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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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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2일 11시 36분 등록

 

 

칼럼3. 역사

--- "역사의 현장, 지금 만나러 갑니다

 

 

3-1. 역사 속 한 장면 - 일본군 위안부, 자발이냐 꾀임에 의한 동원이냐?

3-2. 어떻게 쓸 것인가 역사기록,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먹먹함

3-3. 창조적 거장 따라잡기- 내 안에 창조성 있다

3-4. 영감을 주는 역사서- 삼국유사에 빨대 꽂다

3-5. 만나러가야 할 길 나를 붙잡아 끄는 역사 속 사건 하나

 

 

 

 

 

                                                                  * * * * *

 

 

#. 황룡사 뜨락에서

 

일연스님, 스님께서는 제게 딱 걸리셨사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저는 스님을 만나려 다시 이곳에 왔습니다.

황룡사 이곳 뜨락에서 스님을 뵙게 되오리라 여겨졌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음을 느낍니다.

밝음을 보고(見明), 밝음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움이 덮쳐 올라오며(회연), 곧이어 밝음과 어두움은 하나로 연결돼(日然) 있다고 스님께서는 당신이 가졌던 3가지 이름으로 제게 깨달음을 주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저는 보랏빛 영감(靈感)을 얻습니다.

스님이 전하는 삼국유사(三國遺史)’를 따라 들어가면, 보라색 비 내리는 안개 자욱한 숲에 이릅니다. 저는 보랏빛 비를 맞으며 700년 전의 당신을 만나서 1000년 전, 신라 땅으로 빙그르 함께 빨려 들어갑니다.

 

 

 

 

*

경주, 지금은 벌판이 된 황룡사 절터에 서면 온 몸에 전율이 돋는다.

내 눈 앞에는 벌판의 황량함은 사라지고 불도국신라가 주춧돌을 놓고 대들보를 세우며 분주하게 세워진다. 불도국에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신라 땅 경주는 하나의 사찰이었다. 깨닫고자 하는 자들의 땅이었다. 이런 상상은 나를 흥분시킨다. 내가 경상도 부산에서 태어나 가장 처음으로 경험한 외지 땅이 바로 경주이기에.... 불국사의 불국이란 말이 주는 어감은 마치 천주교도들이 교황이 계시는 바티칸에서 느끼는 느낌과 비슷할 듯하다.

 

 

초등 4학년 즈음 눈 비리는 아주 추운 겨울..,

불심 강한 연로한 할머니를 모시고 9명이나 되는 우리 가족 대식구는 처음으로 온 가족 여행을 경주로 떠났다. 연년생으로 생산(?)5명의 여 자매들은 모두 똑같이 치마로 된 보랏빛 새 잠옷을 하나씩 입게 되었다. 내 생의 첫 잠옷 있었다. 그리고 이라는 이름을 가진 불국사 닮은 큰 여관에서 내 생애 첫 외박을 하였다. 여관의 중앙 로비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따라 바닥에는 레드 카펫이 쫘악 깔려있었다. 방방마다 목욕탕이 있고 수도를 틀면 뜨거운 온천물이 펄펄 나왔다. 따뜻했다. 밥도 여관 안에서 다 해결되었다. 한 상 가득 차려 나비넥타이 맨 남자 종업원 두 명이 무려 9명의 식사를 한꺼번에 방으로 날라주는 광경은 어린 내 눈에는 감동 그 자체였다.

 

부산에 살며 눈 구경 제대로 못한 나로서는, 하얀 눈 덮여 있는 경주 땅이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 거기다가 알아서 다해주는 으리으리한 여관 로비를 예쁜 보랏빛 잠옷을 입고 종업원들의 눈인사를 받으며 저벅저벅 걸어 다니는 나는, ‘김춘추스러운 영민함과 패기를 지닌 신라 땅의 진골쯤은 된 듯 뿌듯했다.

 

석굴암 불상을 보기 위해 올랐던 좁고 기나길었던 눈 덮인 오솔길, 첨성대에 달빛이 내릴 때 경주 월성 돌담길을 걸었다. 그곳에서 만난, 반은 사람이고 반은 귀신인 도화녀와 신라 진지왕의 아들비형랑. 산인지 무덤인지 신기하기만 했던 몽긋몽긋 솟은 오릉들. 신라 땅 경주는 내 어린 시절의 역사적 상상력을 모조리 잡아먹은 곳이다.

 

 

 

 

**

나는 중고등 시절의 여행, 대학 시절의 경주답사, 그리고 그 이후로도 수없이 경주를 방문하여 어른이 되었다. 나는 상상력 가득한 아이들의 성장 환타지이야기를 쓸 참이었다. 도대체 경주가, 그곳의 역사 유적들이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나는 왜 계속 그곳에 끌려서 가게 되는가?

 

경주는 이다.

안개 가득한 자우림(紫雨林)의 보랏빛 빗물이 고여 드는 샘이다.

일연은 자신이 쓴 역사서 <삼국유사>에 신라의 고도 경주에서 떠 온 영감(靈感) 가득한 샘물을 흠뻑 젖혀놓았다. 알 듯 모를 듯 끌렸던 신라 땅, 경주! 나는 그의 책 <삼국유사>에 빨대를 꽂아 보랏빛 영감 가득한 샘물을 온 몸으로 빨아들인다.

 

 

나는 왜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보다 일연의 <삼국유사>에 마음이 끌렸을까?

모든 동인(動因)은 내 안에 있다. 나는 나만의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며 해석하고 내 안의 퍼즐 조각을 맞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내가 그러함을 자각하든 못하든 간에.

 

나는 세상과 역사와 그것들을 기록한 책 속 이야기와 연결돼 있다. 나는 <삼국유사>가 주는 영감을 마시며 과거 그들의 이야기들을 현재의 이야기로, 나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킬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 연속성이 아닐까?

 

 

 

 

***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는 문무왕, 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를 비추고 있는 김유신, 신령스런 소리로 나라의 혼란을 풀고 평화를 가져다주는 만파식적. <삼국유사>에는 고장난명(孤掌難鳴), 세상 사람을 지켜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세상의 무언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사람을 살게 한다. 사마천의 <사기>가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개탄과 한이 서려있는 역사서라면 일연의 <삼국유사>는 세상의 밝음과 어둠 모두를 하나로 연결한 일연(日然)의 깨달음이 녹아난 역사서다. 그래서 그 필체는 담담하다. 깨달음을 얻었기에 일연은 비극적 이야기의 고통도 신비롭고 세련되게 풀어간다. 나는 그의 필체에서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일연은 인간의 삶이 아름답게 승화되는 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하나로 연결됨에 대한 깨달음이다.

 

앞으로, <삼국유사>가 나의 이야기에 어떻게 범벅되어 묻어날까?

지금 내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2013722일 서은경 쓰다.

IP *.58.9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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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2 13:11:01 *.50.65.2

은경이가 쓰는 성장 판타지 소설은

듣기만 해도 재미있을것 같아. 

우리 동기들과 함께 이야기할때면

가끔 그분이 은경이에게 강림하시잖아. ㅎㅎㅎㅎㅎ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되고

네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서로 상생하고 성장하는 것이 삶인가.


일연스님의 견명에서 회연 그리고 일연은

어둠과 밝음은 결국은 하나라는 깨달음에서

오늘 또 하나의 생각을 하게 하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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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13:45:46 *.58.97.124

미경

늘 진지하게 열씸히 책읽고 내용을 곱씹어서 코멘트 해주는 미경의 동기들에 대한 사랑과 정성에 감탄한다.

서로 상생하며 성장하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이번 몽골에서 더욱 진하게 서로에게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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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15:30:40 *.146.198.236

삼국유사가 할머니와 떠난 어릴적 경주여행처럼 특별한 보고로 만나졌나 봅니다 축하합니다^^ 더운 여름에도 애쓰시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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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13:50:48 *.58.97.124

우리나라에는 산이 많고 산 마다 명승지, 사찰이 있고

사찰에 가면 맛있는 절 밥이 있고 늘 자비롭게 미소 지어주는 스님들이 있고....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곤충들, 어디론가 나 있는 숲길이 있고...

학교 숙제도, 엄마 잔소리도 없고, 시간 따지는 달력도 필요없고...

ㅎㅎㅎ

천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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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17:11:34 *.30.254.29

빨대를 꽂아요?

삼국유사에...ㅎㅎㅎ  대단합니다...^^

 

제가 2011년에 북페어 할때, 한 출판사 대표께서 저에게 조언을 해 줬지요.

 

제 꼭지글을 읽어보시고, 병원에서 이뤄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라디오 같은 곳에 투고하라구요.

개인 브랜드도 높이고, 글도 방송작가들이 감동적으로 고쳐줄거라는...

 

그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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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13:56:05 *.58.97.124

선배님...

선배님의 음악적 영감에도 빨대를 꽂고 싶다는....^^

 

작곡은 얼마나 자주 하세요?

 

쨍쨍한 여름 더위 지나고

선선한 남자의 계절, 가을이 오면

선배가 새 곡 하나 들고 살롱구에 오시지 않을까 싶어요...

 

작곡도 하고 글도 쓰시고...환자도 돌보고..

충분히 매력적인...^^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많으실 듯.... 라디오에 투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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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21:57:54 *.62.173.172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자꾸만 경주로 우리 9기 수학여행 가자고 하고프네요. ^^
일연을 통해 좌절과 분노를 터트리기보다 끌어안고 녹아내여 꽃피우는 경지를 배웁니다. 비록 저는 지금 그렇게 안되지만 그런 경지가 가능하다는 모델을 일연에게 배웠습니다.
글 쓰다보니 경주 남산 꼭 가보고 싶어지네요. 내년 봄에는 기필코 꽃비가 내리는 경주를 가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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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13:59:52 *.58.97.124

꽃비 내리는 경주에 갔다가

사람비 맞아서 치어 죽기도....ㅎㅎㅎ

 

경주 남산은 정말 재미있는 곳이야.

곳곳에 숨어있는 벽화, 불상, 탑 들을 찾아 보는 묘비가 있어.

산 길을 들으면서 남산에 흐르는 사연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아주 멋진 답사 산행이 되겠다.

딸들과 함께 남산에 꼭 가길....

 

그리고 내려와서 감은사지가 있는 대본 해수욕장 인근에서 회 한 접시,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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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4 16:29:55 *.18.255.253

작년에  경주 보문단지에서 교육이 있어 몇차례 간 적이 있어. 중학교 수학여행이후 처음이었지. 그때는 몰랐는데 우리나라에도 천년의 고도인 경주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더군. 개발이 제한되고 장소에 따라  건물의  고도가 제한된다고  하네. 시간때문에 여기저기 둘러보지 못했는데 언제 시간을 내 꼭 한번 다시 가서 숨결을 느끼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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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14:01:48 *.58.97.124

언제 함께 갈꼬나요?

재용 오라버니와 함께 벗꽃 길을....

아니 단풍길을....

아니 하얀 눈길을 거닐며

자연과 인생, 역사에 대한 해설 듣고 싶어용~ (차후의 9기 엠티는 경주,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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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7 10:41:06 *.11.178.163
삼국유사를 어렵게 읽고 있는데요, 서은경님이 일러준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읽는다면 저도 빨대 꽂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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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14:04:51 *.58.97.124

정화 선배

그림책 좋아한다고 하셨지요?

유사는 읽을 때 마다 그림책 같은 느낌을 받아요.

세상의 이중성을 깨달아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의 근력 키울 이야기도 필요하다는...

 

정화 선배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해진답니다.

그 느낌 그대로~  정화 선배의 그림책 보고프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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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8 21:30:42 *.6.134.119

세상을 말하는 누나와 삶을 말하는 나라서 그런가?! 난 누나 칼럼이 좀 어렵게 다가와요.

제게 내공이 더 필요할 듯~

 

문득 문득 누나의 틀과 설정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난 9기 연구원 과정 다 마칠 때까지 익숙해지지 않기로 했어요.

나의 스타일에도, 다른 사람들의 스타일에도~ ㅋ

 

쭈욱 지켜볼래요, 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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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14:11:52 *.58.97.124

고뤠? 어려워?

우짜거나.....

 

나는 컬트무비를 찍고 싶지는 않는디.....

 

땟쑤야..

이렇게 저렇게 글쓰기의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게.

 

세세하고 깊은 글쓰기 방법,

넓게 연결시키는 직관적인 방법

 

모두 모두 써보고 무림의 고수가 최고의 낙법을 연마하듯

나도 땟수가  감동 받을 수 있는

내 색채 담았지만 대중성있는 글쓰기 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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