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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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맛비에 아직 채 익지 못한 감들이 떨어졌다. 落果는 상실이다. 그러나 상실 이상의 교훈을 품었다.
7~8월은 여름의 한 복판. 그대는 여름의 한 복판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는지요? 대부분이 불볕 더위를 떠올리고 그와 파생하는 다른 이미지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이를테면 여름휴가, 무더위, 해변과 수영복…. 여름을 나며 흙으로 된 오두막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내게는 7월의 여름은 장맛비가 연상되고, 8월 하면 태풍의 북상이 강렬한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모두 흙으로 된 집을 짓는데 큰 방해요소가 되었던 것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러면 나무들에게 7월과 8월은 어떻게 다가서는 시간일까요? 그들에게 이 계절은 성숙의 시간입니다. 대부분은 늦은 봄 까지 저마다의 때에 맞추어 꽃가루받이를 끝냅니다. 이후 여름이 오면 맺은 열매를 키우고 익혀갑니다. 사람에게 불볕 더위인 것이 그들에게는 소중한 성숙의 시간인 것입니다. 하지만, 또한 고난의 시간이기도 할 것입니다. 7월의 장마와, 이후 북상하는 태풍 속에서 그들은 또한 그들이 애써 맺은 아주 많은 열매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장마에도 아랫마을 감나무는 그의 가지에 주렁주렁 매단 감 중에 상당한 양을 잃었습니다. 다시 거센 비바람 부는 시간이 오면 또한 상당한 양을 잃을 것입니다. 결실을 키워가면서도 또한 동시에 겪어야 하는 것이 그들의 낙과(落果)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완전히 익어 우리의 입까지 들어올 수 있는 과실은 그 모진 풍파를 견뎌낸 위대한 결실들인 셈입니다. 낙과의 아픔을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가을까지 번식을 위한 종자를 퍼뜨릴 수 있는 것입니다.
나무들은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피운 꽃 모두가 푸른 가을 하늘 아래에서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나무들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잃는 것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는 것이 있다는 점을. 나무들은 그래서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상실의 분량을 계산하여 얻고 싶은 결실보다 많은 꽃과 열매를 맺는 쪽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 수많은 모색이 있어야 하고, 그 중 수많은 상실을 겪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사람이라는 생명의 일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실이 두려워 주저앉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는 말아야 합니다. 아랫마을 감나무의 낙과가 이르듯, 그리고 “One get, One lose”라는 서양 속담이 이르듯 우리는 잃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진실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산중에 사는 요즘, 여름이 오면 나는 자연이 보여주는 낙과와 상실의 교훈 앞에서 내 삶을 돌이켜봅니다. 그렇게 용기 하나 갖게 됩니다. 그대는 어떠신지요? 그대의 여름도 그러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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