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리
- 조회 수 3483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삼십 삼년을 살아 온 것 이외엔
무엇 하나 삼년 이상 진드커니 해 본 일이 없다며
군시렁 대는 선배였다.
혼잣말인지 대꾸를 청한 것인지 잘 몰라서
잠깐 리액션을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선배는 독한 인도산 담배를 앙 깨물고 있다.
담배 연기가 사라지는 먼 허공을 보고 있는 걸 보니 특별히 대꾸를 원한 것은 아니다.
10월의 마지막날, 거리엔 비가 자작자작 내리고 있다.
어쩐지 선배의 그 혼잣말이,
컴컴한 bar 안에 빗물처럼 스며드는 것 같았다.
나는 마침 잭콕 한잔을 홀짝이고 있었다.
얼음이 다 녹은 잭콕은 딱 지금 내리는 비처럼 싱겁고 심심한 맛이 되어 가는 중이다.
선배는 이번 직장만큼은 무조건 삼 년을 채우겠다고 말하며
필터까지 빨아 피운 인도산 담배를 슥슥 비벼 껐다.
나 또한 남은 잭콕을 목에 털어 넣었다.
우리들은 별 말이 없다.
아직 가시지 않은 매케한 담배 연기가 얇은 담요처럼 공기를 덮고 있다.
주인 아저씨는 전직 음반 회사 사장님다운 감각으로
'잊혀진 계절'과 'Falling leaves'를 틀어 주었다.
꼭 양을 닮은 강아지, bar의 '양'이가 자다 깬 얼굴로 귀를 쫑긋 세운다.
비오는 10월의 마지막 밤엔 두 노래가 제격이지! 하는 달관한 표정으로-
어느덧 비는 그치고 음악은 더 깊어진다.
이미 술은 떨어졌는데 우리들은 술도 없이 더 취해간다.
이렇게 10월이 가는건가...몽롱한 정신으로 '양'이의 또롱한 눈을 보다가.
양이가 강아지인지, 정말 양인건지 아주 잠깐 헛갈린다고 생각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69 | 성희롱 강사, 양강사 [2] | 차칸양 | 2009.10.21 | 3762 |
1468 | 변경연에 대한 탐구놀이 [2] | 동건친구 | 2009.10.21 | 3570 |
1467 | 어느 하루 [2] | 절대신비 | 2009.10.26 | 3491 |
1466 | 10월이 가면 [3] | 이수 | 2009.10.31 | 3345 |
» | 양이 [2] | 나리 | 2009.11.01 | 3483 |
1464 | 대설주의보-겨울 망명 길로 나서라는 명령 [1] | 아름다운 길 연구가 | 2009.11.03 | 3418 |
1463 | 울고 있어요 [2] | 나리 | 2009.11.06 | 3556 |
1462 |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중에서 | 독서 中 | 2009.11.16 | 3781 |
1461 | 치명적 불행바이러스와 여행갈까말까증후군 [1] | 아름다운 길 연구가 | 2009.11.21 | 3829 |
1460 | 나를 찾아서 | 이수 | 2009.11.21 | 2769 |
1459 | 오랜만입니다. [1] | 나리 | 2009.11.24 | 3173 |
1458 | 패러독스 리더십 | 송창용 | 2009.12.04 | 3505 |
1457 | 한국 리더십 센터 up&up에 제 글이 실렸어요! | 날개달기 | 2009.12.06 | 3440 |
1456 | 공인으로 산다는 것 - 우즈 & 이병헌 [1] | 이기찬 | 2009.12.14 | 2913 |
1455 |
겨울바다와 배 ![]() | 병진 | 2009.12.16 | 3684 |
1454 | 한바탕 꿈을 꾸다 | 김신웅 | 2010.01.01 | 2879 |
1453 | 새해를 맞으며 | 이수 | 2010.01.04 | 2654 |
1452 | [여행의 철학]겨울여행의 의미-왜 겨울에 길을 떠나야 하는가? | 아름다운 길 연구가 | 2010.01.05 | 3364 |
1451 | [여행의 기술]맛집 발굴에 반드시 성공하는 비결 | 아름다운 길 연구가 | 2010.01.05 | 2655 |
1450 | 글 내립니다 [2] | 김신웅 | 2010.01.06 | 27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