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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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 북페어 다음 날 사부님께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쉬지 못하는 여자를 위한 휴식의 탐구’는 의미 있다. 그러니 그 놈들이 뭐라 하든 또는 귀를 틀어막고 있든 세상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만 그들이 땡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끝까지 쓴다. 매주 지금처럼 한 꼭지씩 올려라.
둘째, 인터뷰를
시작하여, 꼭지의 싱싱함을 유지해라. 꼭지를 보완하고 탱탱하게
만들어라. 인터뷰 자체를 별도로 떼어내는 편집은 쉬운 방법이나 매력적이지 못할 수 있다.
두 여자를 알려 주마. 첫째는
제일기획 최인아 부사장을 먼저 인터뷰해라. 미혼이지만 그녀에게는
insight가 있다. 네가 급땡 될 것이다. 변경연에
관심이 있고 책에도 뜻이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헤어지기
전에 그녀에게 다음 인터뷰 대상을 하나 추천 받고, 연계해라.
둘째는 전 통계청장인 이인실씨를 찾아가라. 자신이 일과 삶을 조화시킨 여자라 하니 이야기를 들어 보아라. 인터뷰
끝나고 역시 한 여인을 추천해 달라해라. 두 사람을 시작으로 인터뷰이의 다양성을 확보해라.
북페어로 현장계약(?)까지 꿈꾸었던 저는 출판 관계자들의 냉랭한 반응에 급좌절하여 싸고 누울 지경이었지만 사부님의 마음을 알고 나니 ‘다시 해보자’는 오기로 힘이 불끈 솟았습니다. 그러다 3월 말, 재취업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 후 다시 한 번 좌절을 겪게 되었습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제가 지원하려던 서치펌들의 상황도 그리 좋지 못했고 벼르고 벼르다 지원한 곳에서 관련 경력자를 선호한다는 답변을 들은 직후였습니다.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급땡되어(?) 최인아 부사장님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 번째 쉼표 인터뷰가 시작된 것이죠.
비 오는 오후의 이태원은 한산했습니다. 제일기획 1층 로비에 앉아 있으니 개성적인 복장의 광고쟁이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더군요.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안전요원이 제 이름을 부르더니 출입증을 주면서 10층으로 올라가라고 하네요. 전망이 탁 트인 그 곳에서 그렇게 최인아 부사장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라는 화려한 타이틀과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분이신 것 같았습니다. 동그란 안경 뒤에 빛나는 눈동자에서 뿜어 나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더군요. 그녀에게는 외양만 보자면 광고인보다는 교육자의 아우라라가 느껴졌습니다. 자, 이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시대가 뜨겁게 여성 인력을 원한다. 기회는 있다!
저희 회사에도 워킹맘들이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애가 셋이나 있는데도 야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저렇게 못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는 미혼이지만 만일 결혼을 했다면 아이들 돌보겠다고 일을 그만두었을 것 같아요. 워킹맘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워킹맘들은 일과 아이들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회사에서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까 전전긍긍하면서 버티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요즘 어딜 가든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조직에서 인사이동을
할 때든,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든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능력이 출중합니다. 가산점을 주지 않으면 남자 신입사원을 뽑을 수 없을 때가 있을 정도죠. 같은
직급이라도 여자가 더 똑똑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기업에서 여성 인력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조직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요.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 인력의 활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시대적인 요구와 발맞추어 가는 것 같습니다. 평상시에는 하던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세상 안의
탑 클래스 인재를 쓰면 되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방향이 바뀌고 판이 뒤집어져야 하는 시점에는 주류가
아니었던 존재, 즉 아웃사이더에 시선이 가기 마련입니다. 다른
시각, 다른 경험을 가진 존재 말입니다. 다른 길을 모색한다는
것은 하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다는 뜻이므로 다른 접근법을 찾아야 하는 겁니다. 그 동안 여자는
세상 인구의 절반이지만 비즈니스 세상에서는 마이너리티, 즉 소수민족이었어요. 아웃사이더였죠. 이런 존재의 생각과 이야기를 이제는 세상이 기대하고
듣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저는 작금의 여성인력에 대한 콜이 주류 대 비류주, 아웃사이더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남성 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기업에서 여성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가 온 것입니다.
저는 모든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을 하는 것 이상으로 아주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워킹맘들이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고, 시대적인 요구를 알지
못하고, 직장에서 자리에 연연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자신의 휴식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육아를 위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일을 하면서 자신을 충전할 수 있는 소소한 휴식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여성인재들이 2~3년 자리를 비우더라도 얼마든지 일터로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이
능력이 출중하고 시대가 여성인력을 뜨겁게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래도 기회는 있습니다.
이야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비서분이 ‘회의실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요’ 하더군요. 그래서 아쉽지만 인터뷰를 급마무리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다음 인터뷰 대상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은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혼해 아이들도 있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이루고 계신 한 분을 추천 받았습니다. 과연 어떤 분일까요?
첫 인터뷰라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어리버리 한데다 시간에 쫓겨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다시 뵐 기회가 있을 거란 희망을 안고 발길을 옮겨야 했습니다. 앞으로 최부사장님께서 말씀하신 케이스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중단했지만 성공적으로 재취업한 여성들의 이야기들 말이죠. (제가 바로 그런 사례가 되어야 할 텐데요.)
얼마 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여성 임직원과의 오찬 자리에서 현재 30% 정도인 여성 인력의 채용 비율을 앞으로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여성인력이 발휘하는 능력 덕을 보고 있는데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의 손해”라며 “우수한 후배들이 삼성에 와서 일하라고 말해주길 바란다”고 했답니다. 이건희 회장은 또한 여성에게는 남자가 갖지 못하는 숨겨진 힘이 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는 힘, 고통을 이겨내는 힘, 부성애와는 다른 모성애를 언급했다고 하네요. 어때요? 정말 시대가 여성인력을 부르고 있는 것 같지요?
이렇게 쉼표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재키제동이 만난 쉼즐녀들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요? 앞으로 많이 기대해 주세요. 꾸벅 ^ ^
PS.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이메일을 통해 내용을 보완해 주시고 분위기 있는 사진까지 보내주신 최인아 부사장님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최인아 부사장님이 삼성 최초의 여사장 자리를 거머쥐는 그 날까지 저 또한 열심히 쉼즐녀들을 찾아 다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