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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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야 하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전개되어
마침내는 완성되는 거라서.
사랑이 오직 자기 감정 속에 든 사람은
사랑이 자기를 연마하는 나날이 되네.
서로에게 부담스런 짐이 되지 않으며
그 거리에서 끊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두 사람이 겪으려 하지 말고
오로지 혼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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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릴케는 알고 있었군. 사랑할수록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어디 그게 쉬운가?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면 시시각각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싶어 안달하게 되는 것을. 시시콜콜한 것까지 얘기하느라 밤새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연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에 빠졌을 때 혼자 충분한 시간을 가졌더라면 더 성숙하고 더 완전한 사랑을 했을까?
이런 나이들어 보이는 사랑은 평온할까? 사랑은 불안정하기에 더 아름다운 게 아닐까?
돌이켜보면 철없던 사랑이든 철든 사랑이든 결국은 혼자 감내한 시간이었다.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고민하고 그리워하고 돌아서고...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쌓이고 쌓이면 사랑에 빠져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사랑 앞에서 홀로 초연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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