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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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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30일 01시 59분 등록

나는 시를 모른다.

그러나, 늘 가슴속에서 시를 원했다.

 

모닷불과 시.

시는 나에게 시를 모른다고 또 말했다.

각자가 안고 있는 시들이, 그 마음들이 어찌나 깊고 아득한지 나에게 네가 아는 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시를 말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나는 시를 지을 줄 모른다.

내가 자란 골세양바드레 대자연은 시 그 자체였다.

3가구, 어른 7,아이 셋. 방학이면 아이 넷.

나의 어린 시절은 사람보다 이름 모를 꽃과 나무와 풀, 잠자리와 개구리, 가재, 휘헝청 밝은 달빛과  대화를 더 많이 했었다. 나의 기쁨과 속상함을 함께 한 것들도 대자연이 었다. 나에게 잠자리 채는 꽃과 잎이 무성한 싸리나무였고 같이 놀아 주고 변화하는걸 보여주었던 그 많은 올챙이, 잠자리, 나비등 수많은 곤충들은 도시에선 자연체험으로 만나고 있었고 내가 학교를 가기 위해 산을 하나 넘는 것은 등산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나는 시를 논할 수 있을 만큼 문학적이지 못하다. 울 그이가 말한 것처럼 현대시인들의 계보도 모르고 문학적 가치가 담긴 시를 한 소절씩이라도 읊조리지도 못한다.

시인이란 무엇인가. 문학적 가치를 담아야만 시인인가.

내가 느끼고 말하는 것도 시가 될 수 있나.
난 자연 속으로 가면 가슴이 벅차다.

풀잎을 따지 않고 나무를 흔들어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나무들이 슬퍼하는 것 같다. 손바닥이 근질근질하다. 잎을 만지고 가지를 어르고 싶다.

청량산 갈림길에서 사과를 반쪽 잘라 먹으면서도 난 시를 읊조릴 수 있었다. 가슴속에 벅찬 기운들을 토해내고 싶었다. 그러나 부끄럽다. 쑥스럽다. 이것도 시인가 싶다.

아직 내가 사람도 나무 같다고 풀잎 같다고 믿지 못함 때문인가.

 

그냥 그랬었던 것과 인식함은 참으로 큰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이제서야 그냥 그랬던 것을 인식한다.

내가 시를 원하고 한 줄 한 줄 독백처럼 음미함은 그때의 나무과 꽃들과 하던 대화를 계속함이었다.

 

난 늘 그냥 그랬었다. 늘 그랬었다.

그게 나였다.

 

눈물이 난다. 왜 눈물이 나는가.

나는 운다. 눈물을 닦는다.  

나는 왜 우는가.


이젠 시인이고 싶다. 시인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닌 그냥 그랬던 것처럼 늘 그러고 싶다.

난 다만 그 산속의 풀꽃이었을 뿐이다.

단지 그 풀꽃이고 싶다.

 

IP *.1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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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춘희
2008.09.30 02:09:02 *.254.30.80
시축제.
마음으로 애정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시축제' 이 말만큼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그 많은 시들과 이야기에 가슴이 벅차 아직도 정신이 아득합니다.
특히 참석하신 한분 한분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시처럼 살다가 시처럼 다시 만나기를 바래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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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윤태희
2008.09.30 02:18:18 *.152.11.11
춘희님, 시처럼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아름다운 당신은 한편의 아름다운 시 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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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8.09.30 09:44:36 *.246.146.12
수고 많았어요.

그날의 춘희씨는 시인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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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9.30 09:55:40 *.169.188.48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춘희야.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만 남도1기 서창희님이 이 시를 말했을때 시축제에서 너의 그 넘쳐나는 에너지를 보면서 바로 거기가 너의 꽃자리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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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
2008.09.30 12:12:23 *.215.128.48
춘희누님 덕분에 시라는 것을 조금은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축제에 가보니 제게 감성이라는 것이 많이 사라졌구나 느꼈습니다.
조금은 제 감정을 살려보도록 해야겠어요~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미력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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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
2008.09.30 12:56:03 *.143.170.4
춘희누나~~멋쪄브러~~^^
<청량산시축제>~~킹왕짱~~~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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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큼이
2008.09.30 16:19:09 *.63.237.45
수고 하셨습니다.
정말 좋았더랬어요...
그리고 좋습니다.
수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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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9.30 19:30:41 *.247.80.52
벌써 시인이시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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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10.01 00:22:18 *.131.127.69
갈 수 없어서...
벌려 놓은 일이 있어서...
그것 마져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나는 깊은 밤에
시인들의 흔적들만 부러워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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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산 이동은
2008.10.01 09:33:46 *.106.210.248
감사합니다..
참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시월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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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용
2008.10.01 18:22:17 *.151.87.50
사실, 시낭송할 기회가 있으면
10년도 넘은 제 자작시를 낭송해 볼까 했었는데, 차마 부끄러워서
그냥 '나는 잊고저 -한용운'을 낭독하였었네요~
크으...ㅡㅡ+
(아마도, 저희 어머님이 '가는길'을 하려고 하셔놓구선
'진달래꽃'을 하신거랑 비슷한듯 합니다.)

류춘희님 글을 보니 다시금 그 시가 생각네요.
아마도, 그때의 마음이 지금의 류춘희님이랑 비슷했을것도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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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雨酒)파

문성회(文聲會) 17代 신재용

빗방울 소리를 듣는 날엔
언제나 잔을 기울인다
그 잔엔 구별을 두지 않는다.
와인잔이든, 블랜디잔이든, 락잔이든...
그렇지만 그것은 주로 소주잔이었다.
그 잔을 기울이며 빗속에 묻힌 세상을 본다.
그 세상을 파헤치며 가는 사람들을 본다.
문득, 조금전까지 이렇게 나를 지켜보던 이가 있었던가 싶다.

그리고...
이게 시인가 싶다.
이게 시라면 나는 시인이고,
이게 시가 아니라면 나는 시인이 아니다.
다만, 나는 비오는 날 술을 마시는 雨酒파일뿐.
나는 그것에 만족한다.
비오는 날의 행복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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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0.01 18:41:01 *.169.188.48
재용님.

대학시절 다니던 술집에 이런 글이 붙어있었지요.

風茶雨酒

바람불면 차를 마시고 비가 오면 술잔을 기울인다..

=

신재용님이 우주파시라니 재미있습니다.

시인 맞는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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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진
2008.10.01 23:09:52 *.78.200.12
그저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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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
2008.10.02 11:19:52 *.143.170.4
승진형님의,,,우렁찬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려옵니다~~~^^
잘지내시죠~~^^ 또 뵐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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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2008.10.03 01:26:44 *.155.44.104
누가 나를 이 아름다운 꽃자리로 이끌었나요
바로 그대 유 춘희..
선생님께서도 그랬지요..성과 함께 부르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름만 따로 부르면 참 아름답다고..추니..야..ㅎㅎ
다음에도 네가 불러준다면 꼭 함께 하고 싶구나
그리고 꿈벗 16기 함께했던 그날밤이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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