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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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 제임스 조이스 지음,
-. 김성숙 옮김, 동서문화사, 2011년
■ 저자에 대하여 – 제임스 조이스
1. 탄생과 그의 가족
조이스는 1882년 2월 2일 더블린에서
존 스태니슬로스 조이스(John Stanislaus Joyce)와 결혼 전의 성이 머레이(Murray)였던 메리 조이스(Mary Joyce)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나 성 요셉 성당에서 세례를 받으면서부터 줄곧 가톨릭교의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났다. 아버지
존은 호탕한 성격에 술을 좋아하고 입심도 좋은 사람이었다. 조이스의 어머니는 남편보다 10살 아래인 유순하고 소박한 여자였다. <초상>이나 <율리시스>에서
이 두 사람은 스티븐 디덜러스<Stephen Dedalus)의 부모로 등장한다. 스티븐은 어린 시절에는 부모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사춘기 이후로
그들에 대한 반발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초상>에서
조이스는 그의 아버지를 "자기 과거의 찬미자"로
묘사하고 있으며, 그의 어머니는 <율리시스>의 환상의 장인 <키르케>에서
마귀가 되어 나타난다. 메리는 15명의 남매를 출산하였으나 10명만 살아 남았다. 이들 중 조이스는 동생 스태니스라우스(Stanislaus)와 평생 동안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는데 스태니스라우스는 조이스가 유럽에서 어렵게 살아갈
때 형의 뒤를 돌보아 준 동생이었고 현재 조이스 연구서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나의 형의 보호자>라는 책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2. 가톨릭 신앙에서 성장 - 조이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며 작품 전반에 근원이 되다.
6살 때 어린 조이스는 예수회학교인 ‘클론고우즈
우드 칼리지’(Clongowes Wood College)로 보내지는데,
그곳에서 그는 반복되는 미사에 참석하면서 종교적 가르침과 종교적인 의무를 따라야 했다. “그
당시 그곳의 학생들은 수도원과 비슷한 종교적인 분위기에 깊이 젖어있었고”(Stanley 53), 조이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클론고우즈에 다니던 시절 조이스는 신앙심이 깊었다. 정규적으로 영성체를 하고 성모 마리아를 위한 찬송가도 썼다. 이
때 조이스가 받은 가톨릭의 영향은 그의 작품 전반에 종교적인 색채를 뿌리는 근원이 되었다. 비록 그가
가톨릭과의 결별을 선언했지만 스티븐이 "나는 가톨릭의 산물"이라고
말한 바와 같이 종교는 조이스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이었다.
아버지 존 조이스는 42세 때 지방세 징수관의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이때부터 가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조이스는 클론고우즈 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그의 가족은 더블린의
여러 곳을 전전하게 되고 아버지 존은 주정을 부리는 신세가 된다. 이때 조이스는 더블린 시내와 리피(Liffy)강의 부두를 배회하며 자기는 남들과 다른 운명을 타고난 존재라는 자기 비하에 빠진다.
1893년 봄 조이스는 역시 예수회 교단에서 운영하는 벨비디어 칼리지(Belvedere College)에 수업료 면제의 특혜를 받고 전학하게 된다.
불우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에서도 탁월한 성적을 보인다. 이때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뿐만 아니라 산술, 유클리드 기하학, 대수학 등을 공부하는 데 열중한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여러 나라 말의 혼용,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은 이미 이때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작문 실력 또한 놀라울 정도였다. 이때 조이스는 장학금과 글짓기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가족을 돕기도 한다.
1896년 조이스는 벨비디어 칼리지에서 신앙생활이나 학업에서 제일 우수한 학생으로 뽑히는 영광을 차지한다.
3. 성경험과 첫사랑 - 예술적
영감을 얻지만, 세속적인 미를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그의 나이 14세 때 극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조이스는 매춘부를 만나 최초의 성경험을 하게 된다. 지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성적으로도 조숙했던 조이스는 십대 초에 창녀와 경험을 가졌다. 그가 살던 곳 근처가 바로 더블린의 유명한 홍등가였다. 이곳은 주요
가도인 몽고메리 거리의 이름을 따서 몬토(Monto) 또는 조이스가
<율리시스>에서 부른 것처럼 '나이트
타운'이라고 불렀다.
조이스는 이곳에서의 경험을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세심하게 기록했으며, 또한 이때의 경험은 <초상>에서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신부에게 고해하는 장면이 잘 나타나 있다. 이 무렵 조이스는 종교∙사회등에 대해서 사춘기적인 반항의식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의 피가 반항하고 있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짐승처럼 그는 끙끙거렸다. 그는 한 여자를 범하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죄악 속에서 미쳐 날뛰고 싶었다.'
-<초상>제2장-
1896년 11월 신부 제임스 커런(James Cullen)이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St. Francis
Xavier)를 경배하기 위해 피정(避靜)을 주도하러 클론고우즈에서 벨비디어로 왔을 때, 이 신부의 설교를 듣고 난 조이스는
너무나 죄의식을 느껴 더블린의 한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조이스는 다시 신앙에
충실하는 면모를 보이게 된다. 학감을 그의 태도에 큰 감명을 받고 앞으로 그에게 신부의 길을 열어 주겠다고
격려한다. 신부가 되는 것은 당시 학생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광이었다.
그러나 조이스는 신앙심은 일시적인 것이었고, 그는 근원적으로 종교와 어떤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이스의 이른 성경험은 그를
정통 가톨릭 교회로부터 분리시키는 주된 원동력 중 하나였다. 원래 그는 종교적인 소년이었고 벨베디어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연대의 장(長) 노릇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현실 경험을 통해서 가톨릭 교회가 가르치는 도덕이 성의 인간적 실상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벨비디어에서의 상급 학년 시절
조이스는 급우의 누이동생인 메리 쉬히(Mary Sheehy)라는 소녀를 알게 되는데 그녀는 사춘기의
조이스에게 낭만적인 사랑의 대상이었다. 조이스는 이 소녀에게 느낀 감정을 시로 써 보기도 한다. 이 소녀는 <스티븐 히어로>(Stephen
Hero)와 <초상>에 나오는 엠마
클레리(Emma Clery)의 모델이 된다.
<초상>의 스티븐에서
볼 수 있듯이 사춘기 시절부터 조이스는 신앙보다는 세속적인 미에 점점 눈을 돌리게 된다. 1898년
여름 불 섬(Bull Island)해변을 걷고 있을 때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한 소녀를 보게 되는데
그 광경은 조이스에게 강렬한 예술적 영감을 준다. "그의 영혼이 유년 시절의 무덤에서 일어나는" 스티븐처럼, 조이스는 이때 "그의 자유로운 영혼 속에서 영구 불변하는 것," 즉
미를 창조하는 예술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그의 목표는
"영원한 상상력의 사제"였던 것이다.
4. 청년시절 - '에피파니' 세계를
찾고 '더블린' 떠나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비상하다.
1899년 벨비디어를 졸업하고 유니버시티 칼리지(University College)에 진학한다. 이때부터 조이스는
가톨릭의 '굴레'에서 벗어나 예술을 추구하는 반항적인 젊은이로
변모해 간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재학 시절
조이스는 이른바 '에피파니(epiphanies, 顯現, 문학적으로 계시나 통찰의
순간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수법이나 작품을 의미한다)라는 짧은 산문 스케치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어떤 순간에 갑자기 일어나는 예술적 영감을 의미하였고, 이야기의 의미의 핵심에 조금씩 도달하는 기법이었다. 이 용법은 종교적인 것이다. 본래 아기 예수가 세 명의 동방박사
앞에 나타난 것을 그리스도의 현현이라고 한다. 조이스의 작품에서는
<영웅 스티븐>에도 나타난다. 안개
낀 저녁, 이클리스 거리를 쏘다니던 스티븐 디덜러스의 귀에 어떤 대화가 들린다.
한 젊은 아가씨가 바로 아일랜드의
마비의 화신처럼 보이는 저 갈색 벽돌집 중 하나의 층계 위에 서 있었다. 한 젊은 신사가 그곳의 녹슨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젊은 여인(신중하게 느릿느릿)......오, 그래요...... 저는...... 예배당...
에 있었어요.......
젊은 신사(들리지 않게) ......나는......(다시
들리지 않게)...... 나는......
절은 여인(부드럽게). ......오.....그러나
당신은..... 아......주...... 심술...... 궃어요......
이러한 사소한 순간들을 '에피파니'라는 책 속에 한데 모을 생각을 하게 했다. 에피파니라는 말로 그가 의미한 바는 말이나 또는 몸짓의 야비함 속에 또는 마음 자체의 기억할 만한 단계에서
나타나는 갑작스런 정신적 계시였다.
1902년 조이스는 예이츠에게 그가 쓴 에피파니 몇 편을 보여주었는데 예이츠는
이를 "아름답기는 하나 미숙한 표현"이라고
하였다. 한편 조이스는 정치적∙역사적 소재나 관념, 민속적인 소재를 다루는 예이츠의 문학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미
예이츠가 이끄는 아일랜드 문예부흥 운동에 반기를 들었던 조이스는 예이츠와 문학적 노선을 달리했지만 예이츠는 여러 모로 조이스를 도와주었다. 이때 조이스가 창안한 에피파니라는 예술적 관념은 그의 예술의 특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1902년 10월 31일 유니버시티 칼리지를 졸업한 조이스는 더블린의 성 세실리아 메디컬 스쿨(St.
Cecilia's Medical School)에서 잠시 의학 공부를 하였으나 학비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 후 그는 충동적으로 파리의 소르본느(Sorbonne)대학에 가서
다시 의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때 그는 작가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의사와 작가를 겸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보헤미안적인 기질을 가진 조이스에게 경제 사정이 허락한다 해도 의학 공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1902년 12월 1일 더블린을 떠나 런던에 도착한다. 그날 조이스는 런던에서 예이츠를 만나게 되고 그의 주선으로 그레고리 부인(Lady
Augasta Gregory), 아더 사이먼즈(Arthur Symons), 그 밖에 몇
명의 잡지 편집인들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조이스는 더블린의 <데일리 익스프레스>지에 서평을 쓰게 된다. 날개를 단 이카로스(Icarus)와 같았다. 조이스는 더블린이라는 미궁(迷宮)을 떠나 희망에 가득 찬 미지의 세계로 비상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것은 또한 <초상>의 말미를 장식하는 부분과 같다. '젋은 예술가의 초상'을 그리던 조이스는 그 초상을 완성하고 예술적
망명의 길을 시작한 것이었다. 파리에서 조이스는 대부분의 시간을 국립도서관(Bibiotheque Nationale)에서 보내면서 벤 존슨(Ben
Jonson)과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서 읽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Aquinas)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그의 '미학 이론'을 연구하며 쓰기 시작했다. 그는 석탄 연료를 아끼느라 파리의 길거리를
서성거리기도 했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조이스는 <율리시스>나 <더블린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델이 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작품의 소재도 얻게 된다.
5. 방황과 좌절의 시간 - 신앙을 잃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슴에 깊은 상처를 가지다.
1903년 4월 10일 조이스는 집으로 돌아오라는 간단한 전보 한 통을 받게 된다. 그
내용은 “모(母) 위독함, 귀가 바람 부(父)” 라는 것으로 말기 암에 접어든 어머니의 상태에 관한 것이었다. 조이스가 도착하자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고해성사를 하고 영성체를 받으라고 부탁했으나, 그는 이를 거절했다. 이런 상태에서 그녀는 결국 44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는 조이스가 자신을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를 따르는 가톨릭신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는 1902년 부활절(Easter)을
기점으로 더 이상 영성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그는 죽어가는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하라는 외삼촌인
존넬트(John Knelt)의 청까지도 냉정하게 거부하게 된다.
하지만, 조이스에게 이 순간은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그것은
그가 당시의 상황을 율리시스 (Ulysses)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기도를 청하는 사람이 외삼촌이 아닌 어머니로 설정되는데, 그때의
정황은 벅멀리건(Buck Mulligan)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자네는 무릎을 꿇을 수도 있었어, 제기랄, 킨치, 죽어가는 자네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며 당신을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말이야. …그런데도 자넨 그것을 거부했어.
자네의 마음속엔 어떤 사악한 것이 말이야”(U 1.91-94). 이렇듯 조이스는 비록 자신의
신념에 따라 가톨릭교의 의식을 거부한 것이기는 하나, 죽어가는 어머니의 청을 거절한 것은 이후로 그에게
깊은 상흔으로 남게 된다.
그가 가톨릭 신앙을 잃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아버지의 강한 반종교적 신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890년 아일랜드의 한
가톨릭 성직자가 파넬(Charles Stewart Parnell)을 비난하게 된 것이 그의 아버지 존
조이스을 자극했고, 이 사건이 결국 조이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파넬은 아일랜드 의회를 이끌던 인물로 민족주의자들을 단결시켰으며, 영국
의회가 아일랜드에 대해 자치권을 허용하도록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부관이었던 윌리엄 H. 오셰이(William H.O’Shea) 대령의 부인인 키티(Kitty/ Katherine)와의 연애사건으로 결국 정치적인 실각을 맞게 되는데, 이에 조이스의 존 조이스는 그를 실각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가톨릭교도와 성직자들에게 분노감을 표출한다. 이런 아버지의 분노는 조이스에게도 이어진다. 조이스에게 파넬의이야기는
성직자들의 권위와 위선 그리고 그것에 굴종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불러 일으키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이후
조이스는 파넬의 몰락과 함께 독립의 가능성이 한층 더 요원해진 조국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그들(아일랜드국민들)은 영국의 늑대들에게 그를 집어 던지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가 그를 갈가리 찢어놓았다.”(CW 228)라는 격한
반응을 보인다. 그는「헤일리 너 마저」(“Et Tu, Healy”)라는 단시와 더블린 사람들의 「위원실의 파넬 추모일」(“Ivy
Day in the Committee Room”)에서 파넬을
잃은 아쉬움을 반복해서 표현하고 있다.
더블린으로 돌아온 조이스는 방황과
좌절의 나날을 보낸다. 아내가 일찍 죽자 아버지는 주정을 부리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다. 가정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이때 조이스는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그리고 니체의 철학에서 그 위안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예술가로서의 집념을 버리지 않은 조이스는 글 쓰는 일만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1904년 1월 그는 자서전적인
에세이를 써서 제목을 '예술가의 초상'(A Portrait of
the Artist)이라고 붙였다. 이 글을 <데이너>지에 기고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조이스는 이것을 "스티븐
히어로"(Stephen Hero)라는 고쳐 쓰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출발이었다. 그리고 10년 후 이 작품은 유명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6. 아내와의 운명적인 만남 - 그가 공기이자 불이었다면, 아내는 땅이자 물이었다.
1904년 6월 10일, 조이스가 내소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아름다운 젊은 여자 한 명이 그의 시선을 끌었다. 이날 그의 반려자가 될 노라 바아나클(Nara Barnacle)과
첫 만남이었다. 그녀는 아일랜드 서해안의 골웨이(Galway)출신으로
키가 크고, 갈색 머리의 미인이었고, 소박하면서도 당당한
태도를 지닌 솔직한 성격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핀즈 호텔(Finn's
Hotel)의 객실 여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1904년 6월 16일 저녁, 두
남녀는 링샌드(Ringsend)에서 처음으로 데이트를 했다. 이날이
그 유명한 <율리시스>의 시간 배경이 되는 날이다. 6월 16일 블룸즈데이(Bloomsday)가
되어 아일랜드에서는 이날 다채로운 기념 행사가 열린다. 노라가 조이스에게 준 영향은 대단한 것이었다. 조이스는 그녀에게 "그날 당신은 나를 남자로 만들었다."고 술회하였다. 노라는 지적인 면을 제외하고는 조이스 자신이
여성에게서 요구하는 많은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부덕(婦德)을 갖춘 자상한 아내인 동시에 채지가 있는 여자였다. 한편으로는 남성을 지배하려는
경향과, 속된 면도 없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서와 같이 신성함과
세속적인 것을 함께 추구하는 조이스의 기질에는 이상적인 여자였던 것이다. 조이스는 노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소박한 영혼을
가진 여성"라고 썼다. 노라는 조이스에게 율리시스의
정숙한 아내 페넬로페(Penelope)와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복합적인 성격은 <사자(死者)>(The Dead)의 그레타 콘로이(Gretta
Conroy), <추방된 사람들>(Exiles)의 버어사 로우언(Bertha Rowan), <율리시스>의 몰리 블롬(Molly Bloom), <피네간의 경야>의 안나 리비아
플루라벨(Anna Livia Plurabelle)의 모델로서 충분하였다. 그들 부부는 이상적인 평생의 동반자였으며, 조이스의 뛰어난 두뇌와
노라의 자연스러운 우아함과 위트는 균형을 이루었다.
조이스와 노라는 1904년 10월 초 아일랜드를 떠나 취리히에 도착한다. 벌리츠 어학원에서 교사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실망으로 끝난다.
처음에는 폴라에 갔다가 몇 달 뒤에는 오스트리아의 트리에스테로 간다. 그곳의 비얼리츠 학교에서
일하게 된다. 이후 10년간을 그는 이곳에서 보내게 된다. 영어 교사로서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나 이것은 단지 호구지책이었고 조이스는 자신의 본래 목적인 글 쓰는
일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이 항시 불만이었다.
1905년 7월 27일 첫 아들 조지오(Giorio)가 출생하였고, 1907년 7월 노라는 구호 대상자 병동에서 첫딸 루시아 안나(Lucia Anna)를 출산한다.
7. 어두운 터널을 지나다 - 암울한 긴 세월을 이겨내고 다시 창작에 열정을 쏟는다.
1913년은 조이스에게 행운의 시작을 알리는 해였다. 영어 교사로부터 보다 나은 자리를 확보하고 수입도 늘면서 지암바티스타 비고(Giambattista
Vico)광장 근처에 아파트를 얻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이때 조이스는 이탈리아의 철학자
비코(Vico)의 철학을 깊이 연구하게 되고, 또한 학새들과
비코에 대하 많은 토론을 하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역사순환설로 유명한 비코의 철학은 <율리시스>와 <피네간의
경야>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이 해 11월 런던 출판업자 그랜트 리처즈은 <더블린 사람들>의 출판을 다시 고려해 보겠다는 제의를 하게 된다. 그리고 12월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와 교신이 시작된다. 파운드는 예이츠를 통하여 조이스를 알게 된 것이었다. 이 때 파운드는 <에고이스트>(The Egoist)지에 조이스의 <초상>이 연재되도록 주선해 준다. 파운드는 <초상>을
높이 평가했다. 1914년 6월 15일, 우여곡절 끝에 <더블린
사람들>이 마침내 출판되었고 조이스는 다시 창작열이 불붙기 시작한다. 같은 해에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기초(起草)하고 <추방된 사람들>(Exiles)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해 7월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다.
1915년 6월 조이스는 중립국
스위스로 출국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취리히로 또 다시 망명의 길에 오르게 된다.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아직 힘이 들었지만, 이해 8월 파운드와 예이츠의 도움으로
영국왕실문화기금의 보조를 받게 된다. <더블린 사람들>의
판매부수는 얼마 되지 않았고,, <초상>을 책으로
발간하는 일도 수월하지 않았다. 당시 <초상>은 "형식이 결여된 산만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을 대담하게 도입, 문학 기법의 변혁을 시도한 조이스의
의도를 이해해 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의식의 흐름'은 생각이 스스로에게 '말하는' 방식을 모방한 것으로, 복잡하고
유동적인 패턴을 띠며 임의로 중단되기도 하고, 생각은 완료되지 않으며 낱말은 반쯤 나오다 끊기기도 한다. 조이스는 자신이 발전시킨 기법이, 잊혀진 프랑스 작가 에두아르 뒤자르댕의
소설 <월계수는 잘렸다>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지니아 울프(1882~1941)는 <율리시스>의 혁신적인 기법과 같은 모더니즘적인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평범한 날을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의 마음을 한 순간만 검토해 봅시다. 마음은 수만 가지 인상을 받아들입니다. 어떤 인상은 시시하고 환상적이며
덧없지만 어떤 것은 강철같이 날카롭게 새겨진 것이기도 하지요. 그것들은 모든 방면에서, 무수한 원자의 끊임없는 소나기처럼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떨어져
내리면서, 월요일 또는 화요일의 삶으로 스스로를 형성해 나가면서 강조점은 이전의 낡은 것과는 다른 장소에
떨어지게 됩니다. 삶이란 의식이 생겨난 날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반투명의 외피, 반짝이는 빛망울 같은 것입니다. 그처럼 다양하고 그처럼 알려지지
않은, 제한되지 않은 정신의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소설가의 책무가 아닐까요? 그런 정신이, 어떠한 일탈과 복잡성을 보여주든, 그것이 다소간의 이질성과 외재성을 가지고 있단 한들 말입니다. '
사실상 <율리시스> 전체가 이런 방식으로 씌여 있다. 제2부 제5장 '라이스트리고네스'에 나오는 전형적인 예를 보자. 오후 1시 데이비 번의 주점에서 블롬이 밧보는 비건디 포도주 한
잔과 고르곤졸라 치즈는 그가 호우드 헤드 만에서 몰리와 첫 번째로 육체관계를 가졌던 날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한 쌍의 파리가 유리창에서 교미하고 있는 광경이 이 기억에 일정한 틀을 부여한다.
1917년 조이스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많은 후원자들이 그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그래서 조이스는 <율리시스> 집필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 해 <율리시스>의 18개 에피소드 중 3개 에피소드의 초고를 마무리짓고, 이 소설 전체의 뼈대를 거의 완성시켰다.
8. <율리시스>의 탄생 -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이겨내고 생에 관한 긍정을 외치다.
1919년 <율리시스>는 런던에서
발간되는 <에고이스트>지에 연재되고, 조이스 가족은 트링에스테로 귀환하여 다시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 에즈라
파운드는 조이스를 계속 후원했다.
1920년 조이스는 파운드를 만나게 되고 그의 권유로 파리로 이주한다. 셰익스피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실비아 비치(Sylvia Beach)여사는
파운드와 더불어 조이스에게는 은인이었다. 그녀와 파운드를 통해서 조이스는 당대의 문학의 거장들 - 엘리엇(T. S. Eliot),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헤밍웨이(Ernest Hermingway), 셔우드
앤더슨(Sherwood Anderson),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피츠제랄드(F. Scott Fitzgerald)등 - 을 만나게 된다. 이 해 10월
뉴욕의 '사회악방지위원회'(The Society for the
Suppression of Vice)는 <율리시스>를
연재하고 있는 <리틀리뷰>지를 고발하였다. 이 작품에 외설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율리시스>의 연재가 중단되었다.
1921년 10월 홍채염이 더욱
악화되고 몸이 쇠약해져 현기증에 시달리면서도 조이스는 <페넬로페>와 <이타카> 에피소드를 탈고함으로써 <율리시스>의 완성을 보게 된다. 자신의 불행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조이스는 <율리시스>의 마지막 몰리 블롬(Molly Bloom)의 생에 관한 긍정의
외침("...yes I said yes I will Yes.")으로 끝맺었다.
1922년 2월 2일은 조이스에게 최고의 해였다. 그의 40회 생일이자 동시에 소설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율리시스>가 탄생한 날이었다. 이 작품은 파리의 셰익스피어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율리시스>에 대한 비평은 찬사와
비난이 교차했다. 이 작품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설적인 내용의 우스갯소리라고 혹평했다. 심지어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는 "작가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지식의 잡동사니"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현대와 고대를 동시에
조명하여, 하나의 질서를 추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으며
그의 <황무지>(The Waste Land)가 <율리시스>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헤밍웨이는 "신의 저주를 받을 정도로 놀라운 책"이라고 평했다. 예이츠와 버나드 쇼는 이 작품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일반 독자들 중에는 이 작품이 교육상 유해하다는 이유로 자녀들이 읽지 못하도록 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이에 대해서 조이스는 "<율리시스>가 읽을 책이 못 된다면, 인생은 살 것이 못 된다."고 응수했다.
9. 시련의 극복과 죽음 - 안질, 딸
루시아의 정신분열증 증세에도 마지막 작품을 완성
<율리시스>가 출판되자
조이스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수입도 좋아졌으나 다시 불행이 다가왔다. 안질이 더욱 더 악화되어 홍채염, 결막염, 녹내장 등의 합병증을 보였던 것이다. 1930년까지 그는 9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나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이러한 신체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조이스는 <율리시스> 다음으로 "하나의 세계의 역사"을 쓰겠다는 의도를 <에고이스트>지의 편집장 위이버(Weaver)에게 밝혔다. 1923년 그는 이 거대한 작품에 착수했는데 이것이 17년의 긴
세월이 흘러 1939년에 발간된 <피네간의 경야>이다.
가장 큰 시련은 사랑하는 딸
루시아(Lucia)가 정신분열증 증세이다. 7개국의 여러
곳을 방랑하면서 자란 자녀들의 성장과정은 정상적인 것이 될 수 없었다. 경제적인 곤궁, 상이한 언어, 글을 쓰는 일에만 몰두하고 거기에서 오는 정신적∙육체적 긴장을 술과 유흥으로 해소하는 아버지, 이 모든 것이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1932년 조이스의 생일은 2월 2일에 어두운 일이 닥쳤다. 딸 루시아가 난폭한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유명한 스위스의 분석가 C. G. 융이 루시아를 진단했다.
"당신들 두 사람은 강 밑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는 사람들 같습니다. 따님은 빠져 죽고 있는 중이지만 선생은 다이빙을 하고 계시나요."
루시아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어
갔지만 조이스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기를 거부했다. 그의 달을 구하기 위해 절망적으로 그러나 끈덕지게
싸웠다. 이 모든 어려움들과 질병들 속에서 조이스는 별로 격려도 받지 못한 채, 끈질긴 집념을 버리지 않고 <피네간의 경야>를 완성시키기 위해 싸웠다. <피네간의 경야>는 1939 2월 2일
그의 57번째 생일에 인쇄본을 받게 되었고, 그 해 5월 4일 런던의 페이버 앤드 페이버사와 뉴옥의 바이킹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출간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조이스의 가족들은 또 다시 이곳 저곳을 헤매게
되고, 루시아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다니는 처지가 된다. 조이스는
다시 심한 음주벽에 빠진다. 이제 조이스의 창작력도 쇠진해 버리고, 이
무렵 그는 심한 복통 증세를 보인다.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194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조이스 가족은 다시 피난처인 취리히로 이주한다. 1941년 1월 11일
조이스는 십이지장궤양으로 취리히의
적십자 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았으나 1월 13일 사망하게 된다. 이틀 후
<더블린 사람들>의 <사자들>의 마지막 장면과 같이 음산하고 눈이 오는 날에 그는 취리히의 플룬테른 공동묘지에 뭍혔다. 1951년 노라도 그와 함께 이곳에 안장되었다.
10. <율리시스>에 대해서
1)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가?
제임스 조이스가 율리시스를 쓴
의도는 무엇인가? 조이스가 이탈리아 비평가인 카를로 리나티에게 보낸 편지를 참조할 수 있다.
"이 책은 두 종족(이스라엘과
아일랜드)의 서사시이자 동시에 육체의 순환을 다룬 것이면서 어느 하루(인생)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율리시스'라는 인물은 언제나 나를 매료시켰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어요. 사실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건 15년 전부터입니다. 단편소설로 써서 <더블린 사람들>에 포함시킬 예정이었지만, 지금 7년째 이 책만 붙들고 있습니다. 망할 것! 이 책은 일종의 백과사전이기도 합니다. 내 의도는 이 신화를(우리 시대의 모습 속에) 옮겨 놓는 것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즉 개개의 시간, 기관, 방식이 모두 전체의 구조적 도식 속에 상호 연관되고 연결되는데)각 기법들을 조건 짓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에 어울리는 기법을 창조하기까지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어느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비록
여러 명의 인물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말입니다. 아퀴나스가 천사의 무리에 대해 설명한 것을 생각해 보세요. 이 책을 한 페이지라도 인쇄하려는 출판사는 영국에는 전혀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서평이 네 번이나 잘려서 나오지 못했구요. 풍문에 따르면 이 책의 출판을 반대하는 거대한 운동이 준비되고
있다고 하네요. 청교도들, 영국 제국주의자들, 아일랜드 공화파, 가톨릭 등이 여기에 참여한다는데 놀라운 동맹 아닙니까! 나는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해요."
이렇게 조이스의 의도는 단편적으로
떠도는 인간의 의식에 질서를 부여하여 이 작품이 인간의 소우주가 되게끔 하는 것이었다. 조이스 자신이
언급했듯이 <율리시스>은 "인간 육체의 서사시이자 백과사전"이며, 또한 인간 의식의 총화로 평가된다.
율리시스의 신화적 원형인 호머의
<오디세이아>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율리시스의
진정한 의미는 알기 힘들다. <오디세이아>는 호머의
대서사시로서 이타카(Ithaca)의 왕인 오디세우스(Odysseus)가
그의 가정과 왕국을 회복하기 위하여 트로이 전쟁으로부터 고국으로 돌아온다는 영웅에 관한 이야기다. 신의
노여움과 온갖 역정을 극복한 오디세우스는 20년 만에 이루어진 부부의 재회를 기뻐하고 이타카의 왕으로서
페넬로페와 재결합하여 잠자리를 함께 한다.
조이스는 1904년의 더블린을, 그의 오디세우스(율리시스)가 방랑할 지리적 장소를 삼는다. 그러면 조이스가 현대의 율리시즈의 역활을 하도록 선택한 인물은 누구인가? 그는
평범하고 순한 성품의 세일즈맨 리오폴드 블롬을 선택하는데, 그는 유대인으로서 이 극히 아일랜드적인 책에서
주인공 역활을 맡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화 속 오디세우스가 지혜와 용기로 시련을 극복하는
지혜로운 인물이지만, 블룸은 자신의 삶을 위해 분투하며 노력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이렇게 원전과 평행을 이루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리오폴드 블룸(율리시스)과 스티븐 디덜러스, 블룸의 아내 몰리, 이렇게 세 명의 주인공이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다. 먼저, 스티븐 디덜러스는 텔레마코스와 평행을 이룬다. 그는 방랑하는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아 헤매는 인물이다. 스티븐/텔레마코스는 <율리시스>의 최초의 3장을
점유하는데, 소설은 벅 멀리건(고가티)의 마텔로 탑에서 시작한다. 블롬의 아내 몰리는 영웅의 귀환을 인내심
있게 기다리며 정절을 지키는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와 평행을 이룬다. 단 몰리는 정절을 지키지 않고
방탕한 블레이지스 보일런과 통정하고 있다.
2) 주인공들은 어떻게 갈등하고 있는가?
조이스는 시공을 초월해가며 오디세이와
율리시스를 치밀하게 대응시키고 있다. 호머의 신화는 인물과 사건 그리고 주제 면에서 율리시스의 텔레마커스, 율리시스, 페네로프와 대응되고 있는 것이다. 호머의 오디세우스 장군은 영웅이며 텔레마커스라는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자식인 반면, 조이스 작품의 블룸은 루디라는 외아들이 있었지만, 태어난 지 11일 만에 죽었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네로프는 남편이 돌아올 동안
온갖 주변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정절을 지키지만, 블룸의 아내 몰리(Molly)는
외간남자와 정을 통한다. 더블린의 블룸, 스티븐, 몰리라는 세 현대인의 도덕적 정신적 마비의 양상을 호머의 신화와대비하여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율리시스에서 더블린과 1904년 6월 16일이라는 공간과 시간은 단순한 소설적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하나의 소우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블룸의 의식세계는 다양한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것은 아들 루디로 인한 갈등과 그로 인한 아내와의 성적인 부조화로 인한 강박관념, 부정한 아내의 남편으로서의 굴욕감, 이러한 감정들에 겹쳐지는 인생의
공허함이 혼재해 있다. 보기에 따라서 이 작품은 정신적인 아들을 찾고 있는 블룸과 정신적인 아버지를
찾고 있는 스티븐이 어떻게 결합되는가 하는 커다란 골격으로 구성되어 있다. 율리시스는 오디세이 신화처럼
부자관계가 주요한 플롯을 이루고 있지만 그 양상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오디세이 신화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에서의 위계질서는 확실하며 아버지의 권위가 존중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조이스는 이 같은 오디세이
신화를 거부하며 권위에 도전코자 한다. 스티븐은 육체적 아버지인 사이몬을 거부하고 또 다른 정신적 부성을
갈구한다. 이를테면 율리시스의 “스킬라와 카립디스(Scylla and Charybdis)” 에피소드에서 스티븐은 부성을 ‘허구’로 규정하며 이를 거부한다. 블룸이 잠자리를 제공코자 하지만 스티븐은
이를 거절하는데, 이는 스티븐이 아버지 사이몬을 대신할 또 다른 권위에 지배 받는 것을 거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오디세이 신화에 나타난 텔레마커스와 율리시스와 같은 진정한 부자관계는 스티븐의
거부로 인해 율리시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면 블룸이 추구하는 대상은 진정한 부성(父性)의 회복이다. 블룸 고민한 나머지 아내 몰리와 부부생활마저도 단절한다. 그래서 그는 아내로부터도 부권을 상실 당하고 아내는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보일런(Boylan)이라는 남자를 만나 정사를 나눈다. 이러한 상황들은 부자관계의
균열에서 출발해서 부부관계마저도 파국의 상황으로 발전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블룸이 회복해야 할 대상은
상실한 남편의 권위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억압되고 소외된 블룸은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긍정적인 삶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부자관계와 부부관계에서의 부성과 부권의 회복을 위한 작가의 인식은 자신의
조국에 대한 인식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3) 율리시스에서 조이스가 그려내는 영웅의 모습은 어떠한가?
조이스가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현대판 영웅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 온갖 모험을 해야 했던 오디세우스와 정절의 상징인 그의 아내 페네로프, 그들이 보여주던 고결함과 정숙함은 현대의 율리시스에 오면 왜곡되고 일그러져 본래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들다. 블룸은 아내가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면서도 무기력하게 모른 척하는 남편이고, 그의 아내 몰리는 공공연히 간통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은커녕 남편의 멍청함을 비웃는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 스티븐은 정신과 사상의 자유를 부르짖지만 가족들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현대인들의 초상’이며 ‘영웅’이라고 조이스는 말한다. 조이스는
율리시스에서 블룸과 같은 평범한 인물들에게서 영웅적인 모습을 찾고자 한다.
영웅은 굳이 역사와 전쟁에서나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이스는 정말 중요하지 않는 도시의 소시민들에게 영웅적인 위치를 부여하고 있다. 에피소드는 20세기 초반기에 등장한 여러 모습의 영웅들을 보여준다. 스티븐은 그리스의 영웅 피러스(Pyrrhus)의 영웅적인 행동을
떠올리다가 갑작스레 의식의 흐름의 수법으로 그를 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병사들의 모습과 연관 지운다. 고대와 현대 이래로 영웅들이 한 일과 역할은 무엇인가? 스티븐은
끝없는 회의에 빠지면서 고대뿐만 아니라 현대의 영웅주의에 의문을 제기한다. 스티븐은 참된 인간의 역사적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정복자들의 영웅주의로 가득 찬 역사는 악몽이며 허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란 보편적 사실과 인물들이 명멸하는 가운데에 창조되는 것이지 결코
한두 영웅들과 사건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디세이 신화에서 숭배되던 국가와 민족을 위한
영웅과 그들의 투쟁이 이렇게 율리시스에서는 철저히 거부된다. 또한 영국의 제국주의를 따르며 영웅주의를
모방하는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도 비판 받는다. 조이스는 고대의 신화 속 영웅보다도 더 위대한 현대의
영웅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우리에게 묻는다. 조이스는 오디세이 신화에 드러나는 영웅주의를 비판하고
더 나아가 오디세우스와 같은 영웅의 행동이 인간의 삶과 역사에 어떠한 진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를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4) 왜 몰리는 페넬로페와 정반대로 성적 자유를 가지는가?
조이스는 페넬로페의 이야기를 패러디하여 정절의 신화를 해체한다. 호머의 작품에 나왔던 페넬로페가 조용히 편물을 짜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라면 몰리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녀는 구애자들을 물리치지 않으며 오히려 끊임없이 유혹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녀가 욕구를 느끼는 남성은 사회의 모든 지위와 계층, 연령을 망라하고 있다. 나이든 신부부터, 농부, 교수, 학생, 가수, 건달, 군인, 외국인, 흑인, 깡패 살인자, 집시, 수병에
이르기까지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거론된 남자만도 25명에 이른다. 호프만에
따르면 그녀는 "순진한 욕망의 문학적 시위이며 그녀의 성적 만족은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는데
사회에서 흔치 않은 일이지만 많은 사람이 갈망하는 바"이다.
몰리는 여성의 성적 자유를 제한하는 인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와의
사랑을 즐긴다. 그녀는 그날 4시에 정부인 보일란(Boylan)을 만나 밀회를 즐기고 흐믓해 하고 있다. 그녀는 남편과 10년 반 동안 아무 관계도 없었고 보일란과 만족스런 관계를 가진다. 그녀는
오폐라 가수로서 오페라단 단장인 그와 공공연히 연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그들의 스캔들은 더블린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연애는 남편 탓이라며 오히려 그들이 공모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블룸이 연애를 하고 다니지 않을까 계속 의심하며 몰리는 블룸이 여자들을 훔쳐보곤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몰리의 주장에 의하면 블룸의 소망에서 기인한 고의적 계획이 이런 결과를
부른 것처럼 보인다. 블룸은 아내를 거래하는 남자이다. 블룸은
자기 아내에게 누드 모델을 하라고 권한 적이 있었고-집안 형편이 극도로 어려울 때-보일런과 어울리는 것을 알면서 모르는 체한다. 새벽에 데리고 온 스티븐에
대해서도 남편이 자신의 상대로 골라 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블룸은 반영웅의 모습을 띠고 있고 아내를
누군가에게 떠맡기며 무능하다. 그는 사회에서 소외되어 방랑하며 경제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인물이 아니고
현재 형편이 극도로 어렵다. 수 없이 이사를 다녔으나 경제적 궁핍을 면치 못하는 가정 상황에 대해 몰리의
절박한 심경이 드러난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11년
전에 죽은 아들의 죽음인데, 그녀의 자책에는 남편의 비난이 녹아있다.
남편의 비난에도 자기 탓만은 아니라고 항의하는 것이다.
아들의 죽음에 관한 죄책감은 블룸의 의속 속에도 자리잡고 있는데 은연중에
아내에게 주요 책임을 돌리는 듯이 보인다. 블룸이 11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내를 돌아보지 않은 것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유기로 보인다. 이렇게 블룸은 무관심과
방기로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황폐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끝없는 바람기로 아내를 긴장시키고 오랜 동안
관계를 거부함으로써 아내에게 죄책감을 가중시킨다.
5) 결론은 해피엔딩인가?
아버지를 찾는 텔레마코스 역인
스티븐 디덜러스는 마치 아버지처럼 친철한 블룸에게 아버지의 대리인을 발견한다. 그런데 유곽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조우는 어떻게 보아도 일시적인 것일 뿐, 하나의 해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블룸은 오쟁이 진 남편으로, 샌디마운트 해변에서 자위행위로 성적인 긴장을 해소한다. 결말 부분에서
그는 거의 12년 동안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은 아내와 반대 방향으로 누워 자는 편을 택한다. 이것을 관습적인 '해피엔딩'이라고
보기는 거의 힘들다. 이 해결은 인간적으로 '불완전한' 원을 그리고 있다.
블룸과 몰리는 비정통적인 방식으로
영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동안의 여행에서 블룸의 몽상은 몰리에 대한 것으로
고정되어 있고, 결말 부분에서 몰리 역시 생각 속에서나마 남편에게 충실하게 대한다. 이들에게는 기계적인 정액의 사출을 넘어선 진정한 감정의 공유와 영적 교감, 그리고
화해가 존재한다.
몰리의 독백의 마지막 단어는 삶의 긍정을 외치는 "Yes"이다. 스티븐과 블룸이 삶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면, 몰리는 근본적으로 삶을
긍정하는 인물이다. 조이스가 몰리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노력은 그녀의 독백에 'yes'를 추가한 사실로써 입증된다. <페넬로페>에서는 'yes'라는 말이
83번 반복되는데 28번은 조이스가 여러 번 수정을 거쳐서 추가한 것이다. 그리고 조이스는 최종적으로 <율리시스>의 마지막 단어 'yes'를 대문자화하고 종지부를 찍고 있는데(Yes.) 이것은 몰리가 블룸을 수용하고 변모는 만인(Everyman)의
모습을 갖춘 블룸의 중용적 역할과 그의 인간애로서 가능해진다.
조이스가 말하고 있는 것은 이런
것이다. 인생은 긍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절대적인
의미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1. 출저
예술을 위한 순교자 제임스 조이스(김학동
지음, 건국대학교 출판부, 2001))
하룻밤의 지식여행 조이스(데이비드 노리스 지음, 이수명 옮김,
김영사, 2006)
율리시즈(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범우사, 1988)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성숙 옮김,
동서문화사,2011)
제임스
조잇와 그리스로마 신화(지중해지역연구, 제11권 제2호, 허상문, 2009)
<율리시즈>의 여성의 언어와 담론들(제임스 조이스저널 제9권1호 177-192, 안정숙, 2003)
예술가로서의
조이스와 가톨리시즘(제임스 조이스저널 제16권1호 97-116, 박윤기,
2010)
2.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 칼립소
103p 고양이는 탐욕스러운, 부끄러운
듯한 눈을 깜박이면서 올려다보았다, 슬픈 듯이 그리고 길게 울고 흰 이를 드러내면서, 그는 고양이의 어두운 눈동자가 욕망 때문에 좁아지고, 그 눈이 두
개의 녹색 구슬과 똑같아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104p 수염을 깎으면 고양이가 쥐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정말일까? 왜 그럴까? 그것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가? 아마도 수염 끝이. 그렇지 않으면 어둠 속에서는 하나의 촉각 역할을
하는 거야, 틀림없이.
105p 현관의 돌계단 위에서 그는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열쇠를 뒤졌다. 여기에는 없군. 벗어 놓은 바지 안인가? 가지고 와야지. 감자는 있다. 삐걱거리는
양복 장롱. 그녀를 깨우지 않는 것이 좋아. 그녀는 아까부터
졸린 듯이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그는 밖으로 나오자 현관문을 매우 신중하게 닫았다. 좀 더. 문 자락이 조용히 문지방에 낄 때까지. 꽉 닫힌 것 같다. 어쨌든 돌아올 때까지는 안심이다.
106p 그것이 신호다. 신호, 저녁 바람이다. 나는 지나간다. 저물어가는
금빛 하늘. 한 어머니가 혼자 문간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뜻을 알 수 없는 말로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인다. 높은 벽, 그
저편에서 현악기 소리가 울린다.
110p 악귀들의 고함소리. 창이
열려 있다. 깨끗한 공기는 기억을 돕는가. 그렇잖으면 노랫가락을? 아베세 데페지 켈로멘 오페쿠 러스트유비 더블류. 남자아이들인가? 그래. 이니쉬터크 이니샤크 이니쉬보핀. 지리를 하고 있어. 광산. 나의
이름과 같은 블룸 산.
110p 답이 나오지 않은 채 숫자는 머릿속에서 하얗게 흐려졌다. 그는 불쾌감을 느끼면서 숫자가 사라지는 대로 그의 눈을 채웠다. 그리고
그는 양념을 발라서 구운 돼지고기의 미지근한 냄새를 조용히 들이마셨다.
110p 그의 눈길은 그녀의 두툼한 엉덩이에 머물렀다. 우즈가 그 사나이의 이름이다. 녀석은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그의 아내는 약간 나이가 들었어.
110p 족제비 눈을 한 푸줏간 주인이 소시지를 잘라 쌌다. 그 손가락은 소시지 같은 핑크색으로 부스럼투성이. 외양간에서 자라
아직 새끼를 낳지 않은 어린 암소와 같은 건전한 고기가 거기에 있어.
111p
미스터 블룸은 급히 가리켰다. 만약에 그녀가 천천히 걷고 있으면 뛰어가서 뒤따라가리라. 출렁거리는 저 햄과 같은 엉덩이를. 아침에 처음 보는 것으로는 나쁘지
않아. 빨리 해, 제기랄.
어물어물하다가는 해가 넘어간다. 그녀는 가게 앞, 햇볕
속에 서 있다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111p
저 여자는 다른 남자 거야. 비번 경찰 하나가 에클즈 골목길에서 그녀를 껴안았던
거다. 사내들은 끌어안기에 꼭 알맞은 여자를 좋아하지. 가장
좋은 소시지. 오, 부탁이에요, 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어요.
113p
구름 하나가 차차 태양을 덮기 시작하여 완전히 가리고 말았다. 잿빛이다. 멀리까지.
114p
회색 공포가 그의 육체를 움츠러들게 했다. 그는 신문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모퉁이를 돌고 에클즈거리로 돌아 집으로 길을 서둘렀다. 차가운 기름이
그의 피를 냉각시키면서 그의 정맥을 흘렀다. 나이가 그를 소금의 외투로 감쌌다.
117p
그녀가 한쪽 팔꿈치를 베게에 받치고 몸을 휙! 일으켰을 때 침대의 놋쇠고리 장식이
짤랑 하고 울렸다. 그는 그녀의 풍만한 몸집을 느긋하게 내려다보고, 나이트드레스
안에서 산양의 젖처럼 솟은 크고 부드러운 유방 사이를 바라보았다. 누웠던 여체의 온기가 공중으로 솟아, 그녀가 따른 홍차의 향기와 섞였다.
118p
윤회라, 그는 중얼거리고 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스어야. 그리스에서 온 말이야. 영혼의 전생이라는
뜻이지.
120p
어딘가 젊은 학생과 소풍 갔다는 것은 어땠을까? 그는 옆에 놓아 둔 구겨진 편지를
펴고 천천히 읽으면서 빵을 씹고 다음 한 조각을 육즙에 젹셔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125p
가벼운 구토를 일으키는 후회의 마음이 점점 강해지면서 그의 등뼈를 따라 내려갔다, 일어날
건가? 일어날 거야. 막는다. 헛된 일이지. 움직일
수가 없다. 소녀의 달콤하고 가벼운 입술. 그 입술에도 일어나겠지. 그는 척추를 흐르는 구토 기운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간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 키스를 받는 입술, 키스하면서
키스를 받는다. 푹신하게 달라붙은 여자의 입술.
125p
그는 조용히 읽었다. 나오는 것을 억누르면서.
첫째 단을, 그리고 나오는 대로 내보면서,다시
참으면서, 둘째 단을 읽기 시작했다. 반쯤까지 와서 이제
그는 마지막 억제를 포기하고 읽으면서 그의 장이 조용히 편안해지는 것을 허락했다. 참으면서 읽어 가는
동안에 어제의 가벼운 변비는 해소되었다.
■ 나우시카
575p
여름의 석양이 그 신비한 포옹으로 이 세상을 감싸기 시작했다.
575p
저 멀리 서쪽에서는 해가 막 져가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쉬운 듯 마지막 노을이 바다 위에, 해변 위에, 예부터의
만의 물을 지키면서 오만하게 서 있는 낯익은 호스곶 위에, 샌디마운트 해안 지대의 해조로 덮인 바위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용히 서 있는 유서 깊은 교회 주위에 아름답게 머물러 있다.
575p
세 소녀가 바위에 앉아 석양의 경치와, 아직은 하오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상쾌한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녀들은 마음에 드는 이곳에 와서 반짝이는 파도 옆에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도 하고 여자다운 화제에 열중하기도 했다.
576p
소녀의 아이 어르는 솜씨를 보라! 앙증맞은 새 턱받이를 하고 있는 그 아이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시시 캐프리는 풀로러 맥플림지처럼 제멋대로이고 버릇없는 미인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보다 진실한 마음씨를 지닌 아가씨는 또 없으리라, 언제나 웃고
있는 집시 같은 눈, 잘 익은 버찌와 같은 붉은 입술, 쾌활한
목소리,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그리고 에디 보드먼도
어린 동생의 귀여운 옹알거림을 들었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578p
친구들은 근처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긴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거티 맥도웰은 매력적인 아일랜드 소녀의 전형이랑 할
만했다. 그녀를 아는 이웃 사람들은 대개 그녀가 아버지 쪽인 맥도웰 가문의 혈통보다 어머니 쪽인 길트랩
가문의 혈통을 더 많이 이어받은 것 같다고 말하곤 했으나, 어찌됐든 그녀가 미인이라는 점에는 다들 이견이
없었다.
579p
어째서 여인들의 눈은 그리도 마력적인가 짙푸른 아일랜드 푸른빛를 띤 거티의 눈동자는 운기흐르는 속눈썹과 표정 풍부한 짙은
빛깔의 눈썹으로 인해 더욱 두드려져 보였다. 전에는 그녀의 눈썹에 이정도로 부드러운 매력은 없었다.
579p
그러나 거티의 가장 뛰어난 매력은 그 풍성한 그 머리카락의 아름다움에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곱슬진 암갈색머리였다. 그녀는 마침 초승달이 뜨는 날이므로 오늘 아침 그것을 막 자른 참이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머리 위로 풍성한 머리다발이 눈부시게 늘어뜨려져 있다. 또
그녀는 손톱 손질도 했다. 목요일에 하면 복이 있다고 하니까. 그리고
방금 에디의 말을 듣고는 빰에 섬세하고 옅은 장밋빛 홍조를 띠우며 수줍어 하는 그녀의 표정은 신이 빚으신 아름다운 나라 아일랜드 내에서도 견줄
여성이 없을 만큼 아름다워 보였다.
579p
그녀는 그 귀여운 입술을
잠시 달싹이는가 싶더니 흘깃 위쪽을 바라보고는 5월의 아침처럼 신선한, 짧고 경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580p
거티가 입은 옷은 단순했지만 본능적인 판단으로 귀부인형을 고른 것이었다. 그가
그 근처에 잠깐 올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약간 있었으므로. 강청색의, 돌리
염색기로 자신이 직접 염색한 (<레이디스 픽도리얼>지에서강청색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언했으므로),가슴골까지 v자형으로 파인, 손수건 꽂는 주머니가 있는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580p
보폭에 맞추어 재단된 해군 제복 스타일의 정강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스커트는 그녀의 우아하고 날씬한 몸매를 완전히 드러내
보여주었다.
581p
그녀의 우아한 발목은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부분과, 위쪽은 가터벨트 형태를 띠고
뒤꿈치 부분은 그물 형태로 된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보기 좋은 다리 전체와의 완벽한 비율을, 너무
지나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드러냈다.
582p그녀의 행운의
바탕이 된다는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색이었고, 또 신부가 옷 어딘가에 푸른색을 조금 지니면 행복해진다고들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좋은 운명이 오기를 기도했다. 왜냐하면 지난주 어느 날, 그녀가
녹색 옷을 입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중간시험의 장학금을 위해 공부하라며 그를 밖으로 못 나가게 한
슬픈 일이 있었으므로, 또 그녀는 이날 아침, 낡은 속옷을
뒤집어서 입을까 고심했는데, 이는 속옷을 뒤집어 입으면, 그날이
금요일만 아니라면, 행운이 찾아오고 연인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582p
그녀의 결혼에 대한 백일몽이 한갓 공상일 뿐임을.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 출신인
레기 와일리 부인(그의 형과 결혼하는 여자가 와일리 부인이 되듯이)을
위한 결혼식 종이 울린다거나, 신문 사교란에 값비싼 푸른 여우털로 장식한 잿빛의 화려한 최신 유행 코트를
입은 거투르드 와일리 부인의 사진이 실린다거나 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아직 어려서
이해하지 못한다.
583p
오래 전 스토어가에서 파티가 있었던 밤, (그때 그는 여전히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그들이 단둘이 있게 됐을 때, 그는 그녀의 허리에
살며시 팔을 둘렀고 그녀는 곧 입술까지 새파래졌다. 그는 묘하게 쉰 목소리로 그녀를 귀여운 사람이라
부르며 짧게 키스(최초의 키스!)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이 닿은 곳은 그녀의 코끝에 지나지 않았고, 그는
뭘 좀 마셔야겠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급히 방을 나가버렸다. 얼마나 성질 급한 사람인가!
583p
그녀가 그리는 이상적인 사랑은 그녀의 발아래 진기하고 불가사의한 애정을 바치는 왕자의 매력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강하고, 과묵한 얼굴을, 이제까지 이상적인 여성을 만난 일이 없는, 아마도 머리에는 약간
백발이 섞인 남자다운 남자다. 여자를 이해하고, 그 튼튼한
팔로 힘껏 그녀를 품어 안고서, 길고 긴 입맞춤으로 위로해주는 그런 남자. 틀림없이 천국과 같은 기분이리라. 그런 남자를, 그녀는 이 향기로운 여름의 석양빛 아래 앉아서 동경하고 있다. 마음의
모든 것을 바치고, 오직 그만의 유일한 한 사람이 되어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언제나
함께하는 앞으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그의 약속된 아내가 되기를 바란다.
583p
거티는 남편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음식과 의복을 준비할 것이다. 여성다운
지혜를 가진 그녀는 보통 남자들이 가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584p
남편은 훤칠한 키에 어깨가 떡 벌어져 있을 것이며(그녀는 항상 남편으로 키가
큰 남자를 원했다), 꼼꼼히 손질한 콧수염 아래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빛나는 그런 남자일 것이다. 그와 그녀는 대륙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고(꿈 같은 3주간!), 그리고 그다음엔 작고 아늑한 집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고
날마다 소박하면서도 빈틈없이 갖춰진 아침식사를 함께 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일하러 집을 나서기 전에
사랑하는 아내와 진심어린 포옹을 하고는, 잠깐 그녀의 눈을 물끄러미 내려다 볼 것이다.
585p
흑인인형처럼 곱슬머리를 한 말괄량이 시시. 그녀를 보면 가끔 웃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그녀가, 중국차와 ‘솬딸기’ 럼술을 드릴까요 하고 말하며 항아리를 끌어당기거나 할 때, 또는
자신의 손톱에 빨간 잉크로 사람 얼굴을 그린 것을 보면 누구나 배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에는, 미스 화이트를 보러 잠깐 갔다 오겠다고 말하는 식이다. 일종의 시시주의라고나 할까.
586p
하지만 그렇게 많은 가정이나 가족을 파멸시켜 온 저 천한 음료는 어렸을 때부터 그녀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왔다. 그녀는 음주벽이 가져온 가정 내 폭력을 직접 목격까지 한 바, 그녀는
음주벽이 가져온 가정 내 폭력을 직접 목격까지 한 바,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이성을 잃고서 그 몹쓸
마력의 희생양이 되곤 했던 것인데,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자에게 손찌검을 하는 남자는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사실이다.
587p
그래도 여전히 남자들의 목소리는 위대한 힘을 지닌 성처녀, 더할 나위 없이 자비로운
성처녀에게 기도하고 노래했다. 거티는 생각에 잠겨, 주위에
있는 그녀의 친구도, 장난치고 잇는 쌍둥이도, 샌디마운트의
초지 쪽에서 걸어와 해안으로 자시 산책 나온 사람, 시시 캐프리가 아버지와 닮았다고한, 그 신사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고, 소리에 귀 기울이지도 않았다.
가령 그녀의
아버지가 (알려주오, 마리아여, 어떻게 당신의 사랑을 구해야 하는지) 또는 (나의 사랑과 로셸 근처 오두막) 같은 노래를 부르고, 또 친구들과 함께 새조개 스튜와 라젠비 가게 샐러드 소스를 곁들인 양상추를 저녁으로 들면서 최근 뇌졸증으로
갑작스럽게 죽은, 그래서 최근 장례를 치른 디그넘 씨-오
하나님, 디그넘 씨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와 함께 (달이 뜬다네)를 부를 때면,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끼곤 했다.
587p
그 신사는 한두 번 표적을 가늠해 보더니 모래사장 이쪽의 시시 캐프리가 있는 곳을 향해 그것을 던졌지만 공은 경사면을 맞고
굴러 떨어져서 마침 거티이 스커트 아래 바위 옆, 물웅덩이 근처에서 멎었다..
물론 그것은
저편에서 보고 있는 신사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일부러 한 일이었다. 그녀는 따뜻한 홍조가, 거티 맥도웰, 그녀에게는 늘 위험한 산호인 그 붉은빛이 자신의 뺨으로
올라와 후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때까지는 무심히 스쳐 지나듯 신사와 시선을 마주친 것이 고작이었지만, 이번엔 모자 챙 아래로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황혼 속에, 그녀가 바라본 그 신사의 얼굴은 창백하고 묘하게 굳어져
있어, 그녀가 이제까지 본 얼굴 가운데 가장 슬프게 보이는 듯했다.
588p
교회의 열린 창으로부터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원죄의 얼룩 없이
태어난 성모의 향기로운 이름들이, 신비로운 그릇이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존경하올 그릇이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지극한 사랑의 그릇이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신비로운 장미여 하는 기도 외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590p
거티는 이제 그만 울어대는 갓난아이를 집으로 데려가서 더 이상 자기 신경을 날카롭게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제 쌍둥이들이 밖에서 놀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먼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590p
그리고 이제 그 풍경은 서서히 다가오는 저녁의 어둠 속에 묻혀가고 하늘엔 구름이 밀려들고,호스곶의
베일리 등대엔 불이 켜진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교회의 노랫소리, 그리고
교회에서 태우는 향냄새, 이 모든 것이 처량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응시하는 동안, 그녀의 가슴은 두근두근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 신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녀였고, 그의 시선 속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다. 마치 그녀의 내부를 샅샅이 뒤지고, 그녀의
영혼 자체를 읽어내기라도 할 듯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591p
그녀는 레기 와일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이 비치는 스타킹을 신고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와일리에 대한 일은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녀가 그토록 자주
꿈꾸던 일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그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 그를 원했기에, 본능적으로, 그가 다른 누구와도 다르다고 느꼈기에. 여인이 되어가고 있는 소녀의
심장이 그 사람에게로, 꿈속의 남편에게로 이끌렸다.
592p
그녀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그가 자신과 사라에 빠지게 된다면, 그의 지난 사랑의 기억들, 추억들조차 모두 용서할 것이며 그 사람
역시 그 모두를 잊게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는 참다운 사내로서,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포근히 껴안으리라, 사랑해주리라, 그만의 소녀, 오직 하나뿐인 그만의 그녀를.
592p
만약에 흰 옷을 입은 도미니카 교단의 수녀가 된다면, 그는 성 도미니크의 9일기도를 위해서 수녀원에 올지도 모른다. 그녀가 참회 때에, 그에게 보이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머리 뿌리까지 빨개지면서 고백할 때에 신부는 말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단순히 자연의 목소리이며, 우리는 모두 자연 법칙에 따를 뿐이니.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그것은 죄가 아니다, 그것은 신이 만든 여성의 성질에서 오는 것으로,
우리의 동정녀까지도 대천사 가브리엘에게 ‘주의 여종이 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그는 그와 같이 친절하고 거룩했다.
594p
거티는 머리를 매만지기 위해 잠시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더욱 우아한 밤색 머리가, 그 어떤 소녀의 어깨 위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아름다운 머리가 나타났다. 미칠
정도로 아름다운 머릿결이었다. 이 정도의 머리를 만나려면 적어도 수백 마일은 헤매 다녀야 하리라. 그 아름다움에 감동한 그의 눈에 감탄의 빛이 스치고 지나간 듯한 생각이 들어,
그녀는 전신에 전율을 느꼈다. 그녀는 챙 밑으로 훔쳐 볼 수 있도록 모자를 다시 썼다. 그는 뱀이 먹이를 바라보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여자로서의
본능이, 그녀가 그의 내면의 악마를 깨웠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얼굴이 목에서부터 이마까지 화끈 달아오르면서 탐스러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595p
그러자 우스갯소리 좋아하는 시시 양은 ‘키스한 지 30분 지났으니까 또 한 번 키스할 시간이야’하고 말했다. 하지만 집을 나설 때 일찍 돌아오라는 말을 들었으므로 에디는 시간을 알고 싶어 했다.
-잠깐 기다려, 시시가 말했다. 나 저기 아저씨한테 가서 몇 신지 물어보고 올게.
595p
그리하여 그녀는 그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고, 그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그녀를
바라보았으며, 또 그녀는 그가 초조한 듯 어색하게 주머니에서 손을 빼어 시곗줄을 만지작거리면서 교회
쪽을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았다. 거티는 그 신사가 정열적인 성격이면서도 자기 자신을 꽤나 억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순간 그는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에 매혹되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그 탁월한 외양 곳곳에 자기 억제의 표현을 드러내며, 점잖고 엄숙한 신사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596p
시시는 고맙다고 말하고는 혀를 내밀며 돌아와서는 아저씨가 자기 수도꼭지가 고장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596p
그녀는 신사가 시계의 태엽을 감고 기계 소리에 긔를 기울이는 것을 보았고, 그러는
동안 한층 더 빠르게 두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점점 어두워져 갔으나 그는 여전히 볼 수 있었고, 시계를 감거나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는 척하면서도 계속 보고 있었다. 곧
신사는 시계를 있던 곳에 집어넣고는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녀는 어떤 감동이 온몸에서 격렬하게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근처의 느낌과 코르셋이 닿는 곳의 초조한 느낌으로 그것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596p
또다시 그의 검은 눈은 마치 그녀의 윤곽 전체를 빨아들일 것처럼, 여신의 신전에서
경배하는 사람처럼,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남자의 정열적인
응시에 거짓없는 숭배의 마음이 드러날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 이 남자의 얼굴에서 그것을 볼 수 있으리라. 그것은 너 때문이다. 거트루드 맥도웰이여, 그리고 너는 것을 알고 있다.
597p
그녀들 모두 거티가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것을, 그들과는 다른 영역에, 다른 차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지금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알 것이므로, 그녀들은 이 점에 대하여 오랫동안 곱씹어
보아야 하리라.
599
어느 날 저녁에 냄새를 싼 신문에서 발견하여 베껴둔, 그토록 깊이 감동을 주었던
그 시처럼,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자기도 시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이상적인 사람이여, 그대는 실존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마게라펠트시의 루이스 J.월시가 쓴 것이었다.
599
‘어느 날엔가 그대 또한 황혼에’와 같은 시구가 있었다. 시 속에 그려지는 저 덧없는 아름다움으로부터 생겨나는 슬픔이, 한
해 두 해 세월이 지나가는 것을 그녀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침묵의 눈물로 그녀의 눈을 흐리게 했다.
599
그녀가 그 남자의 눈에서 읽은 저 마법과 같은 유혹이 진실이라면,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사랑은 열쇠장수를 비웃는다.
601
그녀는 한순간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빛이 그녀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얼굴에는 달아오른 정열이
있었다. 무덤과 같은 침묵의 정열이, 그리하여 그것이 그녀를
그의 것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얼굴을 내밀고 여러 가지 참견을 하는 사람이 없어져, 마침내 그와 그녀는 단둘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죽을 때까지 믿을 만한, 강직하고 진실한 남자라는 것, 손 가락 끝까지 불요불굴의 명예 인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의
손과 얼굴이 움직이자 전율이 그녀의 온몸에 퍼졌다. 그녀는 몸을 뒤로 쭉 빼고서 멀리에 있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무릎에 양손으로 깍지를 꼈다.
그녀가 포동포동한, 부드러운, 아름다운 다리
전체를 드러냈을 때, 그것은 보는 사람은 그와 그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심장과 고동과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뜨거운 피를
가진 남자의 그러한 정열에 대해서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02
재키 캐프리가, 저것 봐, 하고 외쳤다. 또 하나의 불꽃이 올라갔다. 그녀는 더욱더 몸을 뒤로 젖혔다. 투명한 가터벨트가 불꽃으로 인해 푸른빛으로 빛났다. 모두가 불꽃을
바라보았다. 저것 봐, 저기 좀 봐. 그녀는 불꽃을 보기 위해 더욱더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무엇인가
기묘한 것이 공기를 가르는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부드러운 것이 앞으로, 뒤로, 어둡게. 그리고
그녀는 길다란 원통형 꽃불이 나무 위로 높이,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들은 높이, 높이 올라가는 그것을 바라보며 잔뜩 흥분하여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로 높이, 높이
치솟는 그것을 눈으로 쫓기 위하여 점점 더 뒤로, 뒤로 몸을 젖혀야 했다. 그녀의 얼굴은 무리하게 몸을 뒤로 젖힌 탓에 신성하고도 매혹적인 장밋빛으로 붉게 애무하는 면직물, 그녀는 그에게 그것이 보이도록 했다. 그리고 그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꽃불은 너무나 높이 올라가 한순간 보이지 않게 뵈었고 그녀는 너무 무리하게 위를 쳐다보고 있었으므로
사지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602 그녀는 흐느낄 듯이, 그
하얀 가는 팔을 내밀며, 외치고 싶었다, 이리 와서 그 입술을
내 이마에 대어 달라고, 그녀는 갈구했다, 어린 소녀의 사랑의
외침, 오랜 세월 거듭되어 온 그 외침으로. 그러자 그때
하늘로 치솟은 폭죽이 펑 하고 터지며 사방을 눈부시게 비췄고, 오! 하는
탄성, 이어서 원통형 꽃불이 터지고, 다시 오! 모두가 오! 오!하고
기쁨에 차 소리치고, 그때 금빛 빛줄기가 하늘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니,
아! 그것은 황금빛에 녹색 빛이 도는 이슬 젖은 별들이어라, 오 너무나 생생한 오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하게, 오 너무나 부드럽게!
603 그리고 나서 그 모두가 잿빛 하늘로 이슬처럼 녹아 사라졌다. 모두가 침묵으로 돌아갔다. 아!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일으켜서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정을 담고, 머뭇거리듯
비난하면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흘끗 쳐다보자 그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603 소녀는 이번 일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까? 아니다, 천 번도 아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비밀이다. 그들만의, 그들을 가려주는 해거름의
어둠 속에서의, 두 사람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석양의 어둠 속을 여기저기 조용히 날아다니는 작은 박쥐 말고는 그것을 아는 사람도 이야기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작은 박쥐가 이야기할 리 있는가.
603 그녀는 똑바로 섰다. 여운이
남는 마지막 눈짓에 두 사람의 영혼은 교감되어, 그녀의 마음속까지 파고든 그의 눈초리는 이상한 빛을
띠고, 그녀의 아름다운 꽃과 같은 얼굴에 황홀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창백하게 미소 짓는 표정을 그에게로 돌렸다. 감미로운 용서로 가득 찬 미소를,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미소를.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604 구두가 너무 죄는가? 아니. 그녀는 절름발이이다! 오!
미스터 블룸은
그녀가 다리를 끌면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엾은 소녀! 그래서
그녀를 제쳐놓고 다른 소녀들이 전속력으로 뛰어간 거였구나. 그녀의 모습에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버려진 미녀. 불구는 여자에게 10배나 더 손해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그러한 여자는 정숙한 법이다.
605 여자는 핀을 하나 뺄 때마다 매력을 잃는다지. 핀으로 꼼꼼히 잘 여민다. 오, 메리는
자신의 핀을 잃었다네. 누군가를 위해 정성들여 성장하고 여자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유행의 역할, 슬슬 비밀을 알아차릴 무렵이 되면 또 바뀐다.
606 그것이 시작되면 여자들은 악마로 변한다. 어두운 악마 같은 표정. 몰리는 몸무게가 1톤이나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었다. 발바닥을 긁어 줘요. 아, 거기 네, 기분이
아주 좋아요. 이쪽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한 달에 한 번
휴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것일 때 하면 안 되는가?
임신할 염려는 없지. 우유도
상하게 하고, 바이올린 줄도 끊어놓는다지, 여자가 그것 중일
때는 정원의 풀들도 시든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어. 게다가 옷에 장식한 꽃이 시들어 잇는 여자는
바람둥이라는데. 여자란 다 그런 것이다.
608 미스터 블룸은 조심스러운 손으로 젖은 셔츠를 매만졌다. 오, 큰일이다, 저 절름발이
마녀 같으니. 차갑고 끈적끈적하군. 뒷맛은 안 좋아. 그래도 남자란 어떻게 해서든 배설해야 한다.
‘동기는 신성한것이어라’ 하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무슨 말을? 하지만 이야기를 어디에서 마무리 지어야 할 지 모르면
상황이 곤란해져. 여자들이란 질문을 하면 반드시 무언가를 되물어오는 법이거든. 얌전히 마차 안에 머물러 있는 게 상책이다.
609 첫 키스가 계기가 된다. 기회가
무르익은 순간, 그녀들의 내부에서 무엇인가가 터진다. 남몰래
글썽이는 눈에서 전해지는 그 말. 최초의 생각들만큼 강력한 건 없다.
그것을 그녀들은 죽는 날까지 기억하고 있다. 몰리, 정원
곁 무어인의 성벽 아래서 멀비 대위의 키스를 받았다지. 열다섯 살 때 였다고 했다.
612 디그넘. 자식들은 제
어미에게 엉겨 붙어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제대로 피도 안 마른 어린 것의 코코넛처럼 물렁한
두개골, 아직은 원숭이 새끼에 블과한, 그리고 포대기에서
진동하는 상한 우유 냄새, 굳어서 눌어붙은 분유 덩어리. 아직은
빈 젖꼭지를 물려선 안 돼요. 우유병에 바람이라도 채워서 줘요.
613 남자의 약점은 언제나 그의 아내를 보면 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것, 그것은 운명. 두 사람만의 비밀. 여자가 돌보지 않으면 타락해버릴 남자들. 작달막한 계집에겐 체격이 왜소한 남편이 붙는다. 신은 그 지으신
대로 이들을 짝지어 주신다. 그런데 가끔 아이는 제대로 생긴 것이 태어난다. 0 더하기 0 이 1이라. 그런가 하면 70세 부자 영감탱이가 수줍음 타는 어린 아내를 얻기도
한다.
614
어쨌든 문제는 자력이야. 모든 일의 배후에는 자력이 있어. 예를 들어, 지구 역시 자력에 따라 끌리거나 끌어당긴다. 운동은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거지. 그리고 시간은? 그렇다. 운동에 필요한 것이 시간이다. 따라서 만약에 무엇 하나가 멈추면 온 우주가 서서히 멈춘다. 서로
연결되도록 그렇게 짜여 있으니까.
615
왜 지금에서야 이 향기를 맡았을까? 냄새가 여기까지 닿는 데에는 그 아가씨가
오는 것과 같은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늦지만 확실하게. 수백만
개의 미분자가 불려서 날아온다고 생각해 봐.
사실 여자의
피부는 대단히 얇은 베일이나 망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잇다. 여자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녀의 육체는 무지갯빛 도는 미세한 거미줄 같은 것을 실을 잣듯이 끊임없이 뽑아내고 있다. 그녀가 벗는 모든 것에 그것이 묻어 있다. 스타킹의 발가락 끝부분. 이제 막 벗은 구두. 코르셋. 속바지. 가볍게 차서 던져 놓는다.
618
이슬이 내린다. 당신, 이런 때에
돌 위에 앉아 있는 건 좋지 않아요. 백대하에 걸려요. 그럼
아이를 못 낳게 돼요. 배 속의 아기가 힘이 세서 제 스스로 기어 나오지 않는 한. 나부터가 치질에 걸릴지도 모른다.
그대만의
작은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생명, 사랑 그리고 항해. 그리고
이번 것은? 물론 그 아가씨가 다리를 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너무
불쌍히 여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여자들은 그것을 기회로 삼으니까 말야.
623
그녀가 처음으로 코르셋을 입었을 때의 기억. 그것을 보고 나는 웃음을 터뜨렸지. 젖꼭지도 처음에는 작다. 왼쪽 것이 민감할 테지. 나도 그래. 심장에 가까우니까? 풍만한
가슴이 인기였던 시절엔 속에 패드를 넣고 다녔지.
626
아침이면 누군가의 발이 이걸 뭉개고 지나가겠지. 소용없는 짓이야. 파도에 씻겨버릴 걸. 밀물이 밀려와 여기까지 웅덩이를 만들어 놓을
거야. 주름과 상처와 낙서로 뒤덮인 저 바위들. 저들은 순수하도다! 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다른 세계라니 무슨 뜻인가> 전 당신을 버릇없는 꼬마라 불러요. 왜냐하면 싫거든요.
블룸은 느릿느릿
발을 움직여 글자를 지웠다. 모래는 끔찍한 물질이다. 모래
속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아. 모든 게 사라져버리지. 큰배가
여기로 닿을 일은 없겠지. 기네스의 화물선 말고는. 80일간의
키시 등대 일주. 반 고의로.
628
거터 맥도웰은 그 새가 작은 집에서 나와 시간을 알리는 카나리임을 알았기에 그녀가 그곳에 있던 시간이 몇 시였는지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그런 일에 대해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그녀 거티 맥도웰이었기에, 그리고
그녀는 단번에 알아보았으니, 그때 바위 위에 앉아 잇던 그 외국인 신사가 마치-
■ 페넬로페
251
그런데 바로 그 계집에는 우리들이 온타리오 테라스에 살고 있었을 때 그이를 유혹하려고 엉덩이에다 가짜 물건을 잔뜩 처넣어
블룩 나오게 하고 있었지 그이한테서 그 따위 계집애들의 분냄새를 맡는 것은 정말 질색이야 한두 번 나는 그이를 내 곁에 오도록 하여 그이의 코트에서
기다란 머리카락을 발견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는 의심을 품은 적이 있어요.
253
결혼하지 않고선 왜 남자에게 먼저 키스할 수 없담 때때로 온몸이 활활 타는 듯하지요 기분이 좋아질 때에는 미친 듯이 사랑하고
싶어요. 어떤 남자든지 내 곁에 있어서 나를 양팔로 끌어안고 키스해 주었으면 좋겠어 길고 열렬한 키스에
비할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그것은 마음속까지 마비시킬 지경이지
254
그가 참회실에 있는 나를 알고 있었는지 나는 궁금했어 그의 얼굴을 나는 볼 수 있었지만 그이는 물론 내 얼굴에 볼 수 없었어
그는 결코 얼굴을 돌리지 않았거니와 그렇게 하는 체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그의 엄친이 돌아가셨을 때에는 그의 눈이 새빨갰었어 물론 신부님들은 여자들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갖지 않아요 그러나 남자가 소리내어 우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야 신부님들은 홀로 내버려두는 게 나아요 나는 사제복을 걸친
신부님한테 안기고 싶어요 교황과 같은 향내가 그에게서 풍길 테니까 말이야
255
당신의 영혼이라 당신은 영혼을 갖고 잊지 않아 속에는 단지 회색의 물질이 있을 뿐이오 그이는 영혼을 가진다는게 무슨 뜻인지를
모르고 잇기 때문이야 그래요 내가 램프를 켰을 때 그가 지닌 그 엄청나게도 크고 짐승 같은 붉은 것을 가지고 세 번인지 네 번인지 덤벼들었음에
틀림없어요
257
조지너 심프슨이 그녀의 새집에 든 축하연을 베풀던 날 밤 그이는 그녀와 춤추며 밤을 새웠어 그리고 그이는 그 여자가 남과
동떨어져 잇는 것이 보기에 정말 민망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고 하며 나를 이해시키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
259
여자란 남자가 있을 때는 언제나 이야기를 그런 면으로 슬쩍 돌리며 친밀한 체하지요 여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이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간사스레 눈을 약간 꿈쩍꿈쩍하면서 모르는 체하기 때문에 그이가 어떤 남자인지 여자들은 이내 알아내고 말지 사실인즉 그런 짓이
그이를 망치게 하는 거야 나는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요
260
오 사랑하는 메이 저 따위 사내는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나 같으면 정말이지 죽어 버릴래 구두 벗을 줄도 모르는 얼간이
같으니 저런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담 저 따위 다른 남자와 다시 결혼하기보다는 차라리 나 같으면 스무 번이라도 죽는 게 나아요 물로 나
정도의 여자로서 저런 사람을 꾹 참고 견딘다는 건 여간해서 찾아 볼 수 없겠지만 내가 어떤 여자인지 내게 와서 함께 자보면 알 수 있어요
261
남자들이란 우리 여자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하얀 비소(砒素)를 파리잡이
종이에서 갉아 내어 남편의 차(茶)속에다 탄 거야 그렇잖아요 비소라니 어째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그이한테 물어봐도 그리스어에서 유례했다고만 하니 무식쟁이는 언제나 그대로 내버려 두란 말씀이지
남자들이란
모두 제각기 성질이 달라요 보일런은 내 발 모양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그이는 아직 소개 받기도 전에 이내 그것을 목격했어 내가 폴디와 같이 더블린
제과점(DBC)에 갔었을 때 나는 소리내어 웃거나 귀를 기울이고 들으려 애를 쓰면서 발을 흔들흔들하고
있었어
262
내가 버터를 맛보고 있었을 때 나는 그이을 알아채었지 그래서 나는 일부러 천천히 시간을 끌었어 그이가 놀리곤 하던 바텔
다시도 내가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부른 다음 함창대로 가는 계단에서 내게 키스를 시작했지 자 새삼스럽게 머뭇거릴 것 없어요 오 내 사랑 내 이마
한가운데에 키스해 줘요 그리고 나의 갈색 부분에도 그이는 양철 같은 목소리를 가졌어도 꽤 과격하 ㄴ분이었지 또한 그는 나의 저음(低音)에도 언제나
홀딱 반했었지
264
그이가 장갑을 호주머니 속에 넣는 것을 내가 보았을 때 물론 그이는 속옷에 대해서도 미쳐 있었어 그것은 스커트를 그들의
배꼽까지 말아올린 채 자전거를 타고 있는 저 말괄량이 계집애들을 언제나 슬금슬금 쳐다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265
남자란 여자와 단둘이 있게 되면 무슨 변덕을 부릴지 결코 알 수 없다니까 남자란 그러한 일이라면 정말 사납지 뭐예요 혹시
누구하고 겹치기라도 하면 말이야 그래서 나는 속치마를 조금 걷어 올리고 그이의 바지 밖으로 터치하게 해주었지
남자들이란
무엇이든 너무 재빨리 해치우고 싶어하거든 거기에서 향락을 몽땅 취하고 싶어하지요 그런데 저의 아버지는 그동안 쭉 저녁식사를 기다리고 계셨지요 그이는
나더러 푸주에 지갑을 놓고 와서 도로 찾으러 갔었다고 말하라 했지만 어쩌면 그렇게 거짓말쟁인지 몰라
266
그 뒤 그이는 매일 아침 한 통씩의 편지를 내게 보내 왔어요 때로는 하루에 두 통씩이나 나는 그가 연애하는 방법을 좋아했어
당시 그이는 여자를 낚는 방법을 알고 있었지 그때 그이는 여덟 송이의 양귀비꽃을 보내 왔는데 그 이유인즉 내 생일이 8일이기 때문이란 거죠 그 다음부터는 나도 편지를 썼어요
267
그이는 우리들의 방이 서로 나란히 붙어 있다고 생각하면 아마 기분이 언짢을 테지 새 침대 속에서 어떤 어리석은 짓을 하더라도
나는 그만둬요 제발 괴롭히지 마세요 옆방에 그이가 있어요 하고 그이더러 말할 수 없을 거야
271
세상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난 아무 상관없이 그이는 돈이 많아요 하지만 결혼할 남자는 아니야 그 때문에 누군가가 그이를
빼앗는 게 좋아요 그가 나를 좋아하는지 않는지 알 수만 있다면야 분을 바르면서 손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나의 얼굴색이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거울로는 얼굴 표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 게다가 그이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그이의 털 많은 가슴을 가지고 정말이지 숨이 막힐 지경이에요 언제나
드러누워 있어야만 하다니 그이가 뒤에서 밀어 넣는 것이 한층 나을 거야
272
언제나 음식점에서 자기가 목구멍에 쑤셔 넣은 한 조각가의 음식을 위해서 다른 사람이 대신 돈을 지불해 주었으면 하지요 우리는
얼마 안 되는 차 한잔도 대단한 은혜로 알고 감사해야만 해요 어차피 세상이 요꼴로 동강나 있는 것을 목격하고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될 바에야 나도
우선 고급 속바지나 두 벌쯤 더 갖고 싶어요
276
여자의 슬리퍼에다 술을 부어 마시다니 인치코어에서 본 성모 팔에 안긴 아기 침대 속의 아기 예수처럼 확실히 어떤 여자고
저렇게 큰 아기를 낳을 수는 없을 거야 그리고 나는 처음에 그 아이가 성모의 옆구리에서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녀가 요강에 가고 싶더라도
어떻게 갈 수가 있었겠어요
280
28번지의 시트런가에 머무르고 있던 저 허약하게 생긴 학생 녀석인 펜로즈가 내가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을 창문을 통해서 거의
볼 뻔했지 나는 타월을 가지고 얼른 얼굴을 가려 버렸지만 어쨌든 그것이 그녀석의 공부였어요 그애가 젖을 뗄 때에는 꽤 괴로움을 받았어 드디어 그이는
브레이디 의사한테 가서 벨라도나의 처방을 받아 왔지 나는 그이더러 젖을 빨게 해야만 했어 젖이 너무나 딱딱해졌다고 그이는 말했지 우유보다 한층
달고 진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이는 나더라 차(茶)속에다 짜넣어 달라고 했어 글쎄 그이는 정말이지 뭐라고 해야 좋을까
281
남자들이란 뭐든지 입 속에 넣고 싶어하지요 저런 사내들은 여자한테서 모든 향락을 얻고자 하거든요 아직도 그이의 입의 촉감을
나는 느낄 수 있어요 오 하느님 저는 사지를 쭉 뻗어야만 하겠어요
그렇잖으면
그이가 손가락으로 나의 엉덩이를 간질여 주면서 나로 하여금 두번째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준 그때의 꿈을 꿀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의 두 다리를
가지고 그이를 휘감은 채 약 5분 동안이나 계속하고 있었지 나는 결국 그이를 끌어안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 오 맙소사 나는 별의별 걸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어요 오입이든 똥이든 뭐든지 하지만 얼굴이 험상궂게 보인다든지 긴장 때문에 주름살이 보이지
않았어야 할 텐데 그이는 그걸 어떻게 생각했는지 몰라 남자의 기분을 맞춰 줘야지 남자들이라고 해서 다 그이 같지는 않아요
282
르르시이이이이이이이프로오오오옹 기차가 어디선가 기적을 울리고 있군 저런 기관차들이 지니고 있는 힘이야말로 굉장한 거인들
같지 그리고 그 옛날 달코코콤한 사랑의 노래 마지막 장면처럼 물이 사방팔방으로 출렁거리고 있는거야 그리고 그네들의 아내며 가족들과 동떨어진 채
저런 찌는 듯이 더운 기관차 속에서 밤새껏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련한 사람들 오늘은 날씨가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
284
그리고 가만있자 그 밖의 뭐더라 한 손으로 실매듭을 짓는 것도 가르쳐 주었어 우리들은 마치 사촌 같았어 그때 나는 몇 살이었더라
저 폭풍우가 요란하던 밤 나는 그녀의 침대에서 잠을 잤어요 그녀는 내 주위를 그녀의 팔로 감싸 주었지 그리고 아침에는 베게를 가지고 서로 싸움을
했답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그이는 알라메다 광장의 연주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를 응시하고 있었지
285
나는 처음에 교회를 쳐다봤다가 그 다음에 창문을 쳐다보고 그리고 밑을 내려다 봤지 그러자 우리들의 눈이 서로 마주치고 말았어
나는 내 몸 속을 뭔가 바늘 같은 것이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 내 누이 마구 춤을 추고 있었어 지금도 생각나지만 나중에 내가 거울을
들여다 봤을때 나는 거의 내 꼴을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어
286
그래 이제 됐어 나는 그때 더위 속에서 뒹굴곤 했었지 내 속옷이 땀에 흠뻑 젖어서 의자에 앉아 있으면 볼기짝이 끈적끈적
달라붙었어 일어서자 볼기짝이 통통하게 굳어 있었지 그때 나는 소파의 쿠션에 올라 앉아 옷을 걷어 올려 보았다오 그리고 밤에는 빈대투성이요 모기장은
쳐놓았어도 단 한 줄도 책을 읽을 수 없었어
그녀는 내게
여섯 번인가 일곱 번 키스했지 나는 울지 않았어 그래 운 것 같기도 해 아니면 울 뻔했나봐 내가 안녕이라고 말했을 때 내 입술이 떨리고 있었어
그녀는 푸른 칼라가 붙은 어떤 특별한 종류의 멋들어진 항해용 숄을 두르고 있었으며 한쪽 얼굴 모습을 아주 두드러지게 했지 정말이야 지극히 예뻤어요
289
그이가 다음번에는 한층 기다란 편지를 써주었으면 해요 만일 그이가 진실로 나를 사랑한다면 말이야 오 위대한 하느님께 감사드리오니
제가 몹시도 바랐던 바를 저에게 주고 기운을 불어넣어 줄 사람을 저는 얻게 되었나이다 이곳에서는 오래 전 당신이 지녔던 것과 같은 기회는 없어요
누군가가 나에게 연애편지를 써줬으면 좋겠어 그이의 것에는 대단한 게 없었어
290
하지만 만일 그이가 그 편질 쓴다면 그 속에 약간의 진실은 담겨 있을 거야 사실이든 아니든 사랑이란 당신의 온 하루와 인생을
채워서 언제나 뭔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고 당신의 주위를 신세계처럼 보이게 하지요 침대 속에서 편지를 쓸 수 있을지 몰라 그이가 나를 생각하도록
짧고도 몇 마디 말로만 써야지
솔직한 정직성으로
행동하는 거지 세상의 가장 위대한 행복을 얻기 위해 신사의 프로포즈는 그저 받아들여야만 해요 정말이지 그 밖의 별도리가 없지 남자들에게는 그것으로
아주 족하겠지만 여자로서는 나이만 먹으면 이내 남자들은 잿간 바닥에다 내던져 버리니 별도리 없잖아요.
292
그이가 나에게 키스해준 최초의 남자였어 무어의 담벼락 밑에서 나의 사랑하는 사람 아직 그이가 소년이었을 때 말이에요 키스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어 드디어 그이는 혀를 내 입 속에 밀어넣었지 그의 입은 달콤하고 싱싱했어요
293
그이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 나는 가능한 한 그이를 흥분시키기 위해 앞가슴이 터진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어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유방이 막 통통하게 살찌기 시작하고 있었지 전 피곤해요 하고 나는 말했지
294
저 멀리 배들은 마치 나뭇조각 같았어 그것은 몰타를 향해 지나가는 보트엿찌 그렇지 바다와 하늘 누구든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나 할 수 있었어요 그곳에 누워 영원토록 말이야 그이는 옷 위로 유방을 애무했어 남자들이란 그런 짓을 좋아하지요 거기가 동그랗기 때문이야
나는 그이에게 기대고 있었어 하얀 밀짚모자를 쓰고 너무 새 것이 되어서 조금 햇빛을 쬘 양으로 말이야 내 얼굴은 왼쪽에서 보는 것이 제일 예쁘지
남자들이란
자기들이 나온 곳으로 도로 들어가고 싶어서 죽고 못 살지요 그들은 결코 속 깊이 까지 도달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서
일을 다 치러 버리거든 다음번까지 말이에요 그렇지 왜냐하면 참 근사한 너무나 보드라운 기분이 들거든요 그동안 내내 말이야 정말로 보드라운 감촉
어떻게 하여 우리들은 끝나 버렸는지도 몰라 그래요 오 그렇고 말고 나는 그이의 것을 내 손수건에다 빼게 했지 나는 흥분하지 않은 체하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내 두 다리를 벌렸지 나는 그로 하여금 나의 패티코트 속을 터치하지 못하도록 했어요 나는 옆이 벌어지는 스커트를 입고 있었어 나는
그에게서 억지로 생명을 짜냈던 거야
295
그이는 부끄러워했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저 아침의 기분처럼 그이가 좋았어 내가 그런식으로 그이를 덮쳤을 때 그이는 약간
얼굴을 붉혔지 내가 그이의 단추를 풀고 그것을 꺼내 살갗을 벗겼을 때 그 끝이 일종의 눈(眼)모양을 하고 있었어 남자들은 안쪽으로 아랫배 밑까지 단추투성이야 내 사랑 몰리 하고 그는 나를 불렀지
296 그이는 언제나 쭈삣한 삼각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똑바로 고쳐 줘도 이내 삐뚤게 쓰고 말았지 H M S 칼립소호 나는 모자를 흔들었어요
297 내가 그이와 결혼한 뒤로 조사는 이따금
말하곤 했지요 M 블룸 당신은 정말 꽃처럼 아름답게 보여요
나는 파리의 B 마르쉬의 저 프록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
그리고 산호 목걸이가 해협의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어 나는 거의 모로코까지 볼 수 있을 지경이었다오 탕헤르만이 하얗게 보였지 그리고 아틀라스산이
눈을 이고 있었으며 해협은 마치 강처럼 너무나도 맑아 보였지
300 언제나 내가 그일 생각할 땐 무엇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뱃속이 팅팅해요 그이가 깨지 않도록 했으면 좋은데 내 엉덩이와 옆구리를 구석구석 말끔히 씻은 연후에 다시 그이더러 연거푸
키스하도록 해야지
301 고양이 놈이 사람에게 몸을 비벼대는
것은 고놈 자신을 위해서지 벼룩이라도 있어서 그러는지 몰라요 저 고양이란 놈은 마치 여자처럼 버릇이 고약해서 언제나 핥는다든지 빨고만 있단 말이야
그러나 나는 고놈들의 발톱이 싫어요 고양이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도 볼 수 있나보지 저렇게 노려보고 있으니 말이야 그토록 오랫동안 계단 꼭대기에
앉아 있을 때는 그리고 내가 기다리면 언제나 귀를 기울이면서 말이야 또 어쩌면 도둑놈인지도 몰라요.
307 제 취미로 말하지만 어머니 블라우스는
가슴이 지나치게 벌어졌는걸요 하고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 냄비가 솥더러 엉덩이가 시커멓구려 하는 격이지
308 남자가 여자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데도
그의 생을 포기할 지경이면 그것은 진실한 사랑임에 틀림없어요 그런 남자란 요즘에 드물 거야 그리고 그런 일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려워요 만일 그것이
정녕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 한 대다수의 남자들이란 그들의 천성에 있어서 한 조각의 사랑도 없어요
311 오페라 글라스를 가지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사교계의 저 신사 때문에 나는 억지로 참고 있었지 그런데 그이는 내 옆자리에서 스피노자 그의 죽은 영혼에 관해서 떠들어대고 있었어요
수백만 년 전에 죽었을 꺼야 하고 말이에요 나는 될 수 있는 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 온통 적신 채 마치 그 연극이 퍽 재미있는 듯이 몸을 앞으로
내밀고 끝까지 그곳에 앉아 있지 않을 수 없었지
312
그이는 그토록 큰 주제에 날 임신시킬 수도 없었군 그래 나는 깨끗한 홑이불을 더럽히기 싫어요 내가 방금 입었던 깨끗한 린넨
속옷에도 그것이 묻은 것 같아 젠장 젠장 그리고 남자란 언제나 침대 위에서 얼룩을 보고 하지요 상대방이 처녀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지 그 따위
것이 그들의 마음을 온통 점령하고 잇단 말이야 그들은 또한 정말 바보예요 과부나 아니면 40번 이상이나
이혼한 여자라도 붉은 잉크칠만 하면 다 된단 말이야
이놈의 경칠
낡은 침대도 어처구니 없이 삐걱거리기만 하니 추측컨데 아마 저 공원 건너편에서도 우리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나는 마루에다
이불을 깔게 했지 베개를 내 엉덩이 밑에다 괴고 낮에 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몰라 편안하겠지
313
나도 이 남자가 되어 가지고 아름다운 여자 위에 올라타고 싶어요 으응 오 얼마나 떠들썩한 소리를 내는지 몰라 마치 저지의
백합 같아 으응 으응 오 라호어의 폭포 소리처럼
320
그이는 자기가 번 돈을 모두 마셔 없애 버릴 정도로 지각이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자기 처자를 돌보고 있기 때문이지
323
나는 언제나 시를 좋아했어 내가 어린 소녀였을 때 말이야 처음에 나는 그이가 바이런경 같은 시인인 줄 알았어 그런데 그이의
기질 속에는 눈곱만큼도 그런 데가 없어요 그이는 아주 딴판이라고 나는 생각했지
324
시인들은 모두 여자에 관해서 시를 쓰지요 글쎄 그이도 나만한 여자는 별로 발견할 수 없을 거야 부드러운 사랑의 한숨 경쾌한
기타소리 시가 공중에 넘치는 곳 푸른 바다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답게 비치는 달 타리파에서 밤의 보트를 타고 되돌아올 때 유로파 곶의 등대 그 그
남자가 치고 잇던 기타는 정말 표정이 풍부한 것이었지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까 모두 새로운 얼굴들 창틀에 숨은 두 빛나는 눈 나는 그이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야지 그들은 나의 눈 만일 그에게 조금이라도 시인다운 데가 있으면 사랑 그 자체의 별처럼 까맣게 반짝이는 두 개의 눈 사랑의
젊은 별이라니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말이 아닐까
325
나는 그의 몸 전체에 키스하고 싶은 욕망을 느꼈어요 또한 그의 예쁘게 생긴 고것에도 말이야 너무나 순박한 것이죠 나는 그것을
입에 넣는 걸 상관치 않겠어 만일 아무도 보고 잇지 않다면 마리야 마치 고것을 핥아 달라고 바라기나 하는 듯 너무나 깨끗하고 하얀 것이 그이는
앳된 얼굴로 쳐다보았지 나도 또한 그렇게 하고 싶었어 2분의 1분
동안을 말이야 약간 마신다 하더라도 해 될 게 뭐람 그건 단지 묽은 죽이나 이슬 같은 거야 위태로울 건 하나도 없어요 게다가 그이는 저 돼지 같은
사내들에 비하면 너무나 깨끗할 거야 대부분의 남자드은 일년 내내 한 번이라도 그것을 씻을 꿈도 꾸지 않는 것 같단 말이야
326
나의 짧은 패티코트 속에 감춰져 잇던 유방이 그렇게도 부풀어서 매혹적이었기 때문일 거야,
그이는 억제할 수가 없었지 나 자신도 때때로 흥분하는 걸 뭐 남자들이 여자의 몸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모든 향락을 끌어내는 것은 좋아요
그것은 그네들에게 너무나 포동포동하고 하얗게 보이거든요 나 자신도 남자가 한번 돼 봤으면 하고 언젠가 바랐었지 기분전환으로 말이에요
332
만일 그이가 우리와 같이 살면 정말 재미있을 거야 안 될 게 뭐람 이층에는 빈 방이 있고 뒷방에는 밀리가 쓰던 침대도 있어요
그이는 거기에 있는 테이블에서 글도 쓰고 공부도 할 수 있을 텐데 그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나 갈겨쓰게 말이야 그리고 내가 하듯이 아침에 잠자리
속에서 글을 읽고 싶어하면 그래도 좋지
335
15분이 지났군 어쩌면 이렇게도 터무니없이 시간이 흐를까 중국에서는 지금쯤 방금 자리에서 모두들 일어나 하루의 화장을 위해
그들의 길게 늘어뜨린 변발을 빗고 있겠지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수녀들이 안젤루스의 종을 울릴 거야 밤의 성무일과를 위하여 교대로 있는 한두 신부님
이외에는 저 수녀들이 잠을 깨울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또는 닭이 울 때가 되면 저 옆집의 자명종 시계가 마치 머리통이 깨질 듯이 울어댈 거야 가만있자
풋잠이라도 잘 수 있을지 몰라 1 2 3 4 5 무슨 꽃이 저럴까 마치 별들처럼 꾸며 놓았으니 롬바드가의
벽지가 훨씬 나아요
336 그렇게 옛날 일은 아닌데 나는 꽃을 사랑해요 집 전체가 장미 속에
파묻혀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정말이지 자연에 비길 것은 아무것도 없지 황막한 산들 그리고 바다 그리고 밀려 오는 파도 그 다음으로 메귀리나 밀이며
그 밖의 온갖 것들이 심겨있고 살진 암소들이 사방으로 쏘다니는 아름다운 시골 시내나 호수 그리고 심지어 고랑에까지 나 있는 온갖 모양과 냄새 그리고
색깔을 지닌 꽃들을 바라다보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아요 앵초나 바이올렛도 말이야 그것이 바로 자연이죠
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나는 그들의 학문이 어떤 것이든지간에 한푼어치 가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왜 그들은
뭔가 가서 창조하지 않냐 말이에요 나는 이따금 그이더러 물어 보지요 자신들이 무신론자라나 뭐라나 하는 그자들은 우선 석탄 부스러기를 그들의 몸에서
말끔히 씻어 버리는 게 좋아요 그러고는 죽게 되자 울부짖으면서 신부님을 찾아가지요 그런데 왜 왜 그 모양들일까 그 이유인즉 그들은 스스로의 양심의
가책 때문에 지옥을 무서워하기 때문이지
337 사람이 있기 전에 이 우주상의 모든 것을 만든 최초의 사람은 누구일까
그렇지 그들도 그걸 몰라요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기 때문에 모두들 다 이렇게 존재하는 거예요 그네들은 내일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막으려고 애쓰는
것과 같지 당신을 위해 태양이 비추고 있소 하고 우리들이 호우드 언덕의 만병초꽃 숲 속에 누워 있었을 때 그이가 내게 말했지
337 그렇군 벌써 16년 전이야
맙소사 저 오랫동안의 키스가 끝나자 나는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지 그래요 그이는 나를 야산의 꽃이라 했어 그렇지 우리들은 꽃이에요 여자의 몸은
어디나 할 것 없이 맞았어요 그것이 그이가 생전에 말한 단 한 가지 참된 것이었어 그리고 오늘은 태양이 당신을 위하여 비친다고 말이야 그래요 그것이
내가 그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였어요 왜냐하면 그이는 여자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거나 느끼고 있다는 걸 나는 알았으며 그이 같으면 언제나 마음대로
할 수 있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리하여 나는 될 수 잇는 한 모든 기쁨을 그이에게 주어 드디어 나로 하여금 그러세요 하고 말하도록
그이가 요구하게 했지요
337 그렇지 내가 저 안달루시아 소녀들이 항상 그러하듯 머리에다 장미를
꽂았을 때 그렇잖으면 난 붉은 걸로 달까봐 그렇지 그리고 그이는 나에게 저 무어의 성벽 바깥에서 어떻게 키스했던가 그리고 나는 그이를 글쎄 다른
사람만큼은 훌륭하다고 생각했지 그런 다음 나는 그이에게 눈으로 졸라댔지요 다시한번 내게 요구하도록 말이야 그래요 그러자 그이는 내게 물었지요 내가
그러세요라고 말하겠는가고 그래요 나의 야산의 꽃이여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나의 팔로 그이의 몸으로 감았지 그렇지 그리고 그이를 나에게 끌어당겼어요
그이가 온갖 향내를 풍기는 나의 젖가슴을 감촉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래요 그러자 그이의 심장이 미칠 듯이 팔딱거렸어요 그리하여 그렇지 나는 그러세요
하고 말했어요 그렇게 하겠어요
■ 내가 저자라면
<율리시스>는 T. S.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와 함께 모더니즘의
주류를 이루는 작품이다. 모더니즘은 문학을 통하여 기존의 모든 가치를 재평가하고, 무질서 속에서 어떤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려는 시도이며, 작품의 형식과
내용의 일치를 강조한다. <율리시스>에서는 18개의 에피소드속에 각각 다른 장면, 시간, 색채, 예술, 상징, 기법, 신체 기관 등이 거미줄같이 얽혀 있지만, "한 장소(더블린)에서
일어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율리시스>는 세 주인공의 이야기로 집약되며 나머지 인물들은 이 세 사람을
주축으로 움직이는 보조적 역할을 한다. 이들 세 주인공은 각기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스티븐 디덜러스는 정신적 세계를, 몰리 블룸은 육체의 세계를, 리오폴드 블룸은 만인(萬人) 또는 범인(凡人)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율리시스>는 스티븐이 대변하는 지적 극단의 세계의 제1부, 리오폴드 블룸이 보여주는 만인(Everyman)의
세계인 제2부, 그리고 블룸의 귀향(귀가)의 이야기를 거쳐 결국 스티븐과 블룸을 수용하는 몰리의 세계, 즉 육체의 세계로 이어지는 제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정신과 육체의 세계의 조화, 이것이 <율리시스>가 추구하는 주제이다. 이러한 조화의 세계는 만인의 역할을 하는 블룸의 중용의 덕에 의해서 가능해진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제를 '극단을 통한 조화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장 감명 깊게 와 닿은 부분은 마지막 구절이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나의 팔로 그이의 몸을 감았지 그렇지 그리고 그이를 나에게 끌어당겼어요. 그이가 온갖 향내를 풍기는 나의 젖가슴을 감촉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래요
그러자 그이의 심장이 미칠 듯이 팔딱거렸어요. 그리하여 그렇지 나는 그러세요 하고 말했어요. 그렇게 하겠어요. 네(Yes.)"
조이스가 <율리시스>에서 제시한 주제는 결국 삶의 긍정이었다. 마지막 <페넬로페> 장에서 몰리의 독배을 통하여 'yes'로 끝나는 것에서도 그 상징성을 읽을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이 책의 보완점을 찾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율리시스>에 담겨져 있는 수 많은 수수께기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이 작품 속에 담았기 때문에 앞으로
수세기 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의미한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불멸성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읽으면서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나는 느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서 나름대로 질문을 던지고, 참고 문헌을 찾아 보았을 때,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만약 작가라면 제임스 조이스처럼 새로운
실험을 나의 글에 적용하기 보다는, 내가 궁금해 하는 삶의 대한 의문들을 먼저 제시하고 서술해 나가고
싶다. 작가는 질문을 던지고, 독자는 답을 찾아나가는 재미가
있도록 말이다. 아직은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한젤리타님^^
터키로 떠나기 전에 올라온 북리뷰 보면서 놀랐어요. 어쩜 여행준비와 장거리 출퇴근과 출장과 아빠와 남편 역할...이 많은 걸 동시에 해내면서도 북리뷰를 착 제출을 할 수가 있는 건지요. 몇 날 밤을 샜을까요? 아님 새벽에 공부를 하셨을까요? 대단하세요. 저는 절대로 하지 못할 업적이십니다.
루치아가 구호대상자 병동에서 태어났군요. 7개국을 다니면서 자랐고, 창작에만 집중하고 술과 여흥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아버지, 불안정한 생활....딸이 익사직전인데 아버지는 다이빙을 하고 있느냐는 의사 융의 말을 읽었어요. 연민을 느끼면서도 어쩌다 그런 아픔을 겪었을까 이유가 궁금했어요. 저 많은 참고 문헌들을 공부해서 요약해 주셔서 편하게 읽었습니다. 에피파니는 양질전환의 순간처럼 딱 깨달아지는 그런 건거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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