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정화
 - 조회 수 2512
 - 댓글 수 1
 - 추천 수 0
 
거룩한 사랑
박노해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서울서 고학하던 형님이 허약해져 내려오면
어머님은 애지중지 길러온 암탉을 잡으셨다.
성호를 그은 뒤 손수 닭 모가지를 비틀고
칼로 피를 묻혀가며 맛난 닭죽을 끓이셨다.
나는 칼질하는 어머니 치맛자락 붙잡고
떨면서 침을 꼴깍이면서 그 살생을 지켜 보았다
서울 달동네 단칸방 시절에
우리는 김치를 담가 먹을 여유가 없었다
막일 다녀오신 어머님은 지친 그 몸으로 시장에 나가 잠깐 야채를 다듬어 주고
시래기 감을 얻어와 김치를 담고 국을 끓였다
나는 이 세상에서 그 퍼런 배추 겉잎으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김치국을 맛본 적이 없다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로 배웠다
사랑은
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
사랑은
가진 것은 없다고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걸
사랑은
자신의 피와 능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
===
오래전 메모를 뒤적거리다가 찾았습니다.
'피와 능과 눈물만큼'
        
        IP *.11.178.163        
    박노해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서울서 고학하던 형님이 허약해져 내려오면
어머님은 애지중지 길러온 암탉을 잡으셨다.
성호를 그은 뒤 손수 닭 모가지를 비틀고
칼로 피를 묻혀가며 맛난 닭죽을 끓이셨다.
나는 칼질하는 어머니 치맛자락 붙잡고
떨면서 침을 꼴깍이면서 그 살생을 지켜 보았다
서울 달동네 단칸방 시절에
우리는 김치를 담가 먹을 여유가 없었다
막일 다녀오신 어머님은 지친 그 몸으로 시장에 나가 잠깐 야채를 다듬어 주고
시래기 감을 얻어와 김치를 담고 국을 끓였다
나는 이 세상에서 그 퍼런 배추 겉잎으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김치국을 맛본 적이 없다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로 배웠다
사랑은
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
사랑은
가진 것은 없다고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걸
사랑은
자신의 피와 능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
===
오래전 메모를 뒤적거리다가 찾았습니다.
'피와 능과 눈물만큼'
        댓글
        1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4109 | 인생을 조각하다. | 빈잔 | 2024.10.26 | 1089 | 
| 4108 | 눈을 감으면 편하다. [1] | 빈잔 | 2024.10.21 | 1134 | 
| 4107 | 노력하는 자체가 성공이다 | 빈잔 | 2024.11.14 | 1137 | 
| 4106 | 얻는것과 잃어가는 것. | 빈잔 | 2024.11.09 | 1147 | 
| 4105 |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병가지고 오래 사는것. 외롭게 오래 사는 것. | 빈잔 | 2024.10.22 | 1201 | 
| 4104 | 길어진 우리의 삶. | 빈잔 | 2024.08.13 | 1209 | 
| 4103 | 늙음은 처음 경험하는거다. | 빈잔 | 2024.11.18 | 1256 | 
| 4102 | 상선벌악(賞善罰惡) | 빈잔 | 2024.10.21 | 1285 | 
| 4101 | 문화생활의 기본. [1] | 빈잔 | 2024.06.14 | 1327 | 
| 4100 | 선배 노인. (선배 시민) | 빈잔 | 2024.07.17 | 1456 | 
| 4099 | 꿈을 향해 간다. [2] | 빈잔 | 2024.06.25 | 1524 | 
| 4098 | 신(新) 노년과 구(舊) 노년의 다름. | 빈잔 | 2023.03.30 | 1888 | 
| 4097 | 가장 자유로운 시간. | 빈잔 | 2023.03.30 | 1895 | 
| 4096 | 나이는 잘못이 없다. | 빈잔 | 2023.01.08 | 1930 | 
| 4095 | 편안함의 유혹은 게으름. | 빈잔 | 2023.04.28 | 1941 | 
| 4094 | 1 % [2] | 백산 | 2007.08.01 | 1945 | 
| 4093 | 이런.. [1] | 김미영 | 2005.12.16 | 1947 | 
| 4092 | [71] 저절로 취해드는 불빛들 | 써니 | 2008.02.03 | 1948 | 
| 4091 | 말리지 않은 책임에 대하여 [1] | 김나경 | 2007.03.24 | 1951 | 
| 4090 | 백구 [1] | westlife | 2007.07.17 | 19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