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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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질주하는 가여운 생의 시간들 - 최동호
나무들은 옷을 벗는데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기 시작한다
강물이 힘을 다해
얼어붙어 있을 때
스케이트는 더 빨리 질주한다
남들은 울고 있는데
웃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가여운 생의 시간들,
더 가여운 것은
이파리도 달리기 전에
죽음으로 떨어져나가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랑을 버려야 사랑을 얻는다는 것을 늦게 깨닫는
가여운 생의 시간들,
지구 저편에서
수화기에 매달려 울고 있는 사람들,
매미 껍질이 되도록 울다가
허망하게 사라지는 인생을
가엽게 생각한 사람을 부처라고 했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이 얇게
비닐처럼 피막이
벗겨지는 아픈 생의 시간들,
멍든 삶도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면
차창에 사선을 긋는 빗방울처럼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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