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한명석
  • 조회 수 3134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7년 6월 14일 00시 45분 등록

내 꿈 하나는 방방곡곡 문 닫은 방앗간을 헐값에 사
들여서 술집을 내는 것이다 내 고향 양지편 방앗간을
1호점으로 해서 '참새와 방앗간'을 백 개 천 개쯤 여
는 것이다
-중략-
하고많은 꿈 중에 내 꿈 하나는, 오도독오도독 생쌀
을 씹으며 돌아가는 서늘한 밤을 건네주고 싶은 것이
다 이미 멈춰버린 가슴속 발동기에 시동을 걸어주고,
어깨 처진 사람들의 등줄기나 사타구니에 왕겨 한 줌
집어넣는 것이다 웃통을 벗어 달빛을 털기도 하고 서
로의 옷에서 검불도 떼어주는 어깨동무의 밤길을 돌려
주고 싶은 것이다 논두렁이나 자갈길에 멈춰 서서 짐
승처럼 울부짖게 하는 것이다
- 이정록의 詩, ‘좋은 술집’에서 -


가끔 해 보는 구상이 있습니다.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에 대한 생각이지요. 이 곳은 누구나 사람이 그리울 때 스스럼없이 나올 수 있는 카페입니다. 점차 단골 방문객끼리 책읽기와 글쓰기, 혹은 철학을 공부하는 소모임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꿈을 이룬 사람을 초빙하여 말씀을 듣기도 합니다. 기쁘게 이야기하는 열화悅話살롱이고, 사회봉사와 체험활동을 연결하는 센터도 됩니다. 회원들의 예술적 창조물을 선보이는 전시관이며, 즐거운 놀이를 시도하는 실험실입니다. 내 안의 어린아이를 끄집어내는 놀이터입니다. 그 모든 것입니다.


당연히 술이 없을 수 없겠지요. 때로 술은 자기방어를 느슨하게 해주어 천진한 어린아이가 되게 하여, 사회적인 역할과 관성에 눌려있던 꿈을 일깨워주는 묘약이니까요.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신 술은 느닷없이 가슴 속 발동기를 돌아가게 할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예열이 되거나, 앞서간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때문이지요. 이제껏 허비한 시간이 한탄스럽고, 어깨동무하며 걸어가는 길이 감격스러워, 짐승처럼 울부짖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생각과 생활양식이 깨져나가는 ‘위대한 통곡의 날’이지요.


좋은 술집에는 좋은 관계가 있습니다. 작은 실수를 포용하고 큰 방향을 공유하는 관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주어진 혈연보다 폭넓고 의미있는 관계, 공존의 관계망에서 이심전심의 그리움까지, 우리는 언제까지나 관계에 목마른 5분 대기조입니다. 좋은 관계는 일상을 풍요롭게 합니다. 뿌옇던 유리창을 닦기라도 한듯, 오감을 일깨워 시간을 되살아나게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으로 남아줄 사람 서 너 명이면 충분합니다. 그 외곽으로 서로 이해하는 그룹 열 명 정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들에게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힘이 나옵니다. 더러 깨지고 상처받는다해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좋은 관계는 일상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고고하게 어려운 사이보다는, 직접 부대끼고 손잡을 수 있는 사이가 최고입니다. 불현듯 무료해지는 주말이나, 갑자기 허방을 딛듯 공허함에 놀랄 때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사이가 최고입니다.


좋은 술집 - 철학카페, 한 번 저질러볼까요?

IP *.189.235.111

프로필 이미지
기원
2007.06.14 11:55:41 *.254.31.119
명석님 삶이 이미 그 카페인걸요.
그 장소는 명석님의 삶을 보여줄 수있는 아름다운 공간이 될 수 있을 것같아요.
초대받고싶어요 그 술이있고 철학이 있는 카페로....

명석님께서 원하시는 아름다운카페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명석
2007.06.14 13:11:44 *.209.121.43

기원님의 덕담에 마음이 환해졌어요. 놀라울만큼 순수한 영혼을 가진 분 같아요. ^^
정말 우리네 삶이 제각기, 아름다운 공간 - 카페인 것이 맞네요.
어떤 손님을 초대했고, 어떤 손님은 삐쳐서 가버렸는지가
인생의 장면장면이구요.

이 곳에서 만난 인연들이 서로에게 '아름다운 손님'이기를 바랍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6 [라이프 충전소] 최고와 최악의 상황을 함께 그려보는 습관 [2] 김글리 2022.06.17 868
255 [월요편지 112] 옆집 돈까스 사장님이 사업을 접은 이유 [2] 습관의 완성 2022.06.19 917
254 화요편지 - 천천히 걷기 위한 여행 종종 2022.06.21 808
253 낭중지추 [1] 불씨 2022.06.21 853
252 나의 욕망에 솔직해지기 어니언 2022.06.23 802
251 [월요편지 113] 빌어먹을 겁쟁이 유전자 습관의 완성 2022.06.26 881
250 [수요편지] 고대 로마가 멸망한 이유 [1] 불씨 2022.06.28 806
249 Ready, Set, Go! [1] 어니언 2022.06.30 777
248 [라이프충전소] 나를 삼고초려 하는 마음 [7] 김글리 2022.07.01 877
247 [변화경영연구소]#따로또같이 월요편지 114_이번 역은 쉼표 역입니다 [1] 습관의 완성 2022.07.03 790
246 #따로또같이 프로젝트 – 일단 정지, 짧고 간헐적인 땡땡이의 잔기술 [2] 종종 2022.07.05 873
245 [수요편지] 성공적인 휴식 [1] 불씨 2022.07.05 890
244 [목요편지] 달콤한 휴식을 위해 꼭 필요한 것 [1] 어니언 2022.07.07 791
243 [라이프충전소] 적극적 쉼이 필요한 순간 [2] 김글리 2022.07.07 802
242 [월요편지 115]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가 고작 이것 때문이라고? 습관의 완성 2022.07.10 857
241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632
240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1] 종종 2022.07.12 806
239 [수요편지] 당신이 지금 보는 색깔은 어떤 색인가요? [1] 불씨 2022.07.12 793
238 부모님의 삶 [1] 어니언 2022.07.14 870
237 [라이프충전소] 지금의 일이 내 길을 열어 주려면 [4] 김글리 2022.07.15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