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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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읽고 있는 것은
홍일표
바람은 바다의 껍질을 벗긴다
예리한 칼날에 돌돌 말아 올려지는
파도
해안가에 버려져 칭얼댄다
그러나 금방 다시 어미 품으로 달려가
재재거리며 숨어버린다
바람은 그것도 모르고,
바다의 껍질을 벗기려 전력을 다한다
마파람, 샛바람
심지어 태풍까지 달려들어
바다와 치열한 일전을 치른다
하지만 바다가 어디 그리 만만한 것이냐
쉽게 안을 허락하지 않는
저 난해한 바다의 몸
벗기고 벗겨도 그의 속살은 만져지지 않는다
환한 중심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바람은
오늘도 쉼 없이 바다의 껍질을 벗긴다
한 장, 한 장 영원의 푸른 책갈피를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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