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한명석
  • 조회 수 522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7년 2월 22일 07시 18분 등록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구 상 시인의 ‘꽃자리’ 전문 -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요?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추상이며, 우리가 살아낼 수 있는 시간은 오늘뿐이니,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는 말일까요, 아니면 ‘가시방석’이라고 표현된 고통에도 의미가 있으니, 기꺼이 껴안으라는 말일까요.


시인의 속내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저는 ‘시방 여기가 꽃자리’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준 선물입니다.


벗어버리지 못해 안달이었던 서른 살의 자유,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우면서도 때로 도망치고 싶던 육아기간, 심지어 불경기에 처했던 사업조차 모두 ‘꽃자리’였습니다.


성숙의 길목에 선 서른 살, 육아프로젝트는 모두 인생의 황금기였습니다. 불경기라고 해도 일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때가 있겠지 바라면서 버티느라 급급했지, 그 좋은 시절을 향유하지 못했습니다.


살아보니 ‘더 좋은 때’란 없습니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그 정점만이 삶이라면, 정점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은 모두 고해가 되고 말겠지요.



삶은 목표가 아니라 여정입니다. 우리는 오직 현재에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고,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한 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오늘을 껴안아봅니다. 앞으로 걸었다는 기억밖에 없는데, 칡덩굴처럼 얽혀있는 현실에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언젠가 내가 행한 일의 결과이고, 당연히 내가 헤쳐나가야 할 일입니다. 지금부터 내게 일어나는 일을 온전히 수용하고,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삶에 대한 대긍정입니다.

IP *.189.235.11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56 <월급쟁이 짠테크 도전기>와 <펀드 & ETF 투자 도전기> [2] 차칸양 2018.07.31 756
4155 목요편지 - 한 해를 보내며 [1] 운제 2018.12.27 756
4154 [수요편지] 개와 같이 [1] 장재용 2019.05.08 756
4153 이야기를 찾는 여행 어니언 2022.06.09 756
4152 [일상에 스민 문학] 오독(誤讀)할 자유 [2] 정재엽 2018.09.19 757
4151 [금욜편지 88- 나도 멘탈 갑] 수희향 2019.05.17 757
4150 [금욜편지 99- 10년의 책읽기를 마치며] 수희향 2019.08.02 757
4149 다가가고 있습니다 제산 2017.11.20 758
4148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10. 파업이 끝나자 마자 사준 책 제산 2018.12.17 758
4147 화요편지 - 함께라면 어디라도, '다음 달에는' [1] 종종 2022.05.10 758
4146 신발 한짝 [1] 불씨 2022.05.25 758
4145 반지를 파괴하며 file 어니언 2023.07.27 758
4144 목요편지 - 다시 책이다 [2] 운제 2018.10.25 759
4143 [수요편지] 자유의 공기 방비엥 [1] 장재용 2019.06.05 759
4142 4월을 맞이하며 [4] 어니언 2022.03.31 759
4141 백스물두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휴먼북 재키제동 2017.10.27 760
4140 [일상에 스민 문학] 통증의 미학 [6] 정재엽 2018.04.18 760
4139 덕분에 꽤 괜찮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차칸양 2018.06.26 760
4138 가족처방전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1] 제산 2018.11.12 760
4137 새로운 시도 하나 [4] 어니언 2022.03.17 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