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김지혜
  • 조회 수 2523
  • 댓글 수 7
  • 추천 수 0
2007년 9월 13일 22시 40분 등록
요즘 정신과 의사 문요한씨의 ‘굿바이, 게으름’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이다. 제목만 보면 자칫 '부지런해져라'라는 뻔한 메세지의 자기계발서라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그가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1기연구원이라는 점을 보면 절대 허접한 책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내 돈 주고 사볼 여력은 안되기에, 언제 기회 되면 도서관에서 빌려봐야지 싶었는데, 마침 자주다니는 과천도서관에서 문요한님 초청강연회가 있단다. 지난번 구본형 선생님과의 첫 만남도 과천도서관에서 있었는데, 문요한님까지 뵙게 되다니, 과천도서관이 사랑스럽다.

문요한님은 선생님과 많이 비슷한 느낌이다. ‘..해야 한다’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목소리높여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부터 털어놓더니 (지금 41세라는데..놀랍다. 겨우 30대 초반으로밖엔 안 보이는데!), 천성적으로 게으른 사람은 없으며, 에너지가 떨어진 사람만이 있다고 얘기한다.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열정없는 사람은 없으며,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찾지 못한 사람만이 있을 뿐이라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여태까지 헛다리 짚어왔음을 알게 된다. 열정이니 부지런함이니..이 모두 자기가 원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을 알게 되면, 열정 없다고 게으르다고 자기 스스로나 타인을 비난의 눈길로 바라본 우리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

겨우 1시간짜리 강연이었지만, 그의 강연은 명쾌했다. 그에 따르면 게으름의 원인 (에너지가 떨어지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에너지전환: 날때부터 타고난 에너지가 학교나 가정에서의 수직적 관계 속에서의 무관심, 냉대, 학대, 비난을 받거나 실패나 좌절의 경험을 겪으면서 분노, 두려움, 무력감으로 전환되는 것

2) 에너지방전: 에너지 잔고를 살피지 못하고 다 써버리는 것 (예: 일중독자), 관념주의적 일중독자일수록 금새바닥남

3) 에너지분산: 초점을 잃고 여러가지에 에너지를 쏟아서 한곳에 집중되지 못하는 것. 자기목적성이 결여되어 에너지소비가 생산적인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음

4) 에너지의 비효율적사용

참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마음이 결국은 에너지인데, 우리는 얼마나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으며 자라는가. 부모는 성적 안 나왔다고 혼내기 일쑤고, 학교에서는 감시와 규제만을 받으며 자란다. 칭찬이나 감사, 사랑은 찾아보기 힘드니, 에너지가 쌓일래야 쌓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성인이 되었을 즈음엔, 에너지창고는 거의 바닥나기 마련이고, 그나마 직장에서 다 써버리고 나면 집에 와선 움직일 마음조차 안 생기는 것이다. 또, 인생의 목적이나 소명이 뚜렷하지 않으니 우리는 이것저것 다양한 것에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일쑤다. 자기만족적인 성과건 외부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건, 특별한 성과 없이 열심히만 살다 보면, 어느날 문득 내가 뭐하는 것인가 싶어서 한없이 에너지가 추락하는 것이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나의 에너지상태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없이, 판단없이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시도해 보라. 자신을 100% 대면해 보라. 에너지가 왜 떨어져있고, 어디에 분산되어 있으며,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느끼고 살펴보라. 나는 어디에 있으며,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이며,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해 보라.

자신의 현재 에너지 상태를 파악하고 나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목적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에너지 분산과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10년 후 어떤 수준이 되면 만족스러울 것인가를 알아보라. 이때 유용한 방법은 이미 10년 후에 와 있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10년 안에 책을 내고 싶다면, 책이 출판되어서 사인회를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주변의 소리들, 조명, 사인을 하는 손의 느낌, 내면의 기쁨과 뿌듯함, 모든 것을 느껴보라. 이만큼 구체적으로 10년 후를 상상한 것을 글로 옮겨 보라.

그리고 나면 미래에서 과거로 한해씩 되돌아 오면서, 무엇을 했기에 10년 후 원하는 것을 이뤘는지 다시 상상해 본다. 이렇게 10년 간의 그림이 그려지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떤 다리를 거쳐서 가고 싶은지가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지게 된다.

이제 가는 동안에 필요한 에너지만 확보하면 된다.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떨쳐내고 긍정적인, 힘있는 에너지를 쌓으면 된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긍정성 훈련’이다. 긍정성 훈련이란 날마다 오감을 동원해서 변화일기를 쓰는 것이다. 1) 과거의 긍정적 경험 (재체험) 2) 원하는 미래의 한장면 (선체험) 3) 오늘 감사한일 4) 오늘 스스로 선택한 일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최선을 다할 수 없다! 선택의 범위와 횟수를 조금씩 늘려가라!) 5) 오늘 새롭게 느낀점 (고정관념,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

‘변화와 성장은 힘있는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그의 냉철한 지적이다. 에너지가 떨어진 사람한테 뭣 좀 해보라고 옆에서 닥달해 봤자, 혹은 자신을 학대해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기적으로 부지런해지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면 더 깊은 게으름, 나태함, 무기력으로 빠지게 된다.

그의 강연을 통해서 게으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게으름에 대한 자기변명이 아니다. 우리가 섣불리 게으르다고 진단해 왔던 사람들 (나를 포함하여)이 사실은 오랜 시간 에너지수준이 떨어지는 경험을 해왔거나, 그런 환경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매일 내 주유구를 열어 에너지를 채워주자. 원하는 것을 조금씩 이뤄나갈 힘을 스스로 만들어 보자.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게으른지, 부지런한지 그런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뚜렷하고,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하다면, 무언들 못하겠는가.
IP *.187.231.190

프로필 이미지
김지혜
2007.09.13 22:39:30 *.187.231.190
지난 화요일 과천도서관에서 있었던
문요한님의 강연회에 참석하고 요약한 내용입니다.
좋은 강연회에 저만 참석해서 죄송합니다.
부디 저의 게으름을 탓하소서 ㅋㅋ
프로필 이미지
자로
2007.09.14 10:19:36 *.145.231.231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게으름과 에너지의 상관관계가 새롭게 느껴집니다.
지혜씨의 부지런함이 새삼 부럽군요.
프로필 이미지
선비 언
2007.09.14 12:09:19 *.239.150.60
변경연에 애정이 생기고 나서부터 메일링에 오는 글들을 애정어린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있습니다. 문요한씨 글들은 그 중에서도 참 용기와 에너지를 북돋아 주는 글들이어요. 기분이 좋아지는 글입니다.
저도 아직 책장에 꽂혀있는 굿바이 게으름 읽어봐야 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김지혜
2007.09.14 16:20:18 *.74.86.70
자로님,
자로님의 가족 이야기 잘 읽고 있어요.
덕분에 저도 부모님 생각 많이 하게 되고,
저의 부모님의 역사를 알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선비언님,

문요한님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시죠.
저도 용기와 에너지를 많이 얻고 있답니다.
강연은 들었지만, 정작 책은 읽지 않은지라..
저도 서둘러 읽어봐야겠어요 *^^*
프로필 이미지
문경춘
2007.09.14 17:07:04 *.249.187.73
김지혜님 참 정리를 잘하셨네요^^ 얼마전 블로그에 찾아뵌 열정입니다. 저도 문요한님의 책읽을 읽지 않았다면 게으름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살았을겁니다. 게으름과 열정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말입니다. 10년 후 생생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꿈을 찾는 것이 얼마전 부터 저의 가장 큰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을 다시 되살려 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더욱 노력해야 겠습니다.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문요한
2007.09.19 14:13:24 *.131.5.11
그날 그곳에 계셨군요. 왠지 다른 곳보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뜻함이 느껴졌었는데 이유가 있었군요.

다시 읽어보니 새롭네요. 정리를 너무 잘해주셔서 제 생각이 다시 정리되는 느낌이 드네요.

왠지 이름같은 분일거라는 느낌이 드네요.
조만간에 다시 뵙겠지요?
프로필 이미지
김지혜
2007.09.26 10:45:48 *.187.230.73
열정님! 이곳저곳에서 많이 뵙게 되네요 ^^
이기찬님도 만나기로 하신 걸로 아는데,
앞으로 저하고도 만날 인연이 닿겠죠?

요한님,
댓글 남겨주신 걸 이제 봤네요 ^^
지난번에 정신경영연구소 설명회에
참석하려다가 못했는데..다음번에 다시 신청해도 되지요?
지은죄가 있지만 용서해 주세요 ^^;
조만간에 뵙길 기대합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4 변경사모 함성(옛날이름, 서포터즈) 5차 정모 및 생태포럼 ... [16] 정양수 2007.09.26 3262
1693 스승님께 드림니다. [6] 백산 2007.09.21 2575
1692 사업계획(?) 발표 후.. [10] 신재동 2007.09.21 2522
1691 -->[re]이 조직은 바퀴벌레... [6] 강현 2007.09.21 2928
1690 nlp를 활용한 Brain-MBA 과정에 초대합니다. [2] 꿈꾸는간디 오성민 2007.09.17 2732
1689 [두둥~] 꿈벗한마당 11월3일!! 다덜 마음은 채우시고, 일정... [5] 아무도안 2007.09.14 2755
1688 “한끼 식사에 사랑을 담아 보세요" file [5] 여해 2007.09.14 2535
» 1기연구원 문요한님의 강연 참석후기 [7] 김지혜 2007.09.13 2523
1686 북한산 우중산행별곡 [11] 뱅곤 2007.09.12 2891
1685 꿈벗 사업계획발표회 제1회 : OOO, 그는 과연 어디로 갈... [20] 강현 2007.09.11 4280
1684 '꿈벗한마당' 준비 모임 9월12일(수) 저녁 7시30분!! file [10] 아무도안 2007.09.10 2290
1683 -->[re]꿈벗재단(가칭) 기금 현황(2007.08.31기준) [5] 강현김영훈 2007.09.10 2067
1682 <꿈벗펀드>와 함께 하실 분을 초대합니다. [5] 강현 2007.09.06 2144
1681 -->[re]카메라 정보 공유^^ [2] 김도윤 2007.09.06 2121
1680 -->[re]약간 명 더 초대!!! 재즈코어 프라이부르크 [2] 써니 2007.09.04 2191
1679 <공지>북한산 가을산행 file [35] 김귀자 2007.09.03 5360
1678 #3-1. 몽골 "고요한 풍경, 그리운 바람 소리" ... [9] 김도윤 2007.09.03 2721
1677 가을 재즈공연으로의 초대!!!/ 재즈코어 프라이부르크 [7] 써니 2007.09.03 2611
1676 아빠의 재발견 [11] 선비 언 2007.09.02 2800
1675 [몽골여행후기] 내 생애 최고의 여행 [10] 현운 이희석 2007.08.31 10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