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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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진실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구별하는 지혜 없이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거울을 통해 보는 내 외모는 좌우가 바뀌어있다는 것. 그래서 나에게 친숙한 내 얼굴과 그들에게 친숙한 내 얼굴은 조금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 나에게 익숙한 내 목소리는 사실 그들이 듣고 있는 목소리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 나는 이것이 진실을 이해하는 기본적 태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불만스럽지만 지금을 바꾸기보다는 참고 견디는 쪽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왔다. 어째서 오늘은 어제와 다르지 않고 내일 역시 오늘의 연장이 되는 지루한 일상의 연장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지에 대해 질문해왔다. 결별과 단절, 도약, 변곡점, 그리고 자아혁명 같은 단어들은 이러한 사고의 과정 속에서 지금까지 내가 즐겨 사용한 개념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이런 개념들 속에 중요한 연결고리 하나가 빠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개울을 건너기 위해 놓인 징검다리의 한 곳이 조금 멀리 놓여 있어 그 간격을 뛰어넘으려는 시도 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도약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그 지점에 징검돌 하나를 새로 놓으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곳은 물살이 너무 세고 물이 깊어 돌을 놓을 수 없는 자리다. 이 책이 시도하려는 것은 그 간격이 우리가 건너뛸 수 있는 거리 안에 있음을 알리는 일이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바뀌어 있다는 것을 알면, 다른 사람이 듣는 내 목소리와 내가 듣는 내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 다시 말해 생각의 틀을 조금만 넓히면 징검다리의 간격이 그다지 넓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구본형,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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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놓인 징검다리는 왜이리 뛰어넘기에 멀고, 위험해보일까요?
날씨는 꾸물꾸물하지만, 눈부신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