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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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숲유치원 국제 세미나에 초대되어 특별 강연을 했습니다. 독일의 전문가가 발표한 뒤 내가 특별 강연을 했고, 스위스와 일본의
전문가들이 발표를 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이미 숲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 원장들의 사례와
경험도 공유되는 자리였습니다. 청중의 대부분은 숲유치원에 관심이 지대한 국내 관계자들이었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숲유치원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떤 프로그램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상세하게 공부한 적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일정
때문에 종일 이루어진 세미나를 온전히 참석하지 못하고 떠나온 것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에
광주에서 또 한 번 열리는 국제 세미나에 초대된 것이 참 다행한 일이라 여기며 자리를 떴습니다.
나는 스위스 숲유치원을 대표해서 참석한 여성 발표자의 발표
내용에 푹 빠졌습니다. 그녀 역시 앞서 한 나의 강연을 가슴으로 깊이 있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언어는 달랐지만 우리는 통역이 아니더라도, 눈빛만으로도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나는 숲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 그것이 대안교육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녀는
숲이 단순히 학습의 대상으로 체험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숲과 깊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발표 말미에 그녀가 찍어 온 스위스 숲유치원
아이들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90도에 가깝도록 가파른 경사를 이룬 산의 높은 곳에 줄을 메고 그 숲을
거슬러 오르는 아이들, 낙엽을 모으고 땔감을 모아서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스스로 불을 지피고 관리하는
아이들, 나무를 타고 오르는 덩굴을 이용해서 타잔처럼 줄을 타며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 어떤 활동에도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들은
모두 내가 어릴 적 산과 들과 물가에서 행했던 온갖 놀이와 경험들을 닮아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없이 또래들끼리 모여서 스스로 감행했던 온갖 모험이고 두려움이고 기쁨이었습니다.
그녀는 강조했습니다. 흙을
가지고 스스로 노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흙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다. 흙과 관계를 맺는 것이고, 스스로 그 흙과 만나는 것이다. 타잔처럼 줄을 타며 그들은 모험을
즐기고 또한 두려움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것이다. 그 외 모든 과정에서도 그녀는 학습이 아닌 만남을 강조했습니다. 깊은
만남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녀의 역설에 나는 깊이 공감했습니다.
요즘 나는 ‘신을 믿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을 만나고 있느냐’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흙을 배웠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흙을
느끼는가 이고, 흙을 만났는가 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선생과
어른들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함도 강조했습니다.
학습보다, 믿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을 만났는가 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깊은 만남의 대부분은 스스로 이룹니다. 그래서 또한 중요한 것이 스스로하고 있는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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