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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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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일 21시 29분 등록

힘들다. 몸도, 마음도.

힘들지?

글을 써서? 책을 읽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서?

 

힘이 난다. 몸은 무겁고, 돌덩이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마음도 계속 가라앉고 있다. 먹은 솜처럼 너무 무겁다. 힘으로 움직일 없을 정도로.

 

지쳐가고 있다.

카페 일을 하기가 싫어서일까? 지난주 주주 총회를 끝내고, 이제 살롱9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홀가분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커서인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진다. 사실 내일 있을 면접도 걱정된다. 면접을 봐서 일하는 동안 다음에 바로 일할 곳이 있다는 위안을 얻고 싶다. 하지만 합격하면 과연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일할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만약 이번에도 안되면? 다음에는 어디로 이력서를 보내봐야 하나. 과연 나를 받아줄 회사나 공간이 있기는 할까?

 

지금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다음에 곳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불안함.

없을 거라는 두려움.

그저 어딘가에서 혼자 편히 쉬고 싶은 마음.

현재의 파도 위에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

언제쯤 '지금 ' 속에서 온전하게 환희를 느낄 있을까?

울고 싶은 마음.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들이 마구 뒤섞여 괴롭다.

'괜찮아, 될거야.'

막연한 미래에 대한 대감으로 현재를 버티며 살고 싶지는 않다.

 

쉬고 있으나, 쉬고 있지 않은 상태.

애써 숨을 쉬어야 겨우 살아지는.

 

배출을 하지 못해 괴로웠던 것일까? 어제 선생님이 글쓰기 강좌에서

"글로 적어 종이 위에 펼쳐 놓는 만큼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글을 배출의 통로로 사용하면서 마음과 몸의 곳곳에 쌓여 있던 묵은 감정들이 조금씩 자각되며 그것들에 개의치 않는 상태로 점차 변해왔다. 물론 외에도 내게 도움이 되었던 많은 것들이 있지만 말이다.

 

배출. 안에서 밖으로 내보내다.

 

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쌓여 있었나?

얼마나 배출했고, 앞으로 얼마나 배출해야 할까?

 

다시 ""하며 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좋은 , 괜찮은 , 아무렇지 않은 .

 

무엇이 좋지 않고, 괜찮지 않은지, 어째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살펴보아야 시기가 내게 한번 찾아온 듯하다.

 

나는 세상에 왔나.

생에 무엇을, 어디까지 해내야 하는 걸까?

남들처럼 사는 불가능할까?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여기는 어디인가?

 

오늘 아침 요가를 하며 나는 눈물이 났을까? 등에 베개를 두고, 베개를 느끼는데 도대체 눈물이 났을까? 예전에 찾아 우울의 감정과는 다른 느낌이다. 우울할 때는 끊임없이 생활과 주변 사람들을 원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 나를 들여다볼 뿐이다. 순간마다 느끼는 나의 감정들과 마음을 자각하려 애쓰고 있다.

 

자각하고, 명료하게 느끼려 한다.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사람이나 상황에 끌려가고 있지는 않은지.

사실 이것이 내가 자각해야 하는 번째가 아닐까 싶다.

마음이 무엇에 끌려가고 있는가?

무엇이 자각하려는 마음을 방해하고 어지럽히고 있나?

그래서 나는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두렵고, 아픈가?

 

사실 그저 있는 그대로 느끼면 그뿐인데. 끊임없이 "?" 찾고 있다.

논리로, 이성으로 나를 설득시킬 무언가를 찾고 있다.

 

나는 여기 있다. 그냥 여기 있다는 사실만이 사실이다. 무엇을 바라고 있나?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그저 나일뿐인데.

 

내가 우주라는 사실을 깨달을 , 내게 고통을 주는 '외부대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켄윌버의 <무경계>라는 책을 다시 읽으며 발견한 문장이다. 내가 우주임을 깨닫는 환희의 순간, 어쩌면 나는 사막에서 물을 찾듯이 내가 우주임을 깨닫게 되는 환희의 순간을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답은 알고 있는데, 이렇게 빙빙 돌아왔다.

 

- 살롱9 왁자지껄 손님들이 마시고 있는 와인향이 퍼지고, 흥겨운 음악이 들려오는 중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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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3 05:30:06 *.202.172.218
좋은 봄날이야. 이 좋은 봄날이 후딱 지나갈까 싶어 아끼면서 씹어먹고있지.
아무때나 한번 와. 
찬찬히 봄을 먹고 봄을 마시자고. 
봄은 그냥 그 자체로 이미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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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6 19:29:26 *.252.192.42
오. 인창선배 연락드릴게요~!!! 이번주 안에 봐야할텐데. ㅋ다음주부터 새로운 일 시작할 예정이라. 연락드릴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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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3 13:31:07 *.153.23.18

미나씨 반가워요.^^

7기 연구원의 칼럼을 숨어서 읽을 때^^ 매우 긴 글을 올리곤 하셨지요.

마음의 것을 종이에 옮겨 놓고 보면 정말로 가벼워질 지 모릅니다.

저는 모닝페이지 하면서 아침마다 캔 하나 따서 비운다는 느낌 많이 들어요.

안 그러면 아마도 머리가 땅에 처박혔을 것 같아요.

같이 하게 되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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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6 19:34:33 *.252.192.42
콩두언니. 지금도 그렇지만. 중언부언. 그저 길기만 한 글을 읽어주셨다니 감사해용~~^^ㅋ 특별한 메시지도 감동도 없는 글들이었지만 사부님의 "미나야 길게 써라. 길~~~~~~~~게~~~~~~~~" 이 코멘트 하나 믿고 그저 길게 썼어요. 길게 쓰기위헤 별거없는 일상들을 기록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내 가슴 속이 조금씩 비워진 모양이에요. ㅋ. 감사한 건 어쨌든 그 때 써둔 글들로 조금씩 구슬을 꿸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는것?! 페이스 메이커에 초대해주셔서 고마워요, 콩두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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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5 00:00:14 *.70.48.56
켄윌버, 난 전혀 이해하지못했던 현자였는데ᆞᆢ지적수준이 상당하네~
단순한 곳에 길이 있을지도~
면접 좋은 결과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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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6 19:35:43 *.252.192.42
선배 ㅎㅎㅎ 저도 잘 이해못하고. 그냥 내가 해석하는대로 막 쓰거 있는거에요 ㅋㅋㅋ 부끄럽네요. 좋은 소식 알려드릴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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