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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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빛 바윗가에
암소 고삐 놓아두고
나를 부끄럽다 아니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헌화가, '삼국유사' 중에서
삼국유사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여럿 등장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시의 대상인 이름도 예쁜 수로부인입니다. 그녀는 유부녀입니다.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가는 길, 해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지요. 마침 병풍처럼 바다를 바라보는 천길 바위 절벽에 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공주병이 좀 있고 푼수끼 있는 예쁜 여인이 주위를 둘러 보고 말합니다. "누가 내게 꽃을 꺽어 줄 수 없겠니 ? "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사람의 발로는 다가갈 수 없는 곳입니다"하고 고개를 젓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나서 절벽을 올라 꽃을 꺾어 옵니다. 모든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고 그 장면을 주목합니다. 그는 암소를 끌고 가던 초라한 촌로였습니다. 그러나 꽃을 꺾어 바칠 때, 그는 그 꽃과 그 꽃을 탐한 여인만큼 아름다운 노래를 부릅니다. 그 당당한 시가 바로 이 노래입니다.
이 시는 내게도 특별한 노래입니다.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 속에 이 노래를 데려와 그 밑에 이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일도 너무 늙은 일도 없다." 그리고 10년이 더 지난 지금 이 노래에 이렇게 적어둡니다.
"갈 수록 삶은 더 많은 흥분을 필요로 한다.
마음을 빼앗길 약간의 위험, 그리고 힘든 재미가 없으면 이미 늙은 것이다"
자기경영은 꽃을 꺾어 바치는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대상을 마음에 품는 것이지요. 이때 삶은 일상을 넘어 시가 되고 노래가 됩니다. 당신을 점령한 아름다움, 그것은 무엇인지요 ?
요즘 선생님의 그림 색깔이
봄날 바람에 날려가는 벚꽃잎같고,
여름 담장너머를 수줍게 넘겨다보는 다알리아 꽃송이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