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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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 태어나서 6년1개월>
찍어놓은 사진을 보다보면 예전의 그 순간을 다시 느낄 수가 있습니다.
미술관의 북적거림과 민호의 쭈뼛거림.
그 때의 분위기, 감정들이 생생히 살아나지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육아도 시간여행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어린시절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아이를 키우며 어렸을 적 채워지지 못했던 욕구들을 다시 느끼구요.
다시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때의 상실을 슬퍼합니다. 이것이 치유의 시작이 되기도 하죠.
내가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들,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시 알아차리기도 하구요.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나기도 합니다.
애써 무시하고 살면 오랜 후에 스멀스멀 올라와 터져나오니까 조심해야 해요.
고장난 타임머신처럼 어디로 튈지 몰라요. 아마 인생이 뒤죽박죽 되어 버릴걸요?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을 더 내기 위해 어린시절의 나에게 편지를 써봤습니다.
어느 책에서 제안한 것이기도 한데요.* 들어보실래요?
어린 시절의 나에게
네가 태어나서 정말 기쁘단다. 널 정말로 사랑해. 네가 언제나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안단다. 고마워.
네가 남자 아이라서 정말 기쁘구나. 네가 커가는 것을 도와줄꺼야. 날 믿어, 끝까지.
네가 실수하고 미숙한 것은 당연하거야. 항상 완벽할 필요는 없단다. 난 있는 그대로의 널 사랑하니까.
네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지? 너와 함께 밥먹고, 씻고, 옷 입고, 시간을 보내는게 너무 좋다.
이 세상에 너 같은 아이는 없단다. 네가 태어났을 때, 세상이 함께 웃었어. 잊지마. 알았지?
너를 사랑하는 어른이 된 나로부터
지금 내가 어린 시절의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말입니다.
어린시절의 나와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화해하는 기분이네요.
서로 위로하고 토닥여주며 훌쩍 더 큰 것 같아요.
'그래, 힘내! 어떤 날은 아주 행복하고, 어떤 날은 아주 슬픈거야. 어쨌거나 너는 여전히 너야.'
이렇게 다 큰 어른이자 아빠인 나도 계속 커 갑니다.
다 컸는데 어떻게 계속 크냐구요? 말이 되냐구요?
글쎄요. 너무 더워서 횡설수설하는지 모르겠네요.
올 여름은 너무 힘들어요.
너른 이해를 바라며,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