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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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모른다.
그러나, 늘 가슴속에서 시를 원했다.
모닷불과 시.
시는 나에게 시를 모른다고 또 말했다.
각자가 안고 있는 시들이, 그 마음들이 어찌나 깊고 아득한지 나에게 네가 아는 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시를 말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나는 시를 지을 줄 모른다.
내가 자란 골세양바드레 대자연은 시 그 자체였다.
3가구, 어른 7명,아이 셋. 방학이면 아이 넷.
나의 어린 시절은 사람보다 이름 모를 꽃과 나무와 풀, 잠자리와 개구리, 가재, 휘헝청 밝은 달빛과 대화를 더 많이 했었다. 나의 기쁨과 속상함을 함께 한 것들도 대자연이 었다. 나에게 잠자리 채는 꽃과 잎이 무성한 싸리나무였고 같이 놀아 주고 변화하는걸 보여주었던 그 많은 올챙이, 잠자리, 나비등 수많은 곤충들은 도시에선 자연체험으로 만나고 있었고 내가 학교를 가기 위해 산을 하나 넘는 것은 등산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나는 시를 논할 수 있을 만큼 문학적이지 못하다. 울 그이가 말한 것처럼 현대시인들의 계보도 모르고 문학적 가치가 담긴 시를 한 소절씩이라도 읊조리지도 못한다.
시인이란 무엇인가. 문학적 가치를 담아야만 시인인가.
내가 느끼고 말하는 것도 시가 될 수 있나.
난 자연 속으로 가면 가슴이 벅차다.
풀잎을 따지 않고 나무를 흔들어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나무들이 슬퍼하는 것 같다. 손바닥이 근질근질하다. 잎을 만지고 가지를 어르고 싶다.
청량산 갈림길에서 사과를 반쪽 잘라 먹으면서도 난 시를 읊조릴 수 있었다. 가슴속에 벅찬 기운들을 토해내고 싶었다. 그러나 부끄럽다. 쑥스럽다. 이것도 시인가 싶다.
아직 내가 사람도 나무 같다고 풀잎 같다고 믿지 못함 때문인가.
그냥 그랬었던 것과 인식함은 참으로 큰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이제서야 그냥 그랬던 것을 인식한다.
내가 시를 원하고 한 줄 한 줄 독백처럼 음미함은 그때의 나무과 꽃들과 하던 대화를 계속함이었다.
난 늘 그냥 그랬었다. 늘 그랬었다.
그게 나였다.
눈물이 난다. 왜 눈물이 나는가.
나는 운다. 눈물을 닦는다.
나는 왜 우는가.
이젠 시인이고 싶다. 시인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닌 그냥 그랬던 것처럼 늘 그러고 싶다.
난 다만 그 산속의 풀꽃이었을 뿐이다.
단지 그 풀꽃이고 싶다.

10년도 넘은 제 자작시를 낭송해 볼까 했었는데, 차마 부끄러워서
그냥 '나는 잊고저 -한용운'을 낭독하였었네요~
크으...ㅡㅡ+
(아마도, 저희 어머님이 '가는길'을 하려고 하셔놓구선
'진달래꽃'을 하신거랑 비슷한듯 합니다.)
류춘희님 글을 보니 다시금 그 시가 생각네요.
아마도, 그때의 마음이 지금의 류춘희님이랑 비슷했을것도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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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雨酒)파
문성회(文聲會) 17代 신재용
빗방울 소리를 듣는 날엔
언제나 잔을 기울인다
그 잔엔 구별을 두지 않는다.
와인잔이든, 블랜디잔이든, 락잔이든...
그렇지만 그것은 주로 소주잔이었다.
그 잔을 기울이며 빗속에 묻힌 세상을 본다.
그 세상을 파헤치며 가는 사람들을 본다.
문득, 조금전까지 이렇게 나를 지켜보던 이가 있었던가 싶다.
그리고...
이게 시인가 싶다.
이게 시라면 나는 시인이고,
이게 시가 아니라면 나는 시인이 아니다.
다만, 나는 비오는 날 술을 마시는 雨酒파일뿐.
나는 그것에 만족한다.
비오는 날의 행복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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