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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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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4일 23시 17분 등록

" 한편, '재즈카페 주인장'으로 산다는 것은 언뜻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블루칼라 노동자에 버금가는 고된 노동이 요구되었다. 그는 자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육체노동에 시달렸고, 은행이나 장인에 게 진 빚을 하루빨리 갚아야 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여유롭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했을 뿐만 아니라 담배연기와 위스키에 절어 지내야만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술주정뱅이들이 남긴 오물을 치워야 했으며, 취객들을 쫓아 보내고 아침부터 식재료 등을 사러 다녀야 했다. 창문도 없는 어두컴컴한 지하의 작은 공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음반을 틀고, 피터 캣의 특식인 롤캐비지와 음료를 만들고, 그릇을 닦았다......."

 

 

-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임경선)' p.58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적인 작가다. 출간되는 책은 전세계적으로 기본 백만부 이상...( 아마 수백만부일 듯 ) 팔리고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란 이름 자체가 일종의 유행이자 브랜드이자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그의 프로필에서 빠지지 않는 '째즈카페'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다.

 

'째즈 카페를 운영하다가 우연이 글을 쓸 수 있을거라 생각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런 그의 프로필을 볼 때 문득 든 생각은 이랬다. ' 그래, 째즈카페 운영하면서, 음악듣고, 손님들 없으면 그 시간이 글을 쓰니 얼마나 좋겠어... 나도 저런 직업 구해서 글이나 썼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나도 베스트셀러 하나 내면서 먹고 살텐데......'

 

착각이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그리고 착각은 자유이다. 남의 떡이 커보이고, 남들이 하는 일은 언제나 나의 일보다 편해보인다. 결국 내가 편한대로 해석하고 응당 그러했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째즈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편한 직업이 아니다..... 마치 스튜어디스처럼 겉으로는 화려할지 모르나 실상은 고되고도 고된 육체노동에 불과한 그런 직업 중에 하나였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멋진 카페에서 또는 자신만의 집필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글을 쓰다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햇살이 내리쬐는 창밖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구상을 하는 그런....... 광고에서나 나올법한 작업은 아닐 것이다. 책을 쓰면 수만부에서 수십만부 또는 백만부를 팔아치워 인세로 벌어먹고 사는 그런 모습도....  하늘에서 별따기와 다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가끔 드라마에서 나오는 작가들의 모습, 얼굴을 수염으로 덥수룩하고 며칠을 안씼었는지 꽤재재하고, 재털이를 담배꽁초로 무슨 탑이라도 쌓는 듯 하고, 방안은 안개와 같이 담배연기로 자욱한... 그런 작가의 모습......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글쓰는 것은 육체노동이다.

 

착각은 자유다. 광고에서나 나오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멋진 모습은 착각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왜... 도대체 왜....

 

결국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 그것밖에 없다. 머리 속에 든 것 별로 없고, 읽은 것도 쥐뿔 없고, 써본적도 그리 많지 않다. 이게 나의 현실이다.

 

그런 쌩초보가 글을 쓴다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순간 순간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생각으로 장광설을 풀거나, 가뭄에 펌프로 여기저기에서 필사적으로 물을 끌어 논에 대어주듯, 일상의 소소한 것까지 글의 재료로 삼고 써보고 또 써보는 수 밖에.....두려워하면 쓰지 못한다. 그냥 쓰는 것이다. 손가락질 받아도, 욕들어 먹어도, 나의 바닥이 드러나 사람들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더라고 그냥 쓰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랬을까......아니다. 그는 어린 시절 고베항 앞 한 중고서점에서 선원들이 팔고간 페이퍼백 원서 소설들을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엔 러시아문학에 심취해 그 안에 깊숙히 빠져들었다가(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도스토 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다.) 그런 그의 관심은 미국문학으로 이어졌다. 십수년을 책과 살아왔으니,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을리라......

 

 

나는 다르다. 나는 바닥이다. 아무 것도 없다. 이게 나의 현실이다.

그저 인정하고, 생각하고, 쓰고, 이 모든 육체노동의 과정을 즐기는 수 밖에 없다.

 

즐기는 자를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세상에 몇 안되는 천재가 아닌 이상......

쓰고 쓰고 또 쓰다보면, 나도 언젠가는......

IP *.221.3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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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04:19:38 *.223.40.57

출석합니다^^

일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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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붓다
2013.03.25 04:32:19 *.33.176.162
출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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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04:32:36 *.70.4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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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합니다 .(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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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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