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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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어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 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1960~1989) '빈집'
...
당신의 진정한 첫사랑은 누구입니까?
그렇다면 이제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두번째 '진정한' 사랑은 누구입니까?
그런데 의외로 두번째 사랑부터는 첫번째 사랑과는 달리 기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깨닫곤 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첫사랑은 두번째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것일텐데, 두번째 사랑이란,
세번째, 네번째 아니면 스물 다섯번째 만큼이나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첫사랑은 반드시 그 두번째 사랑이 있는 것이기에 우리 마음과 기억에 아련히
그 처음의 자리를 차지하며 영원히 머물러 있는 것일텐데
또 그렇다면, 우리 마음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첫사랑만큼이나
그 두 번째 사랑 역시 우리 마음에 자연스럽게 떠올라야 할텐데 말이지요.
왜 그럴까요?
왜 그런 것일까요?
...
네.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두번째 사랑은 없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첫사랑인 것이라고 말이지요.
첫사랑의 '첫'은 하나, 둘, 셋, 넷 순서의 첫번째를 말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사랑을 알게되는 맨 처음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사랑의
문을 들어섰던 그 때 그 시절 우리네들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렇기에 첫사랑의 '첫'은 어쩌면 첫가을처럼, 한 계절이 시작하는 첫머리와 같은
어떤 계절의 초입을 뜻하는 말이 아닐런지요. 풍성한 만큼이나
차가운 겨울이 기다릴, 바로 그 젊음 시절의 가을들을 말이지요.
http://www.youtube.com/watch?v=XxQBFCBDsyw
- 김광민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