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367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찬바람이 불고 대지가 차가워지면 동물들은 겨울을 날 준비를 합니다. 몽골의 말도 갈기가 생기고 털이 빡빡해집니다. 이런 변화와 함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말들의 눈이 야성의 그것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따뜻한 여름 몇 달간의 그 순하고 조용한 눈빛이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정신적 무장이라 생각합니다. 혹독한 겨울과 싸워내기 위한 정신적 긴장 말입니다.
몽골인들도 말이 자연을 닮아 가지 못하면 겨울을 나지 못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그 야성적 긴장을 도와줍니다. 몽골인들은 늑대를 다 잡지 않습니다. 늑대를 남겨두어야 말은 긴장을 버리지 않습니다. 늑대 또한 건강하고 펄펄 뛰는 긴장한 말을 노리지 않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병들고 약한 말을 먹어 치우지요. 이것이 자연입니다.
사람에게도 늑대가 있습니다. 우리를 긴장하게 하여 삶을 치열하게 만들어 주는 늑대 말입니다. 나는 이 늑대가 바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에 치이고 시달릴 때 직장인들은 ‘ 일주일만 아무 생각없이 푹 쉬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막상 일없는 일상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놀만큼 돈이 있어도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일은 늑대와 같습니다. 늘 피하려 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갑자기 늙어 버리고 세상은 지루한 것으로 변하고 맙니다.
나는 매일 일이 나를 해일처럼 덮치게 합니다. 새벽 몇 시간 동안은 흠뻑 젖습니다. 혼신을 다해 허우적대며 헤엄칩니다. 그러나 낮이 되면 일을 발로 걷어차 버립니다. 나는 놉니다. 늑대에게 죽을 듯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77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339 |
4376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403 |
4375 | [수요편지] 삶과 죽음, 그 사이 [1] | 불씨 | 2025.02.19 | 409 |
4374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432 |
4373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453 |
4372 |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 어니언 | 2024.12.19 | 503 |
4371 |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 어니언 | 2024.10.24 | 570 |
4370 | [수요편지] 언성 히어로 | 불씨 | 2024.10.30 | 664 |
4369 | [목요편지] 두 개의 시선 [1] | 어니언 | 2024.09.05 | 675 |
4368 | [수요편지] 내려놓아야 할 것들 [1] | 불씨 | 2024.10.23 | 693 |
4367 |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 에움길~ | 2024.08.20 | 696 |
4366 | 가족이 된다는 것 | 어니언 | 2024.10.31 | 698 |
4365 | [수요편지] 타르 한 통에 들어간 꿀 한 숟가락 | 불씨 | 2024.09.11 | 706 |
4364 | [수요편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1] | 불씨 | 2024.08.28 | 709 |
4363 | [수요편지] 레거시의 이유, 뉴페이스의 이유 | 불씨 | 2024.10.02 | 718 |
4362 | 관계라는 불씨 [2] | 어니언 | 2024.12.12 | 718 |
4361 |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 어니언 | 2024.08.22 | 730 |
4360 |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 불씨 | 2024.08.21 | 737 |
4359 | 며느리 개구리도 행복한 명절 | 어니언 | 2024.09.12 | 745 |
4358 | [수요편지] 마음의 뺄셈 | 불씨 | 2024.10.16 | 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