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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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에서 이보다 더 맛있는 밥먹기가 또 있었을까? 이 사람들 통도 크다. 대초원 한복판에서 천막을 치고 양푼 비빔밥을 훌쩍 뛰어 넘는 고무다라 비빔밥을 창조해낸다. 아~ 뻑적지근하게 섞고 비비는 코리아니티의 재발견이여~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쓱싹 먹어댔는데, 비벼댄 양이 워낙 많다.)
최영장군 : 사부님, 저희 내기 한번 하시죠?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한꺼번에 다 먹기 어때요?
사부 : 야~ 영훈아, 한꺼번에 다 먹는 건 좀 거시기하지 않냐? 많다.
최영장군 : 그럼, 사부님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다른 사람이 지면 한 숟가락씩 먹고 제가 지면 저는 다 먹도록 하겠습니다.
(원영, 어이없다는 듯 힐끗 아빠를 쳐다보면서)
아빠,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렇게 무식(?)한 건 우리 집에서 해도 충분하잖아요.
최영장군 : ……

(나는 네가 지난 여름 언덕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ㅁㅎㅎ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볼 일을 찾아 헤매는 암코양이마냥 어기적거리는 모습이 왜 이렇게 깜찍한거야?
다리에 힘이 풀린 듯하고…ㅋ
은남마마의 영역표시는 이후로 쭈~욱 계속되었다. 언덕에서, 냇가에서...)
오병칸 : 마마, 시원하십니까?
(여왕마마 솔직하면서도 여왕 이미지 손상을 염두에 둔 듯 조신하게 말을 건낸다)
‘어, 굉장히 시원하다. 야, 너네들도 해봐라. 근데 너네들은 왜 생리적인 거 해결하는 거 가지고 난리니? 난리는.’
종윤 : 형, 우리도 영역표시하고 갑시다.
(이로써 청정 야생보호지역은 저마다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동물의 왕국 각축장으로 변해갔고 주변환경은 급속히 황폐해져 갔다. 오호~ 통재라.)

두 남자를 무릎 꿇게 하고 당당하게 미소 짓는 은미,
CEO답게 리더십이 있고 화끈하다.
여자들 중에 말타기를 가장 애호했던 걸 보면 기본적으로 그녀는 조련에 능숙한 듯하다.
그러면서도 풍경 엽서를 통해 섬세한 소녀의 감수성을 종종 보여주어 그녀의 매력이 한 두개가 아님을 넌지시 보여주었다.
(병칸, 재동 겉으로는 미소 짓고 있지만 은미 통뼈로 인한 고통이 적지 않은 듯하다.)

오~ 내 미래의 사랑 그대에게 이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현모양처가 될 것입니다.
오직 그대만을 생각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종윤 오빠 미안해~
오빠 마음 알지만 내 스탈은 아냐?
(종윤, 억장이 무너지고 여행기간 내내 계속 ‘윤이 어디 있니?’라고 헛소리를 연신 남발한다.)
(다음은 짚시를 떠올리게 하는 두 장의 사진이다.)

낮에는 기타 하나 메고 딴따라의 길을 떠나네.
오늘은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올까?
얼마나 돈이 걷힐까?
(이들 짚시는 한 남자의 두 여자, 두 여자의 한 남자, 혹은 삼위일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밤에는 초원에 누워 별을 보며 생각하네.
오늘은 왜 이만큼 밖에 못 벌었지?
(대한민국 Seoul Station 지하에 가면 이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예전에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위 장면과 다른 거라고는 소주 병이 있고 없고의 차이밖에 없다.)

(이번 몽골여행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 중의 하나인 캠프 파이어다. 다같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술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이날 캠프파이어는 특별공연이 있었다. 일명 ‘오병칸과 허르헉’이라는 일종의 인디 밴드의 공연이었는데, 몽골여행의 주류 세력인 3기 연구원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비주류 세력을 규합하여 만든 변경연의 최초 언더그라운드 밴드이다. 이 점만으로도 이 밴드의 의의가 있다 하겠다. 밴드는 오병칸, 은미, 재똥, 쎄나, 해언 5인조로 결성되었으며, 밴드 이름은 몽골 고유의 음식인 ‘허르헉’에 대한 동경과 변함없는 애정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여기서 잠시 그들의 공연 노래 일부를 감상해보자.)
♫♬♪♩
저 별은 나의 별 (부드럽게 손을 펴서 별을 가리킨 후 자신의 가슴에 손바닥을 얹는다)
저 별은 너의 별 (스타카토식으로 딱딱 끊어서 부른다. 마찬가지로 손을 펴서 별을 가리킨 후 상대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별빛에 물들은 밤 같이 까만 눈동자 (두 손가락을 안경 모양으로 오므린 후 빙빙 헤드빙을 한다)
저 별은 나의 별 (위와 동일)
저 별은 너의 별 (위와 동일)
아침이슬 내릴 때까지 (아침이슬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신이 내린 듯, 온갖 오도방정을 떨며 온 몸에 경기를 불어넣는다)
(밤이 깊어가면서 사부는 지난 번 꿈벗 전체 모임에서 선보인 엉거주춤 II를 몽골스럽게 추었고, 해언은 자신이 정한 구역 안에서 귀엽게 춤을 추는 일종의 ‘박스춤’을 추었다. 희석은 마치 자신이 노래방 주인인양 쉼 없이 노래를 쏟아냈다.)
(밤이 더 깊어지면서 약간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모닥불이 점점 약해지자 우리의 은미 CEO가 나무의자를 모닥불에 얹은 것이다. 그때 내 앞에서 의자가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은미가 갔다 놓은 의자를 정화가 제자리에 갔다 놓았고 다시 은남마마가 갔다 놓은 걸 창용이 원위치 시켰다. 나중의 일이지만 이 ‘의자 태우기 소동’을 떠올리면서 마치 근대말 개화파와 위정척사파의 격론(?)을 보는 듯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밤이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으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는 주장에서부터 어떻게 의자를 태울 수 있느냐는 반론도 이어졌다. 저마다 소신을 펼쳤다. 자, 이제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에 주목하시라. 당신의 기질적 특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음 보기 중에서 선택하시라.)
1) 나무의 용도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건 땔감이다. 상황에 따라 태울 수도 있다.
2) 의자를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건 안 된다. 의자를 불에 태우는 건 도발적 행동이다.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3) 의자를 불에 넣건 말건 신경 안 쓴다.

(몽골인들은 배가 나온 걸 인격이나 부의 상징으로 여기는 듯하다. 표주박 바가지처럼 불룩한 배를 노출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창피해서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배가 어째 엉덩이처럼 섹쉬하다.)
(시야라는 청년과 희석이의 복부 대격돌을 보면서 뭇 여성들 저마다 한마디씩 거든다.)
은미 : 어쩜 저리 다르냐? 비교체험 극과 극이다.
(윤, 고개를 애써 외면한다.)
써니 : 왜? 보기 좋지 않냐? 귀엽잖아.
은남 : 써니, 요즘 외롭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배고픈 사자라도 짐승의 썩은 고기를 먹을 수는 없잖니?
희석 : 헉~ 나 썩은 고기?

후까시 도윤을 의식한 듯한 창용의 무표정한 얼굴.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한참을 꼼짝하지 않는다.
창용은 그만의 오롯한 시간을 좋아하는 듯하다.
속으로 ‘강점을 어떻게 정리하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 반대 편에는 은남 마마를 비롯하여 뭇 여인네들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는 전설이 있었다. 사각사각~

해언의 얼굴에서 사부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윤의 얼굴에서는 새초롬한 싱그러움이 피어난다.
둘 다 이쁘다.
꼭 나이 때가 비슷해서는 아닐 것이다.
여성스러운 면이 많고 또 자신만의 색깔을 깊숙이 간직한 듯한…

(말 타기가 모두 끝나고 기념 촬영을 했다. 모두 말이 되어 힝힝거렸다.)
말 달리자~ 말 달리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신파극같기도 하다.
이 신파극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바트르(몽골 말로 영웅이라는 뜻)라는 혈기왕성한 청년은 소와 말, 양을 몇 백 마리나 갖고 있을 정도로 부유하게 살고 있었지만 마음 한 켠은 늘 허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늘 평상시처럼 술 한잔을 걸친 후에 양을 잡고 있었다. 아뿔사~ 너무 익숙해져 그랬을까? 방심해서 그랬을까? 날카로운 칼이 왼쪽 손을 베어 버린 것이다. 악~ 소리도 못냈지만 상처는 심각했다. 그렇다고 준비된 약도 없었고 병원에 가는 건 아예 엄두도 못 내었다. 이때 한국에서 온 한 처자가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급보를 접하고 그녀에게 치료를 부탁한다. 그녀는 ‘써니’라고 불리었는데 함께 온 일행은 그녀의 끼와 거침없는 말투에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바트르를 정성스럽게 치료해주었다. 그녀는 모성애가 강한 여자다. 그러면서도 무뚝뚝하지만 씨름도 잘하고 말도 잘 타는 바트르의 남성다움에 점차 끌렸다. 아~ 그러나 아쉬운 건 세월이었다. 한참 정이 들 무렵 그녀가 떠날 시간이 되었다. 테를지로 가는 차 안에서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써니 :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써니 바트르 손을 꼭 잡으며)
바트르, 알라뷰~
바트르 : (안녕~ 내 사랑 써니~)
결코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애틋한 장면이다.

(차를 타고 두,세시간을 이동하여 테를지에 도착했다. 중간에 잠시 쉬면서 몽골의 고유 술인 마유주(말 젖으로 만든 술)를 한잔 마셨는데 시큼털털했다. 테를지는 휴양지로 아기자기한 초원과 바위를 흩뿌려 놓은 듯한 산들이 아름답다.)
테를지에 도착해서 거침없이 하이킥킥킥 작렬~
잘 보시라.
킥 자세가 부자연스러운 사람들이 보인다.
틀림없이 말 타다가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다.
어디가 문제인 건 다들 상상에 맡기겠다.

일명 꽃봉우리 여성 중창단의 워십댄스(Worship Dance)~
(앞 쪽의 한 남자는 지나가는 사람이거나 운전기사로 추정됨. 아니면 외모가 남자로 보일 뿐 신체구조는 여자일 수도 있음. 가장 정통한 소식에 따르면 여성 중창단을 이끌고 공연비를 갈취하는 사이비 교주라는 소문임.)

(테를지 계곡에서 물수제비도 뜨고 물놀이를 했다. 이때 봉고 차량에서 작전지시가 내려왔다. 작전명은 ‘사부를 담궈라.’ 희석은 이런 행동에 의외로 당차다. 종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지 못해 합세했지만 이왕 마음먹은 바는 끝까지 해내는 스탈이다. 종윤, 희석 사부에게 예를 갖춘 후 입수 준비를 한다. 사부, 체념한 듯 현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이어, 오병칸과 도윤이가 차례로 희생양이 되었다. 종윤, 희석 사부를 담근 후에는 거침이 없다. 도윤이는 도망가려다 그만 옷이 찢어져 등짝을 보여주어 뭇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짜샤~ 너 일부러 잘 찢어지는 옷 입고 왔지? 재똥이는 자기 차례가 온 것을 직감한 듯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더니 숲 속으로 사라진다. 오~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이여~
(테를지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오병칸, 창용, 재똥, 종윤 4명은 울란바트르로 이동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간단히 와인 한잔을 했다. 가볍게 한 사람씩 포옹을 하고 차에 올랐다. 떠나는 자는 그립고 남은 자는 아쉽다.)
(이 이후의 남은 하루의 행적은 누가 메워주길 바란다.)
(먼저 출발한 4명은 울란바트르 호텔에서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어느 바에서 맥주 한잔했다. 일상과 일탈의 경계쯤 되는 듯하다.)

오병칸 :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뭐야?
창용 : 난 캠프 파이어가 오래 기억에 남아. 여러모로 많이 배웠다.
(창용, 항상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늘 배움을 생각한다.)
오병칸 : 맞어, 창용 형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지.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한없이 뜨거워질 수 있지.
재똥 : 난 몽근머리트로 가는 관광봉고가 가장 기억에 남네. 그리고 계주 달리기할 때 여자로 분장한 것도 그렇고….
오병칸 : 재똥이, 점점 변태스러워지네.
종윤 : 여러가지로 다 좋았던 것 같어. 말 탄 것도 재미있었고, 산 언덕에서 노래자랑 한 것도 새록새록 해.
(여행이 좋은 건 일상으로의 탈출 때문이다. 때론 낯설고 두렵기도 하지만 막상 자신을 가볍게 놔버리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그 여행이 더 좋은 건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 여행이 더 더 좋은 건 돌아갈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일상의 힘이다. 오늘도 내 가슴엔 몽골의 추억이 몽골몽골하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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