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땠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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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약해질 권리가 없다. 누대에 걸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선 무조건 권위 있어야 하고, 그래서 '엄해야' 한다. 엄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누대에 걸쳐 형성된 가풍에 따라 모든 가족 구성원들을 통솔하고, 가족을 하나의 사회 집단으로 운영하고 존속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필연적으로 선택되어진 것이다. 엄하지 않으면 그 수직 구조의 틀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를 계승할 호주들은 그래서 아주 어릴 때부터 엄한 아버지로 키워진다. 나약해져도 '헛기침'으로 그걸 감추라고 배우고, '어린것'들과 '아녀자'가 상투 밑까지 '기어올라올지 모르니' 쉽게 웃지 말고 쉽게 사랑을 표현하지 말라고 배운다. 그래서 그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가면을 만들어 쓴다. 가면 뒤에선 때로 쓸쓸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져왔으므로 가면을 벗는 건 더 무섭다.
- '남자들, 쓸쓸하다' (박범신)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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