몸부림치는 것이고

달리지만, 투쟁하는 것이고

달리지만, 사냥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태초의 힘이

그를 달리게 한다.

 

그의 맨발은 야생마의 발굽보다 단단하고

그의 다리는 정글의 독사처럼 민첩하고 재빠르다.

또한 그의 두 눈은 독수리만큼 예리하고 집요하다.

이것은 멋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生을 위한 것이다.

 

의지와 생각이 지배하지 않는 순수한 본능만이

공포와 고통을 몰아 낼 수 있다.

 

생명은, 본능은

이토록 치열해서

죽음과 맞서 우리를 달리게 한다.

우리를 살게 한다.

 

그는 결국 추격자들을 이기고

천천히 천천히 가쁜 숨을 몰아낸다.

 

나는. 재규어의 발.

내가 이 숲의 주인이다.

 

그의 맨발은 그의 숲을 밟고 선다.

그가 이겼다.

생명이 이겼다.

화살마저 녹여버린 生에 대한 열망이, 그를 결국 숲에 서게 했다.




---아포칼립토를 보고 나서---

IP *.51.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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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9.09.28 22:17:52 *.41.107.197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영화의 속도감이 나리님의 글에서도 느껴지네요.
'재규어의 발', 그에서 느껴지는 치열한 생존본능도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p.s : 영화를 보는 내내 멜깁슨의 천박한 역사의식은 계속해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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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1 10:54:52 *.51.12.117
네, 그러게요^^;;;
영화를 본 후 멜 깁슨의 제작의도를 찾고 보니, 거암님께서 언급하신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 있더군요.
하지만 그의 제작의도가 어떻든, 주인공이 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벅찬 희열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삶에 대한, 생에 대한 본능적이고 순수한 욕망, 태초의 힘이 느껴져
생명이, 인생이 얼마나 집요하고 끈질진 숙명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로 정글과도 같은 이 사회에서 살기 위해 뛰고 또 뛰는, '재규어의 발'과 같은 존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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