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510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2년 7월 19일 01시 11분 등록

오늘 나는 숲유치원 국제 세미나에 초대되어 특별 강연을 했습니다. 독일의 전문가가 발표한 뒤 내가 특별 강연을 했고, 스위스와 일본의 전문가들이 발표를 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이미 숲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 원장들의 사례와 경험도 공유되는 자리였습니다. 청중의 대부분은 숲유치원에 관심이 지대한 국내 관계자들이었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숲유치원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떤 프로그램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상세하게 공부한 적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일정 때문에 종일 이루어진 세미나를 온전히 참석하지 못하고 떠나온 것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에 광주에서 또 한 번 열리는 국제 세미나에 초대된 것이 참 다행한 일이라 여기며 자리를 떴습니다.

 

나는 스위스 숲유치원을 대표해서 참석한 여성 발표자의 발표 내용에 푹 빠졌습니다. 그녀 역시 앞서 한 나의 강연을 가슴으로 깊이 있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언어는 달랐지만 우리는 통역이 아니더라도, 눈빛만으로도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나는 숲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 그것이 대안교육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녀는 숲이 단순히 학습의 대상으로 체험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숲과 깊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발표 말미에 그녀가 찍어 온 스위스 숲유치원 아이들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90도에 가깝도록 가파른 경사를 이룬 산의 높은 곳에 줄을 메고 그 숲을 거슬러 오르는 아이들, 낙엽을 모으고 땔감을 모아서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스스로 불을 지피고 관리하는 아이들, 나무를 타고 오르는 덩굴을 이용해서 타잔처럼 줄을 타며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 어떤 활동에도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들은 모두 내가 어릴 적 산과 들과 물가에서 행했던 온갖 놀이와 경험들을 닮아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없이 또래들끼리 모여서 스스로 감행했던 온갖 모험이고 두려움이고 기쁨이었습니다.

 

그녀는 강조했습니다. 흙을 가지고 스스로 노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흙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다. 흙과 관계를 맺는 것이고, 스스로 그 흙과 만나는 것이다. 타잔처럼 줄을 타며 그들은 모험을 즐기고 또한 두려움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것이다. 그 외 모든 과정에서도 그녀는 학습이 아닌 만남을 강조했습니다. 깊은 만남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녀의 역설에 나는 깊이 공감했습니다. 요즘 나는 신을 믿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을 만나고 있느냐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흙을 배웠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흙을 느끼는가 이고, 흙을 만났는가 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선생과 어른들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함도 강조했습니다.

 

학습보다, 믿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을 만났는가 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깊은 만남의 대부분은 스스로 이룹니다. 그래서 또한 중요한 것이 스스로하고 있는가 입니다.

IP *.20.202.7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16 [월요편지 85] 가짜 곰, 진짜 곰 [1] 습관의 완성 2021.12.13 1250
2915 저 꽃이 선(善)이요 진(眞)이며 미(美)인 까닭 김용규 2016.05.26 1251
2914 페북 간 보기 한 명석 2016.09.28 1251
2913 좋은 글은 객관성을 포착한다 file 연지원 2016.07.25 1252
2912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김용규 2016.09.08 1253
2911 마흔아홉, 만남 그리고 진실 [2] 書元 2016.04.30 1254
2910 제주에 집을 얻어 <글쓰기여행 in Jeju>공저를 진행합니다 file [6] 한 명석 2017.02.22 1255
2909 소로우의 아침 書元 2015.10.03 1256
2908 좋은 삶은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김용규 2016.07.07 1256
2907 '빨딱병'과 조류 독감,그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2편, 완) [2] 차칸양(양재우) 2017.01.31 1256
2906 [용기충전소] 자신을 비웃을 줄 아는 능력 [4] 김글리 2021.07.09 1256
2905 [월요편지 79]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 습관의 완성 2021.10.31 1257
2904 '빨딱병'과 조류 독감, 그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1편) [2] 차칸양(양재우) 2017.01.24 1258
2903 [일상에 스민 문학] 세월호와 <노인과 바다> file [7] 정재엽 2017.03.29 1259
2902 졸업식날은 역시 짜장면! 제산 2018.02.18 1259
2901 틀려도 괜찮다 잘하고 있으니 너무 애쓰지 마라 [1] 장재용 2021.06.22 1259
2900 show는 어디에나 있다 file [1] 한 명석 2015.09.03 1260
2899 [화요편지]100% 실패를 받아들이고 나자 생긴 일 아난다 2021.11.02 1261
2898 열 살에 삶의 길을 결단한 남자 김용규 2016.06.30 1262
2897 우정 권하는 사회 [1] 어니언 2021.06.10 1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