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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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숲을 걷는 것이 몸과 마음에도 새벽을 동트게 한다는 사실을 나는 여러 해 전 내 일터의 새벽 숲을 걸으면서 실감한 적이 있다. 아직 앞이 잘 보이지 않을만큼 어두운 새벽, 숲길로 걸어들어가 길을 더듬어가는데, 동쪽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동트면서 오솔길이 하얗게 떠오르고 나무들의 초록빛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감격을 위와 같은 미지근한 산문적 서술은 전혀 담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때 나는 이 세상이 매일같이 새로 창조되고 있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숲이든 뭐든 간에 우리는 보통 날이 다 밝은 뒤에 보게 되지 마악 동트는 순간에 목격하기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날이 밝으면서, 마악 빛이 생겨나면서 동시에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나무들과 숲길을 목격하는 순간 나는 온몸으로 태초를 느끼고 천지 창조를 감지했던 것인데, 그 하얗게 떠오른 숲길을 계속 걸어가다가 나는 또 한번 놀라운 일을 겪었다.
다름 아니라 후투티라는 새가 저 앞 오솔길 위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자 목털을 곤두세우면서 날아올랐는데, 그 순간 내 속에는 그 새가 이 지구를 두 발로 거머쥐고 가볍게 날아올랐다는 느낌이 지나갔다. 그 새는 말하자면 저 신화적인 새였던 것이다.
정현종 산문선, 날아라 버스야 222-223쪽
새벽산책을 한게 까마득하여요.
힘차게. 오늘 또 새로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