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땠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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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이었습니다.
이맘 때는 아니었고, 봄 즈음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 동아리 후배였지요...)는 공부를 꽤 잘하는 모범생이었습니다.
반면, 저는 벼락치기를 일삼던 날나리 였지요 ^^::
어느 날인가 그 친구 손에 책 한 권이 들려 있더군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처음 책을 보고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얼마 전에 상실의 시대 읽더니, 책이 바뀌었네... 흠.. 책 많이 읽는구나...'
다른 하나는 ' 그런데... 상어를 누가 다 먹었지... 이게 무슨 의미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식이 철철 넘치는 저였습니다.
어찌됐건 그 때 당시 책과는 담을 쌓았던 저 였기에, 그녀의 손에 들린 책 제목만이 사진으로 남은 채
순간은 지나갔습니다.
그 뒤로 책을 좋아하기 시작하고, 책을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종종 그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 책이네... 그랬었지. 그 때 그 녀석, 이 책을 읽고 있었지...... 생각해보니, 이 책의 작가, 꽤나 유명하네...'
등 이런 저런 생각을 했지만, 정작 책을 읽지는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손이 안가더군요...
전 저녁 퇴근 길에 서점에 들르는 버릇이 있습니다. 일주일이 2~3번 정도 들리고 그 중 한 두 번은 책을 구입하니
책값으로 꽤나 나가고 있습니다. 매달 용돈에 펑크 날 정도로.... - 사족이군요.....
여하튼, 오늘 저녁도 어김없이 서점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 때 눈에 들어온 책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였습니다.
매번 보고 그냥 넘어가다가도, 어떤 날은 이상하게 구미가 당기는 날이 있지요.
오늘이 그 날이었습니다. '박완서'와 '싱아'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퇴근 길 몇 페이지를 읽었습니다.
문득 그녀가 생각나더군요...
생각해보니 10년...
내가 지금 간절히 소망하는 10년의 법칙(1만시간의 법칙)의 그 10년...
우연하게도 10년 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전 그 소녀가 들고 있던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10년이 가지는 상징성을 생각해보면, 어떤 평행이론이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고,
이 또한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가져다 붙이기를 좋아하는 어리석은 사람의 습성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10년'일 수도 있고, 또는 그냥 그런 우연에 불과한 '10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10년'만의 재회였습니다.
'그싱아'란 매개체를 통해 책을 만난 것 뿐만 아니라,
한동안 잊고 지냈던 기분좋은, 아련한 추억 속의 그 아이를
만났으니 말이지요.
훗날,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나고 난뒤, 지금을 회상하면 어떨까요...
단군의 후예에서 만난 인연들, 그리고 그 속에서 접한 책들이 10년 뒤 어느 날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그렇게 10년 전 지금을 추억하겠지요.
흐뭇하게 그 시절 지금을 바라보겠지요.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시간 사이사이, 사람 사이사이, 책 페이지 사이사이가
10년 뒤의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대충 보이지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더 기분좋고, 행복하게,
때로는 바쁘고도 치열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제 머리를 두드립니다.
10년 뒤에 지금을 추억하는 제 모습이 궁금해지네요.
갑.자.기. ^^

출석합니다.
10년 전을 되돌아보고, 10년 후를 내다본다는 것,
참으로 아스련합니다. 10년 후만 내다보는데 정신이 팔려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10년 후딱 지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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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본의 아니게 과거의 타임머신을 타게 됐어요. 올해 수첩을 잃어버려, 수첩을 찾다보니, 2007년 수첩이
올해 요일과 똑같더라구요. 5년전 썼던, 내용 여백에 스케줄 같은 것 기록하는데요.
은행분이 2007년 수첩을 보고,기가 막혀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군요 .
그러거나 말거나,가지고 다녀요. 과거라는 시간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지는군요. 저는 저에게 "참 안스럽고, 쓸데없는 것으로 아음 아파했구나." 위로해 주고 싶고, 바보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