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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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하나가 되는 방법
2박3일 졸업 여행을 다녀왔다. 나를 온전히 내려놓았다. 긴장을 풀고 여행 내내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늘 취해 있었다. 매일 늦은 저녁까지 서로에게 빠져들어갔다. 졸리는 가운데에서도 나의 거울을 보는 듯 했다. 마치 나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깊은 인연이 된 사람들, 평생 동안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들이다.
마지막 날, 새벽이 되기 전에 일어나 화장실에 앉았다. 이렇게 큰 화장실은 처음이다. 볼일을 보고 욕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10년 뒤에 나에게
편지를 써 본다. 2012년 한해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했다. 네가 그토록 원하던 글도 마음껏 써 보았다. 즐거운
고생이었다. 하지만 잔뜩 늘어놓았지 아직 정리를 하지 않았다. 토해낸
구슬들을 하나씩 닦아내고 꿰어야 한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말이다. 그
결실을 내 목에 걸었을 때는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과정 동안 나와 가족들을 사랑하고, 행복해지자.
조금씩 해가 떠 오른다. 점점 높이 올라가 세상 속에 빛을 쏟아 낸다. 화장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을 만지면서 잠시 동안 하나가 된다. 신에게 축복받는 느낌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신을 구하는 자>에 나왔던 기도가
떠오른다.
1. 주여, <존재하는 건
당신과 나뿐> 이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2. 주여, <당신과 나는
하나>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3. 주여, <이 하나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천 년의 역사가 흐르는 경주, 소나무
숲을 걸으면서 생각해본다. 눈 깜짝할 찰나에도 시간은 흐르고, 존재하는
동안 세상의 모든 것과 하나가 된다. 또 다른 나를 끄집어 내어 새로운 하나를 만든다. 눈 앞에 아름다운 풍광이 보인다. 탄성을 지르는 순간, 자연과 신과 나는 하나가 된다. 해는 기울어지고 점점 어두워진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경계선이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비로서 이 세상에서
걸어가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사라진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세상과 하나가 되는 방법을 발견했다. 활짝 웃는 것. 내 스스로 웃음꽃이 되는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자연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웃음꽃을 보여주자, 그 순간 하나가 된다. 그들에게 신의 사랑을 보여준 것이다. 내 삶의 존재 이유다. 책을 쓰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면서 활짝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 나와 자주 마주할수록
독자들도 웃음꽃을 피우는 자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자연스럽게 나와 독자가 하나가 되는 방법이다.
큰 나무 아래에서 희망의 씨앗을 키워낸 시간, 변경연 2012년. 앞으로
세상에 꽃을 피우기까지 수 많은 고난이 다가오겠지. 하지만, 그
시간을 함께 인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기에 두렵지 않다. 진정한 나와 하나가 되었다. 천 년의 경주 역사가 부럽지 않은 찬란한
팔팔이들의 축복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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