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 조회 수 4446
- 댓글 수 8
- 추천 수 0
붉은 꽃빛 바윗가에
암소 고삐 놓아두고
나를 부끄럽다 아니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헌화가, '삼국유사' 중에서
삼국유사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여럿 등장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시의 대상인 이름도 예쁜 수로부인입니다. 그녀는 유부녀입니다.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가는 길, 해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지요. 마침 병풍처럼 바다를 바라보는 천길 바위 절벽에 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공주병이 좀 있고 푼수끼 있는 예쁜 여인이 주위를 둘러 보고 말합니다. "누가 내게 꽃을 꺽어 줄 수 없겠니 ? "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사람의 발로는 다가갈 수 없는 곳입니다"하고 고개를 젓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나서 절벽을 올라 꽃을 꺾어 옵니다. 모든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고 그 장면을 주목합니다. 그는 암소를 끌고 가던 초라한 촌로였습니다. 그러나 꽃을 꺾어 바칠 때, 그는 그 꽃과 그 꽃을 탐한 여인만큼 아름다운 노래를 부릅니다. 그 당당한 시가 바로 이 노래입니다.
이 시는 내게도 특별한 노래입니다.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 속에 이 노래를 데려와 그 밑에 이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일도 너무 늙은 일도 없다." 그리고 10년이 더 지난 지금 이 노래에 이렇게 적어둡니다.
"갈 수록 삶은 더 많은 흥분을 필요로 한다.
마음을 빼앗길 약간의 위험, 그리고 힘든 재미가 없으면 이미 늙은 것이다"
자기경영은 꽃을 꺾어 바치는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대상을 마음에 품는 것이지요. 이때 삶은 일상을 넘어 시가 되고 노래가 됩니다. 당신을 점령한 아름다움, 그것은 무엇인지요 ?
요즘 선생님의 그림 색깔이
봄날 바람에 날려가는 벚꽃잎같고,
여름 담장너머를 수줍게 넘겨다보는 다알리아 꽃송이 같아요.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96 | 왜 아이 성적이 떨어지는 것일까? [2] | 문요한 | 2010.01.27 | 2833 |
3495 | 그리움, 그것 [16] | 김용규 | 2010.01.28 | 2854 |
» |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8] | 부지깽이 | 2010.01.29 | 4446 |
3493 | 당신이 거북이라면 [2] | 신종윤 | 2010.02.01 | 3160 |
3492 | 훌륭한 역할모델의 전형, 파블로 카잘스 [8] | 승완 | 2010.02.02 | 4053 |
3491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 [2] | 문요한 | 2010.02.03 | 3002 |
3490 | 명(命) [4] | 김용규 | 2010.02.04 | 2776 |
3489 | 그 중에서 호흡이 최고니라 [2] | 부지깽이 | 2010.02.05 | 3912 |
3488 | 축하는 좀 해가며 살자 [3] | 신종윤 | 2010.02.08 | 2729 |
3487 | 자기 삶을 움직이는 힘을 재발견하는 공간 [10] | 승완 | 2010.02.09 | 3093 |
3486 | 맛 있는 인생 [3] | 문요한 | 2010.02.10 | 2797 |
3485 | 꽃은 그냥 피지 않는다. [8] | 김용규 | 2010.02.11 | 3169 |
3484 | 왜 신을 괴롭히는가? [3] | 부지깽이 | 2010.02.12 | 2822 |
3483 | 골목길이 천국으로 변한 사연 [2] | 신종윤 | 2010.02.15 | 2638 |
3482 | 경이로운 자기탐색으로 초대하는 책 [5] | 승완 | 2010.02.16 | 2972 |
3481 | 신기루가 아닌 오아시스를 향해서 [1] | 문요한 | 2010.02.17 | 2905 |
3480 | 스며들기 [18] | 김용규 | 2010.02.18 | 2907 |
3479 | 영웅의 상처 [2] | 부지깽이 | 2010.02.19 | 2866 |
3478 | 장례(葬禮) 풍경 [4] | 신종윤 | 2010.02.22 | 2789 |
3477 | “Follow your bliss” [8] | 승완 | 2010.02.23 | 4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