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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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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5일 09시 00분 등록
흐르는 물소리가 듣고 싶었습니다. 지방선거가 있던 어제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두 딸과 함께 파주 감악산 자락 어느 한적한 계곡을 찾았습니다.

딸들과 등산을 다녀보긴 했습니다. 작은 딸을 배낭에 넣어 산을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작은 딸이 너무 커버렸습니다. 그래서 계곡을 찾았습니다.

인터넷 폭풍검색으로 알아 낸 계곡을 한시간 이십여분 운전하여 도착했습니다. 한적한 계곡을 만났습니다. 말이 계곡이지 깊어봐야 제 무릎 높이 정도의 실개천입니다. 다리 밑에 돗자리를 폈습니다. 코펠로 끓인 라면으로 배부터 채웠습니다. 이제서야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생수 페트병 어항을 만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쌈장 한 숫가락과 생수 페트병으로 민물고리를 잡는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반짝거리는 두 딸의 눈동자 앞에서 페트병을 칼로 잘라 제법 그럴 듯하게 어항을 만들었습니다. 미끼로 쓸 쌈장을 페트병 안쪽에 발랐습니다. 두 딸의 응원을 들으며 계곡 물 속 돌 틈에 설치했습니다.

미션을 수행하였으니 돗자리에 누워 눈을 좀 감았습니다. 그러나 두 딸은 저를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큰 딸은 옷이 홀랑 젖어 아빠를 찾습니다. 큰 딸 옷을 갈아입히는 동안 작은 딸은 거미만 보아도 무섭다고 아빠를 찾습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명상이라도 해볼 요량이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과일 통조림으로 두 딸의 입을 막았습니다. 주섬주섬 물건을 들고 두 딸을 데리고 차에 오릅니다. 근처 법륜사를 찾았습니다. 절 코 앞까지 차를 몰 수 있었지만 일부러 걷는 맛을 느끼려고 차를 중턱에 주차시켰습니다. 두 딸 손을 잡고 구비구비 걸어 올라 절에 도착했습니다. 삼삼 오오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바가지로 물 한 모금씩 돌려 마셨습니다. 대웅전을 찾아 반쯤 열린 문 틈 사이로 부처님께 인사도 드렸습니다. 절터를 뛰어가는 다람쥐를 발견하고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다시 차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잠에 빠져 듭니다. 곤히 잠든 딸들을 차에 싣고 집으로 향합니다. 하루의 해가 중천을 지나 제법 서쪽으로 기운 시간입니다. 이렇게 또 하루를 보냈습니다.

생수 페트병 어항 이야기를 깜박 잊었습니다. 처음 만든 페트병 어항으로 물고기를 잡았을까요, 못 잡았을까요?
IP *.62.17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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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16:10:37 *.153.23.18

궁금하네요.^^

엄마는 집에서 타이핑을 하고 계셨을 듯 하네요. 멀미나는 그 책으로.

그동안 아빠가 아이들과 계곡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듯 합니다.

아이들 마음 속에 즐거운 추억이 쟁여졌을 듯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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