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 조회 수 323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 안에서 죽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 속에서 죽는다.” - 플루타르크
오늘 새벽, 저는 작은 의식 하나를 치렀습니다. 어제의 제게 마지막 엽서 한 장을 보냈습니다.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 과거의 나와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마지막 숨이 남아있는 개구리의 숨통을 조르듯 그렇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일단 죽음을 선언한 이상 제대로 죽어야 합니다. 첫 결심의 기세를 몰아 천길 낭떠러지로 몸을 내던져야 합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것에 마음이 약해지면 마치 목이 꺾인 채 사방에 피를 뿌리며 달려 다니는 수탉처럼 자신의 삶을 난감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깨닫는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죽음의 순간입니다. 그 언젠가의 막연한 죽음을 지금 당신의 삶으로 불러오세요. 길을 떠나기도 전에 서산에 해가 기우는 그 허망함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적의 칼 끝에 사라지는 그 비참함을 생생하게 되살려 바로 오늘로 끌어들여 보세요. 에크하르트 톨레의 말처럼 삶의 비밀은 바로, "죽기 전에 죽는 것"입니다.
세상의 빛이 사라져가는 그 마지막 순간을 바라보며, 소박하지만 비장한 장례식을 마쳤습니다. 그러자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아주 특별한 선물처럼 고맙게 느껴집니다. 그 두근거림을 담아 오늘의 제게 다시 한 장의 엽서를 선물했습니다. 사방에 흩날리던 꿈 조각들을 한데 모아 초라한 삶을 찬란한 빛으로 가득 채우기를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오늘은 어떤 날도 아닙니다.
그러나 제게 오늘은 앞으로 다가올 모든 날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