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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6일 10시 14분 등록


길현모 선생님
name: 구본형
email: bhgoo@bhg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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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아침 산에서 내려오다 전화를 받았습니다. 스승이신 길현모 선생님의 자제분이었습니다. 우린 서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와 억양이 묻어있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돌아가셨구나’하는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10일 아침에 돌아 가셨습니다. 

저녁에 아내와 함께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났는데 선생님의 모습과 우리가 만났던 장면 장면이 스쳐 갑니다. 나는 눈썰미가 없는 사람입니다. 내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은 그 사람과 내가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나 표정이나 웃음이나 손짓 같은 특별히 인상적인 이미지를 재생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증명사진으로 나온 사람의 얼굴은 잘 기억해 내지 못하지만 어떤 특별한 순간의 움직임을 마치 스냅 사진처럼 기억하는 그런 스타일이지요. 선생님의 모습도 내겐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아침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에 다시 선생님을 뵈러 갔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향을 피우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습니다. 눈을 감으니 온몸 속으로 따스한 기운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옵니다. 기분이 아주 좋아 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떠나시기 전에 나를 기억해 주신 모양입니다. 내가 찾아오면 들려주시고 싶은 좋은 이야기와 격려가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따스한 기운은 틀림없이 생전에 하지 못하신 그 좋은 이야기를 그때 들려 주셨기 때문에 내 속에서 평화롭게 퍼지기 시작한 축복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내게 여러 가지 멋진 인생의 장면들을 선사해 주셨습니다. 사람을 안아 품는 장면, 아주 매혹적인 웃음, 번잡하지 않고 명쾌한 사고, 원칙의 꿋꿋함들이 모두 그 분의 표정과 걸음걸이와 몸에서 우러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원칙이 삶을 인도했지만 편협한 적이 없으셨습니다. 어떻게 넉넉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당당하게 행동하고 어떻게 깊이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생생한 장면을 삶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선생님. 
 





저만 그런가요?

송년회를 앞두니 선생님이 많이 생각이 나네요.

제 인생에서는 너무 훌륭한 분이라 생각만해도 어질어질 합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으로 제 인생이 복잡한 시절을 지나고 있어서이기도 해요.


선생님께서 훌륭한 일을 좀 더 하셨어야 하는데 그만큼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쓰신 글을 찾아 읽다가 이 글과 만났습니다.


생각은 너무 많지만 말로 쏟아낼 수는 없네요.

그저 담담이 느껴 보는 하루를 보내야겠네요.


* 2007년 1월에 쓰신 겁니다



IP *.217.46.207

프로필 이미지
2013.12.06 11:43:34 *.97.72.106

이쁜 마음일세.

각자의 상황과 여건에 맞게 여러 가지 저마다의 절연되지 않는 영감으로 흐르는 것일 테지.

그래서들 저마다의 형태로 참여하며 가고 오고 모이고 하는 게 아닐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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