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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6일 09시 04분 등록

세상과 하나가 되는 방법 

 

23일 졸업 여행을 다녀왔다. 나를 온전히 내려놓았다. 긴장을 풀고 여행 내내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늘 취해 있었다. 매일 늦은 저녁까지 서로에게 빠져들어갔다. 졸리는 가운데에서도 나의 거울을 보는 듯 했다. 마치 나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깊은 인연이 된 사람들, 평생 동안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들이다.

 

마지막 날, 새벽이 되기 전에 일어나 화장실에 앉았다. 이렇게 큰 화장실은 처음이다. 볼일을 보고 욕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10년 뒤에 나에게 편지를 써 본다. 2012년 한해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했다. 네가 그토록 원하던 글도 마음껏 써 보았다. 즐거운 고생이었다. 하지만 잔뜩 늘어놓았지 아직 정리를 하지 않았다. 토해낸 구슬들을 하나씩 닦아내고 꿰어야 한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말이다. 그 결실을 내 목에 걸었을 때는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과정 동안 나와 가족들을 사랑하고, 행복해지자.

 

조금씩 해가 떠 오른다. 점점 높이 올라가 세상 속에 빛을 쏟아 낸다. 화장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을 만지면서 잠시 동안 하나가 된다. 신에게 축복받는 느낌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신을 구하는 자>에 나왔던 기도가 떠오른다.

 

1.  주여, <존재하는 건 당신과 나뿐> 이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2.  주여, <당신과 나는 하나>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3.  주여, <이 하나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천 년의 역사가 흐르는 경주, 소나무 숲을 걸으면서 생각해본다. 눈 깜짝할 찰나에도 시간은 흐르고, 존재하는 동안 세상의 모든 것과 하나가 된다. 또 다른 나를 끄집어 내어 새로운 하나를 만든다. 눈 앞에 아름다운 풍광이 보인다. 탄성을 지르는 순간, 자연과 신과 나는 하나가 된다. 해는 기울어지고 점점 어두워진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경계선이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비로서 이 세상에서 걸어가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사라진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세상과 하나가 되는 방법을 발견했다. 활짝 웃는 것. 내 스스로 웃음꽃이 되는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자연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웃음꽃을 보여주자, 그 순간 하나가 된다. 그들에게 신의 사랑을 보여준 것이다. 내 삶의 존재 이유다. 책을 쓰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면서 활짝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 나와 자주 마주할수록 독자들도 웃음꽃을 피우는 자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자연스럽게 나와 독자가 하나가 되는 방법이다.

 

  큰 나무 아래에서 희망의 씨앗을 키워낸 시간, 변경연 2012. 앞으로 세상에 꽃을 피우기까지 수 많은 고난이 다가오겠지. 하지만, 그 시간을 함께 인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기에 두렵지 않다. 진정한 나와 하나가 되었다. 천 년의 경주 역사가 부럽지 않은 찬란한 팔팔이들의 축복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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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08:17:01 *.142.242.20

"나의 거울을 보는듯 했다."

이거구나. 이래서 내가 그토록 즐겁고, 재밌고, 나다웠구나... 

오빠 그 큰 화장실에서 추억이 있네요. 나는 잠으로 추억을 샀다는 ㅎㅎ

내년 2월 여행이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그땐 서로가 더 변화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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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2:03:20 *.194.37.13

여행 내내 취해 있었던 것 같아.

술에 취해,

기분에 취해,

자연에 취해,

무엇보다도 팔팔이들의 사랑에 푹 취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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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09:52:36 *.51.145.193

행님의 '활짝 웃는 모습'은 육백만불짜리 입니다.

그러니 그 웃음, 남발하셔도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거덜나지 않을 부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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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2:09:01 *.194.37.13

고맙워~^^, 재용아 네가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을

부자로 만들어주었구나!

전에 연극을 한답시고, 아주 심각한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웃는다고, 호되게 야단 맞은 기억이 난다.  ㅎㅎㅎ

 

이번 여행은 팔팔이가 함께여서 더 즐거웠었던 것 같아.

다음 여행 갈때에도 꼭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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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16:26:02 *.41.190.165

주여, <존재하는 건 당신과 나뿐> 이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주여, <당신과 나는 하나>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주여, <이 하나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너의 숭고한 기도가 이루워 지는 날을 위해 책장의 속도가 빨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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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2:19:54 *.194.37.13

네, 형님!!

책과 하나가 되어 바람에 책장이 넘어가듯   

존재 조차도 의식하지 않은 내가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책 속에 수 많은 의미들을 제 몸 속에

스스로 녹여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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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1 12:51:43 *.129.0.63

꽃처럼 피어나는 이 옆에 있는 건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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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2:20:29 *.194.37.13

저야말로 영광이며 행운입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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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2 16:15:52 *.137.98.177

나는 오빠를 보면서 한 사람의 아름다운 인격이 삶의 가능성을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는가를 깨달았습니다. 오빠는 세계 어디를 내어놓아도 사랑받고 존경받으며 살 수 있는 사람이예요. 가시없는 장미처럼 맑은 사람을 알게 되어서 큰 행운이었습니다. 나아게 바람이 있다면 오빠의 인격을 조금 닮는 거예요.^^ 오빠는 오빠를 닮은 글도 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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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2:26:01 *.194.37.13

어릴적 꿈이 떠올랐어. 어른들이 나에게 물었어.

 "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음,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준이가 나의 꿈을 이뤄준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

내가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깐 지난 일년,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네가 해준 말대로 흔들림없이 나아갈께.

그리고, 나를 닮은 글을 쓰도록 노력할께, 고마워, 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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