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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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에 대하여
생텍쥐페리(1900.6.29~1944.7.31)
프랑스작가이자 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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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 안쪽에는 ‘콘수엘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후 몇 년 뒤에는 그가 마지막 탔던 비행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같은 해역에서 수거됨. 2008년3월에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공군조종사였던 호르스트 리페르트가 프랑스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고백했다. 1944년 그날 리베르트는 프랑스 남부해상을 비행 중에 미국산 ‘p38라이트닝’을 발견하고 수 차례 근접 공격하여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리베르트는 “이제 안 찾아 다녀도 된다. 내가 바로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격추시킨 사람이다. 나중에야 바다에 떨어진 그 비행기에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었음을 알았다. 나는 제발 그가 아니길 바랐다. 우리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그의 책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말하기도 했다. <어린 왕자>는 정식판매부수 8000만주, 해적판까지 1억 부로 추정됨. 160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42년 초 뉴욕의 한 식당에서 냅킨에 장난 삼아 그림을 그리는 것을 함께 식사하던 출판업자 커티스 히치콕이의 눈에 뛴다. 뭘 그리는지 묻는 그에게 “별 것 아닙니다. 마음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한 녀석이지요.” 생텍쥐베리의 마음에 담아가지고 다니던 녀석이 책으로 태어났다. 1943년 출간되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어린 왕자의 탄생스토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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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 어린 왕자 앙투안 마리 로제 드 생텍쥐베리지금/김화영옮김 문학동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5&contents_id=285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517396
<나의 의견.>
내 인생의 책,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시. 내 인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될 경우가 종종 있다.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정한지는 잘 모르겠다. 독서량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서 내 인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뭐한 까닭 일 게다. 그럼에도 두 해 전 미 스토리를 적으면서 그 난에 <어린 왕자>를 적었었다. 어릴 적 한동안은 책을 선물할 때 <어린 왕자>를 애용했다. 몇 명이나 될까.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선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사서 작은 메모를 하고 건네준다. 말미에는 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당신의 곁에서 있으라는 의미이다. 곁에 가 있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을 책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책을 받는 사람은 어린 왕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너무 유명한 책이어서 얇아서 그래서 후딱 읽고 그냥 덮어두었을 수도 있고 읽어보았지만 아무런 감동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는 책이다. 언제부턴가 이제는 책을 선물하는 일은 자제하기로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이란 것이 아주 개인적인 취향이 있는 부분이더라는 걸 알았다는 말이다. 관심 있는 책을 사보는 재미. 그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뺏을 수 없는 행복 중에 하나이다. 다시 어린 왕자를 들은 이유가 있다. 나와 비슷한 사람.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선물로 책을 건네주었다. 이번에는 아주 큼지막한 책이다. 들고 다닐 수 없는 크기의 책. 아름다운 책을 선물 받은 나는 다시 어린 왕자와의 데이트를 했는데…상징적으로 기억하는 여우와 장미 말고…어린 왕자가 지구에 온 것이 일곱 번째 별이라는 것. 아무렇게나 귀챦아서 던진 상자 속에 양 한 마리. 적당한 시기에 뽑지 않으면 쑥 자라나서 도저히 어찌하지 못하는 바오밥나무…이런 것들이 내 마음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레옹 베르트에게
이 책을 어떤 어른에게 바치게 된 것을 어린이들이 용서해주었으면 한다. 내게는 그럴 만한 진지한 이유가 있다. 그 어른은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이니 말이다. 그 밖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그 어른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까지도 다 이해할 줄 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그 어른은 지금 프랑스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춥고 배고픈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그 어른은 위로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모든 이유로도 부족하다면, 나는 이 책을 지난날 어린아이였던 그에게 바치기로 하겠다.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바치는 말'을 이렇게 고쳐 써보겠다.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7 나는 그 걸작품을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내 그림이 무서우냐고 물어보았다. 어른들은 대답했다. "모자가 뭐가 무서워?"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었다. 그것은 코끼리를
삼키고서 소화시키는 보아 구렁이를 그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 구렁이의
뱃속을 그려 넣었다. 어른들에게는
언제나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8 어른들은 언제나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린이들로서는 그들에게 매번 설명을 하고 또 해야
하니 피곤한 노릇이다.
10 그래서 나는 양을 그렸다. 나는
다시 그렸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그렸다. 엔진을 분해하는
일이 급하기에 나는 아무렇게나 같은 그림을 끼적거려놓고는 그에게 한마디를 툭 던져보았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속에 있어."
14 "아저씨가 준 상자가 좋은 건 그게 밤에는 양의 집이 될 수 있다는 거야."
"그렇고 말고, 네가 착하게 굴기만 하면 낮에 양을 메어둘 고삐도 그려줄게, 그리고 말뚝도."
나의 제안에 어린 왕자는 어이없어하는 것 같았다.
"양을 매어놓다니! 별 이상한 생각을 다 하는군!"
"하지만 매어놓지 않으면 제멋대로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그랬더니 내 친구는 또다시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아니, 양이 가긴 어디로 가?"
"어디든, 아무 데나 곧장 앞으로...."
그랬더니 어린 왕자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괜챦아,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으니까!"
그리고 마음이 약간 서글퍼졌는지 이렇게 덧붙였다.
"앞으로 곧장 가봐야 별로 멀리 갈 수도 없는걸...."
15 내가 B612호 소행성에 대해서 여러분에게 이토록 자세히 이야기하고 그 번호까지 일러주게 된 것은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는 것이다. 당신이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은 제일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도무지 묻지를 않는다. 그들은 "그 애 목소리는 어떻지? 그 앤 무슨 놀이를 제일 좋아하지? 나비를 수집하니? 하고 묻는 법이 절대로 없다. "나이는 몇 살이지? 형제는 몇이고? 몸무게는? 아버지 수입을 얼마지? 하고 물어대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그 친구에 대하여 안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가에 제라늄화분이 놓여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멋진 붉은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를 상상해 내지 못한다.
어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야, 참 멋진 집이겠구나!"하고 감탄한다.
16 어린 왕자가 내가 그린 양을 가지고 떠나가버린 지 벌써 여섯
해나 된다. 지금 여기에다 그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친구를
잊는 다는 것은 슬픈 일이니까. 아무에게나 다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친구는 도무지 설명을 해주는 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마 내가 자기와 같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불행하게도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양을 꿰뚫어보지도 못한다. 아마 나도 어쩌면 어른들과 비슷한지도 모를 일이다.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20 누구나 다 알다시피 미국이 정오일 때 프랑스에서는 해가 지지, 단숨에 프랑스로 달려갈 수만 있다면 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러나 너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놓기만 하면 되었지. 그렇게만 하면 맘 내킬 때마다 해지는 광경을 볼 수가 있었던 거야.
"어느 날은 해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본 적도 있어."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었지. "그런데...몹시 슬플 적엔 해 지는 게 좋아져..."
"마흔네
번 본 날 그런 넌 그렇게도 슬펐던 거야?"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22 이제 어린 왕자는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은 가시를 만들어 갖고 있어. 그런데도 수백만 년 전부터 양들은 꽃을 먹어왔어. 그런데 어째서
꽃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 가지느라고 그토록 애를 쓰는지 알려고 하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양들과 꽃들의 전쟁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거지? 이건 얼굴이 뻘건 뚱뚱이 아저씨가 하는 계산보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 못 된다 이거지? 그런데 만약에 내가 내 별 말고는 다른 어디에도 없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하나
알고 있다면, 그런데 어린 양 한 마리가 어느 날 아침, 무심코 그걸 그냥 덥석 먹어 없애버린다면,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 이거지?"
어린 왕자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을 이었다.
"만약 누군가 수백만 수천만 개나 되는 별 중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그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거야.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하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렇지만 양이 그 꽃을 먹는다고 생각해봐. 이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다 꺼져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어린 왕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린 뒤였다. 나는 손에서 연장을
내려놓아버렸다. 망치도 볼트도 목마름도 죽음도 모두 다 우습게 생각되었다. 어떤 별에, 어떤 떠돌이별 위에, 나의
별인 지구 위에 내가 위로해주어야 할 한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품 안에 안았다. 그를 안고 흔들어
달래면서 나는 말하고 있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아...너의 양에다가 굴레를 그려줄게....그리고 네
꽃에는 울타리를 쳐주고, 또..."나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이 너무나 서툴게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그와 한마음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눈물의 나라란 이토록
신비로운 것이다.
23 개 양귀비꽃처럼 쭈글쭈글 구겨진 모습을 해가지고 밖으로 나오기가 싫었던 것이다. 꽃은 그 아름다움의 빛이
가득해졌을 때에야 비로소 나타나고 싶은 것이었다. 애교가 이만저만 아닌 꽃이었다! 그 꽃의 신비로운 단장이
그러니까 며칠이고 계속됐다. 그러더니 어느 날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각에 꽃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토록
빈틈없이 몸치장을 해왔으면서도 꽃은 하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아! 겨우 잠에서 깨어났네요...용서하세요....머리가 온통 헝클어졌지 뭐예요,,,"
어린 왕자는 감탄의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정말 아름답군요!"
"그렇죠? 나는 해님과 동시에 태어났거든요...." 꽃이 속삭이듯 대답했다.
25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던 거야! 그 꽃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그 꽃은 내게 향기를 뿜어주고 마음도 환하게 해주었어. 절대로 도망을 쳐버리지는 말았어야 하는 건데! 그 꽃의
대단치 않은 심술 뒤에 애정이 숨어 있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 건데 그랬어. 꽃들은 앞뒤가 어긋나는 말을 너무나 잘
하니까!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26 "잘 있어!" 그는 꽃에게 말했다. 그러나 꽃은 대답이 없었다. "잘 있어!"그는 한 번 더 말했다. 꽃은 기침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감기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어리석었어"하고 마침내 꽃이 그에게 말했다. "용서해줘, 부디 행복해지길
바라."
나무라는 말이 없어서 그는 놀랐다. 그래서 둥근 덮개를 손에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꽃이 왜
이렇게 조용하고 온순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 난 너를 사랑해"하고 꽃이 말했다. "넌 도무지 그걸
눈치채지 못하더라. 내 탓이지 뭐.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도 나만큼이나 어리석었어. 부디 행복해....그 둥근 덮개는
내버려 뒤.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어."
"하지만 바람이 불면...."
"감기가 그렇게 심한 건 아니었어. 신선한 밤 바람이 내게 좋을 거야. 난 꽃이니까."
"하지만 벌레들이...."
"나비를 보려면 벌레 두세 마리쯤은 참아줘야지. 나비는 정말 아름답다는데, 나비 말고 누가 나를 찾아와주겠어? 너는 멀리 가 있겠지. 큰 짐승들은 말이지, 조금도 겁날 것이 없어. 내 발톱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꽃은 천진난만하게 제가 가진 네 개의 가시를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우물거리고 있지마. 짜증나. 떠나기로 했으면 어서 가."
꽃은 제가 우는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나도 자존심 강한 꽃이니까,,,,
29 "그럼 너 자신을 심판하라"하고 왕이 말했다.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라. 남을 심판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심판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법이니라. 네가
너 스스로를 훌륭히 심판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네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인 까닭인 것이다."
36 '이 사람은 아마도 왕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이나 술꾼, 혹은 사업가 같은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이 사람 하나뿐이야. 아마도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일에 열심이기 때문일
게야.'
어린 왕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내쉬며 또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친구로 삼을 만한 사람은 저 사람 하나뿐이었는데, 하지만 그의 별은 너무 작아. 둘이 서 있을 자리가 없으니....'
43 "사람들은 다 어디 있지?"이윽고 어린 왕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막은 좀 외롭군...."
"사람들은 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지." 뱀이 대답했다.
어린 왕자가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았다.
46 "넌 누구지? 참 예쁘구나."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여우야."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하고 어린 왕자가 청했다. "난 지금 너무 슬프단다...."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여우가 말했다. "난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아, 그래? 미안해."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다가 그가 다시 말했다.
"'길들인다'는 뭐지?"
"넌 여기 사는 애가 아니구나. 넌 뭘 찾고 있는 거니?"여우가 말했다.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 게 뭐지?"
"사람들은 말이야.:여우가 말했다. "총을 가지고 사냥을 하지. 그건 정말 곤란한 일이야. 사람들은 또 닭도 기르지.
그들이 관심 있는
건 그것뿐이야. 너도 닭을 찾고
있는 거지?"
"아니, 난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뭐지?"
"그건 사람들이 너무나 잊고 있는 건데....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널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47 그러나 여우는 다시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 나는 닭들을 사냥하고 사람들은 나를 사냥하지. 닭들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사람들도 모두 비슷비슷해. 그래서 나 좀 따분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이 드는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난 다른 모든 발소리와는 다른 한 가지 발소리를 분간할 수 있게 될 거야. 다른 발소리를 들으면 난 얼른 굴 속으로 들어가겠지.
그렇지만 네 발소리를 들으면 마치 음악 소리를 들은 듯이 굴 밖으로 뛰쳐나올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밀밭을 보다가 머리에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
그건 서글픈
일이지! 하지만 너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멋질 거야! 금빛으로 무르익은
말을 보면 네 생각이 날 테니까. 그럼 난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도 사랑하게 될 거야...."
여우는 말을 그치고 어린 왕자를 오래오래 쳐다보더니
"부탁이야....나를 길들여줘!"하고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어."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찾아야 할 친구도 있고 알아볼 것들도 많거든..."
"누구든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지 못하는 거야."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되었어. 상점에
가서 다 만들어진 물건들을 사는 거야.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을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어. 친구를
갖고 싶으면 나를 길들여줘!"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해."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이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내가 곁눈질로 너를 슬쩍 바라볼 거야. 그럼 넌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말은 오해를 낳는 거니까. 하지만 넌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게 될 거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다시 거기로 갔다.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여우가 말했다.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가 되면 난 벌써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게 되겠지! 그러나 네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아무 때나 오면 나는 몇 시부터 마음을
곱게 단장해야 하는지 통 알 수가 없잖아...그래서 의식이 필요한 거야."
"의식이 뭐지?"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것도 사람들이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어떤 날이 다른 날들과, 어떤 시간이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게 의식이야. 가령, 나를 쫓는 사냥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나에게 목요일은 신나는 날이야! 나는 포도밭까지 산보를 갈 수 있어. 하지만 만약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고 해봐. 모든 날이 다를 바 없이 다 같은 날일 테니 난 하루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할 거야..."
이리하여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그러다가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오자 여우가 말했다.
49 "아!...눈물이 날 것만 같아."
"네 탓이야."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길들여달라고 해서...."
"그건 그래."여우가 말했다.
"그런데 넌 울려고 하쟎아!"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맞아...."여우가 말했다.
"그렇다면 넌 얻은 게 아무것도 없쟎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얻은 게 있어"여우가 말했다. "밀밭 색깔이 있쟎아."
그리고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장미꽃들을 다시 가서 봐. 너의 장미꽃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꽃이란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내게
돌아와서 작별인사를 해줘. 그러면 선물로 비밀 하나를 가르쳐줄게."
50 "그럼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잘 기억해두기 위해서 어린 왕자가 되뇌었다.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은 네가 내 장미꽃을 위해서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서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잘 기억해두기 위해서 어린 왕자가 되뇌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걸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 너는 영원히 책임이 있는 거야.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잘 기억해두기 위해서 어린 왕자가 되뇌었다.
그래서 그는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
51 불을 환하게 켠 세 번째 급행열차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이 사람들은 또 먼젓번 승객들을 쫓아가고 있는 거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쫓아가긴 뭘 쫓아가? 저 안에서 잠을 자거나 아니면 하품이나 하고 있는 거지. 오직 아이들만이 유리창에 코를 바짝
대고 있을 뿐이야."
"아이들만이 자기가 무얼 차고 있는지 알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이들은 허름한 헝겊인형 하나 때문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그러다 보면 그 인형이 아주 중요한 게 되는 거야. 누가 그걸 뺏기라도 하면 울어대잖아....."
"아이들은 운이 좋구나."철도원이 말했다.
"만약 내게 마음대로 써도 되는 오십삼 분이 있다면 난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겠어."
어린 왕자는 혼자 생각했다.
52 "별들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어린 왕자가 말했다.
53 반쯤 벌리고 있는 그의 입술에 어렴풋한 미소가 어리어 있는 것을 보며 나는 또 생각했다. '이 잠든 어린 왕자가
이렇게까지 내 마음을 감동시기는 것은 꽃 한 송이에 대한 그의 변함없는 마음, 잠들어 있을 때조차도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그의 마음속에 빛나고 있는 한 송이 장미꽃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그가 더욱 부서지기 쉬운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등불을 잘 막아주지 않으면 안 되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꺼질 수도 있으니까...
그리하여 나는 그렇게 걸어가다가 해가 뜰 무렵에 우물을 발견했다.
55"그러나 눈으로는 보지 못해. 마음으로 찾아야 해."
58 "오늘 저녁엔 훨씬 더 무서울 텐데,,,"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에 나는 다시금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웃음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견딜 수가 없었다. 내게 있어서 그 웃음소리는 사막 속의 셈과 같은 것이었다.
59 "그리고 슬픔이 가시고 나면(슬픔이란 늘 가시게 마련이니까) 아저씬 나를 알 게 된 것을 기뻐하게 될 거야.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나하고 친구로 있을 테고, 나와 함께 웃고 싶어질 거야. 그리고 가끔 그냥 괜히 창문을 열겠지....아저씨가 하늘을 쳐다보고 웃는 걸 보면 친구들이 아주 이상히 여길 테지. 그러면 이렇게 말해줘. '그래, 난 별들을 보면 언제나
웃음이 나와!" 그러면 그들이 아저씨가 미쳤다고 생각하게 되지. 난 아저씨를 된통 골탕 먹인 셈이 되겠네...."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60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알다시피, 거긴 너무 멀어. 그래서 느는 이 몸을 가지고는 갈 수가 없어. 너무 무겁거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벗어 던진 낡은 껍데기나 마찬가질 거야. 낡은 껍데기가 슬플 건 없잖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61 이건 정말이지 커다란 수수깨끼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나 나에게나, 이 세상 어딘가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양 한 마리가 한 송이 장미꽃을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에 따라서 이 세상천지의
모든 게 온통 다 달라져 버리니 말이다.
하늘을 쳐다보라. 그리고 이렇게 자문해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그러면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무도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지 못할 것이다.
3. 목차와
뼈대에 대하여
책 머리에는 레웅 베르트에게로 시작한다.
어린이가 아닌 어른에게 바치게 된 것을
용서해달라는 말과 함께.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는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 친구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까지도
다 이해할 줄 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춥고 배고픈 처지에 놓여 있어서
위로가 필요하다는 이유이다.
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동화인가. 어린이를 위한 동화인가. 어린이를 아는 어른의 동화이고 어른을 아는 어린이의
동화이다. 사람은 성장하기 위하여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성장과 성공 둘을 혼동하지 않기만 한다면 말이다.
어른들의 성공에 매몰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어린 왕자의 입을 통해서 순수한 인간으로의 치유를 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장미의 실제 주인공은 그의 부인인 콘수엘라이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남편인 생텍쥐페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다렸다고 한다. 수많은 비행을 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사막과 보편의 삶과는 동떨어진듯한 어린왕자를 품고 다녔다는 것은 실제로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지만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하는 여인과의 삶이
표현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랑한 여인과 어린 왕자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12세에 비행을 처음 시작하여 비행을 하다가 사망한다. 전시 중에 정찰비행기를 몰았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의 탈출을 위한 방편중의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라는 상황보다
현실세계가 그에게는 힘든 상황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가 실종되었을 당시 부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가족들은 숨기고 있었다고 하는 대목을 보아서는 저자의 성격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분명히 하는 성격의 소유자는 아닌듯하다.
가족과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들...결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수없이 썼다는 연애편지까지...기질적으로 힘든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