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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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교보문고 앞에서 그림 속에서 크게 미소지으며 뜨게질을 하고 있는 여자를 보았습니다. 같이 전시된 다른 그림들 속에서도 얼굴이 동글동글한 여자한 웃고 있습니다. 그 여자의 미소가 떠올라서 저도 계속 웃게 됩니다. 그림 속의 여자가 뜨게질 한 것은 아주 커다랗게 그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더군요. 그건 멋진 치마로 보이던데, 저는 자꾸 이불이 떠오릅니다.
이번 여름에 생명과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회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전시회 주최하시는 분들이 전시장 한켠에 놓은 동그란 이불을 덮고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이불 또한 하나의 전시 작품이었습니다. 작가가 자신 가족들의 안입는 옷들을 잘라서 이어붙여 바느질한 것입니다. 작품을 둘러보고 난 후에 동그란 이불을 덮고 우리는 동그랗게 앉았습니다. 전시 작품에 대해 묻기도 하고 느겼던 것들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 이불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따듯한 것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또 작가가 200시간이 넘게 손수 바느질을 했다고 해서 한번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도 했습니다. 이불 속의 각각의 천은 모두 작가의 가족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입니다. 카페가 생기면, 소모임 하는 사람들이 그런 이불 하나 덮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어제 오후 에 본 그림 속 여자가 뜬 옷이 세상을 덮어 행복하게 했듯, 그리고 또 그 여자의 미소가 절 행복하게 했듯, 저도 그렇게 이불처럼 커다란 것으로 세상을 덮고 싶습니다. 행복하게 하는 그림으로 덮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