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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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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첫

  • 번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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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7일 20시 59분 등록

안녕하세요?

한 주간 대문을 열게된 곧 나비가 될  '번데기' 김주영입니다.

첫 줄을 써놓고 보니 비관적인 느낌이 나서 나비가 되지 못한 '번데기'라고 썻다가 지우고 바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하회탈과 찜닭으로 유명한 선비의 고장 안동에서 문구잡화도매 가게를 40년 동안 하셨어요. 인구 10만이 겨우 넘는 작은 도시지만 학교는 30개가 넘는 숨겨진 교육도시라 문구수요가 상당한 곳이었습니다. 신학기에는 손님이 개미때 처럼 몰려와 노트를 사가는 바람에 매일 4.5톤 트럭이 노트와 연필을 날랐고, 저녁에 커다란 쌀자루에 담긴 천원짜리를 세느라 온 가족이 모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니다. 그런데요. 부모님이 회상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정확히 10년의 법칙이 적용되었더군요. 안동에서 차로 한시간 더 들어가야하는 예안이라는 농촌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6살에 할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이 된 아버지는 중학교를 마치고 월남전에 참전하기 전까지 전형적인 빈농이었습니다.

 

딸린 동생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렇게 살아서는 빈농을 벗어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장사미천을 마련하기 위해 월남전에 참전하셨고, 목숨을 걸고 마련한 몇 만원으로 안동에서 과자가게를 열었습니다. 그 즈음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와 결혼을 하고 숫기 없는 두 부부는 손님을 보는게 부끄러워서 숨어서 손님이 오나 않오나 볼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장사가 잘 될리 없었고, 밑천은 떨어지고 행상을 하기에 이르렀지요. 그렇게 근근히 10년을 버티다보니 안동에는 학교가 많으니 수업에 필요한 문구류와 유행을 타는 장난감 등을 대구와 서울에서 사와서 되팔면 장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셨고, 그 생각은 딱 들어맛았었지요.

 

그렇게 30년간 일년에 딱 두번 구정과 추석 당일만 쉬는 연중무휴의 강행군을 하셨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큰 돈을 번 것은 아닙니다. 두분이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6시 30분에 문을 열고 저녁 10시까지 일하는 그야 말로 월화수목금금금의 휴가도 없는 엄청난 노동의 댓가치곤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29살에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임신을 하자 부모님은 가족끼리 처음 외식을 하셨습니다. 그전까지 일년에 한 번 짜장면을 시켜먹는 것이 유일한 외식이었고, 시장에서 만원짜리 외투로 몇 년을 버티셨지요. 그런 살인적인 노동의 댓가로 저는 편하게 공부하면서 대학시절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그냥 인생을 너무 쉽게 살았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원하는 공부를 잘하는 것,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는 것, 적성과는 상관없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가 되었지요. 제가 취업하던 1996년은 IMF전 마지막 호황기라 대기업에서 사람을 모셔가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저는 그냥 저냥 인생을 마구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입사원이 신차를 사서 1년만에 다른 신차로 바꾸고, 이사오면서 세탁기와 침대를 버리고 오는 정말 철없는 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한 십년 하다보니 인생이 이게 아닌 것 같은거예요. 회사에 다니면서 전혀 즐겁지가 않은 겁니다. 당연히 자전거, 캠핑, 카메라, 그리고 수족관까지 여러가지 취미에 빠져들었었습니다. 그런 취미는 취미일 뿐 나를 충족시켜주진 못했습니다. 그러다 변경연을 알게 되었고, 꿈벗도 다녀오고 했지만 여전히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 머리속에 몇 년째 맴도는 단어가 있지만 이미 레드오션인지라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슬럼프를 벗어나 한 시간이라도 그 단어와 친해져야겠습니다. 투자도 아끼지 않아야겠지요. 10년을 갈고 닦으면 이제 53살... 파마끼가 있는 장발스타일에 흰 머리카락이 어울리는... 뿔테안경에 청바지를 입고 가게에서 분주히 일하면서 자연스레 손님과 어울리는 인상좋은 주인이 되어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서 없이 넋두리가 길었네요.

 

청룡부족 여러분!!! 우리 모두 나만의 꿈을 이루는 그 날까지 함께 해요.

 

내가게.jpg

위 사진은 안동에 있는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던 가게예요. 문득 옛날 생각도 나고...

IP *.110.18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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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7 23:29:08 *.222.172.150

번데기님의 소개를 읽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기분 좋은 꿈과 하루하루 친해지는 순간들에

새벽 기운이 더해지시길, 마음 더합니다. 

3차 세미나 때 뵙고 대화 많이 나누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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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03:35:22 *.71.243.11

출석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되네요. 좋은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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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03:57:25 *.70.45.51

앞으로의 나비의 삶이 기대됩니다.

출첵.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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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thesmile
2013.03.18 04:20:35 *.62.160.61
출첵합니다. 기대되요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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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04:47:05 *.132.53.169

번데기에서 나비로, 나비에서 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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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04:59:38 *.234.184.216
출석이요~대문글 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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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05:02:40 *.62.173.165
일단 선출석 후리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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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05:14:47 *.110.181.152
출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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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0km
2013.03.18 05:31:38 *.62.160.105
출석합니다 !! 저도 우선 출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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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05:50:34 *.9.188.107

출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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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05:58:44 *.142.242.20

출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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