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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6일 09시 30분 등록

내 삶의 선물

 

살아오면서 감사 할 일이 참 많다. 가장 감사한 일을 꼽는다면 아마도 J언니와의 만남일 것이다. 1991 9월 첫 학기 첫 수업이었던 화학 수업에서 교정을 가르며 걸어오는 그녀를 단박에 한국인이라고 알아볼 수 있었다. 늘 백팩(backpack)에 청바지, 티셔츠(sweatshirt) 차림이었던 나와는 다르게 핸드백에 게다가 가죽재킷과 가죽치마, 거기에 화려한(?) 화장까지그녀의 첫 인상은랄라리에 깍쟁이 같았는데. 그럼에도 그녀의 밝고 환한 표정과 경쾌했던 그 발걸음은 20년에 지난 지금에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그녀는 그렇게 밝고 경쾌한 그러나 사려 깊고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한 그런 사람이다.

 

우리는 첫 수업을 같이 들었지만 서로의 옷차림 만큼이나 너무 달랐던 성격 탓에 (당시 그녀의 성격은 매우 직선적이었던 반면 나는 내향적이고 조심스러웠다) 거리감을 느껴 쉬이 친해질 수 없었던 어느 날. 교수님 사정에 의해 수업이 취소되면서 다음 수업을 기다리며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신이 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나누었는지 지금은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수업이 있던 건물 1층 계단에서 한 시간이 넘게 이어진 우리의 대화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하였고 그 후로 대학 4년을 넘어 대학원 2년 동안 라면박스 2개가 넘을 정도 분량의 거의 매일매일 주고받던 편지에, 좀 더 젊은 시절의 내 일기장에, 국제전화 청구서에 지금까지 그렇게 이어져오고 있다.

 

지금은 그녀는 미국에 나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순간에도 또 가장 기쁜 순간에도 내 삶의 자취를 가장 먼저 나누며 위로 받고 싶고, 축하 받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소울메이트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나와 J언니 같은 그런 관계가 아닌가 싶다. 서로의 성격은 너무 다르지만 가치관이 같은 우리.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받기보다는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우리. 사람간의 관계에서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이기 보다는 마음과 마음이 먼저 맞닿기를 바라는 우리. 그렇기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고 특히, 연애에는 젬병이라서 나이 마흔을 넘어서까지 싱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변가에서 석양에 지는 노을을 바라다보며 칵테일 한잔을 하면서 지나온 세월 속에 함께해 온 추억을 이야기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정겨운 노년의 그림이 그려지는 그런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

 

요즘은 편지나 전화보다는 카카오톡으로 또 페이스북에서 더 자주 접하는 그녀의 안부이지만, 20년 전 날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밤새워 전화통에 붙어 있다가도 끊을 때엔자세한 건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그리고 전화를 끊고도 못다한 이야기로 편지지를 채워 갔던내 젊은 날의 반짝이던 시절을 함께 한 그녀. 또 내가 가장 아팠던 순간, 내 상처의 밑바닥까지 내어 보이며 흐느끼던 나에게 언제나 귀와 어깨를 내어주었던 그녀이기에 난 그녀를 만난 것을 살아오며 가장 감사한 일 또 그녀는 내 삶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IP *.35.2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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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6 11:41:47 *.58.97.140

사람 재산 많은 지니...

네 마음결이 맑고 따뜻해서 소울로 뭉치는 뇨자 언니 동생 관계가 빠빵~

그게 제일 큰 재산인듯.

내 마음 잘 몰라도 동감 공감 감 잡는  열혈 뇨자 동지 부대..

 

누가 여자들은 의리가 없다고 했던가?

여자들만큼 치열하게 속내를 보이며 의리로 뭉치고 인간미로 뭉친 집단을 본 적이 있는가!

 

칼럼  가슴 뭉클하게 읽고 간당~ 하트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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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18:18:20 *.62.172.70
언니~^^ 언니랑 미경언니도 어느새 제 보물상자로 들어오셨다는!!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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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6 13:41:38 *.50.65.2

사람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했잖아.


진희를 이해하고 진희 또한 J언니를 이해하는 

마음의 울림이 비슷한 영혼의 마음들...

진희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진희야 ~~~ 명절 잘 지내렴.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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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18:14:48 *.62.172.70
히히~~비너스 언니^^
언니도 제 삶의 보물이에용!
고마와요~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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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00:18:00 *.108.69.102

귀와 어깨....  관계의 핵심을 짚어 주는 말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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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18:16:15 *.62.172.70
선배님... 항상 저희 후배들에게 글로 또 맘으로 귀감이 되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즐겁고 넉넉한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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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08:03:23 *.122.139.253

 “자세한 건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남자로써 여자를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던 말 중에 하나. 하지만 지금은 백분 이해가 되는 말... ^^

남자들은 아무리 친해도 수다를 떨지는 않지.

대신 한마디 위로랍시고 던지는 말, "야, 한잔 마시고 다 털어버려."

 

나이를 불문하고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건 진짜 축복이고 선물이라 생각해.

그리고 진희씨에게 J언니가 선물이듯, J언니에게도 진희씨는 진정 소중한 선물일꺼야~  ^^; 

 

추석 명절 잘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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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18:20:35 *.62.172.70
선배님... 항상 따뜻함 말씀과 또 선하심이 저에게 큰 힘이 되어요~책 출간 축하드려요... 일독하고 후기올린 계획이라 댓글 안달구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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