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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7일 11시 36분 등록

연구원이 되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벽의 존재를 발견했다. 나름 수용성이 크고 유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내가 공감하는 분야에 한정되어 있었고 나에게 존재하는 걸음종이는 아주 좁은 깔때기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주로 일상을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표현하는데 이것이 대단히 어려운 작업임을 시간이 갈수록 실감하게 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 중에 하나는 창조성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창조성은 일상생활에서는 그 모습을 드러낼 일이 없었기에 불편함을 몰랐다. 하지만 A4 용지의 여백은 어느 순간부턴가 써 내려가고 싶은 욕구와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될 때가 있다. 탁구공이 코트 위에서 게임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상자 안에서 수 많은 나와 부딪히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 또각 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나는 어느 한 곳인가를 열어 주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내 세상을 점점 넓혀 자유롭게 뛰어 노는 아이가 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매일 아침에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쓰는 일이었다. 이것은 성공하면 혁신이고 실패하면 나 예전에 그거 해봤어하는 경험담을 남길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은 보통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창조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창조성을 일깨우는 방법으로 모닝페이지 전도사가 되었다. 그래서 나도 모닝페이지를 시작했고 1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직까지는 포항에서의 오프 수업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쓰고 있으니 출석률은 좋은 편이라 하겠다. 요즘은 잠에 못 이겨 책상 앞에 앉아서 지렁이를 잡기도 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창조성을 만날 가장 뛰어난 영역이라고 하지만 그곳에는 잠으로 빠지는 샛길도 있었다.

나에게 모닝페이지는 43년 만의 대청소라고나 할까? 마음은 급하지만 그것을 단시간에 다 끄집어 낼 수 없음을 안다. 단지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린 그래서 숨도 쉬지 못하고 존재도 없는 것 같이 퇴화해 버린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찾고 싶을 뿐이다. 수북이 쌓여 찾기 조차 힘든 추억을 헤집고 헤집어 겨우겨우 찾은 보물처럼 저 안에서 울려오는 나만의 창조성 영역을 발견하고 싶을 뿐이다. 매일 같은 단어와 다람쥐 쳇바뀌 도는 듯한 생각에서 벗어나 나에게 자유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을 뿐이다. 좌뇌적인 생각, 좌뇌적인 판단, 좌뇌적인 관습에서 어느 정도 해방이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이런 사고와 판단의 틀을 벗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그 동안 호들갑스럽게 좌뇌에 의지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균형을 맞추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뇌의  생기를 되살리는 길 밖에 없다.

게리 해멀도 경영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을 해야하며 혁신은 창조성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조직을 위해 인간답지 않게 일하고 있다. 인간의 자연스런 회복력이나 창의성을 고갈시키는 현대 조직에는 무언가 문제가 있다. 정확성과 원칙, 절약, 합리성, 서열 등을 강조하는 경영원칙과 프로세스는 예술이나 부적합성, 독창성, 대담함, 비약 등에 그 어떤 가치도 두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는 거의 대부분이 게리 해멀이 이야기하는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학교라는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은연중에 순응을 강요받아 왔다. 타고난 창조성은 뒤로 숨긴 채 말이다.

글을 쓰는 작업도 나의 인생을 경영하는 작업도 결국은 창조성이 필수단어임을 말해준다. 누구도 이 단어를 벗어나서는 자신다운 삶을 그리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창조성 Road’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자유롭게 뛰어 노는 경영의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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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15:12:10 *.196.54.42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창조성을 만날 가장 뛰어난 영역이라고 하지만 그곳에는 잠으로 빠지는 샛길도 있었다."

- 참으로 꿀맛이려니 그 샛길에서의 잠...ㅋㅋ, 나도 그런 경험 많지라^^

이제 한 달간 꾸준히 모닝페이지를 썼으니 노트 한권은 채웠겠네. 나탈리가 습작노트가 자기 키 정도로 쌓이니 창조성 고속도로가 짝 뚫리더란 말이 생각나오. 참치의 창조성 로드를 위하여.... 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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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22:14:15 *.255.24.171

잠으로 빠지는 샛길은 저만 발견한 것이 아니었군요.

저는 꿀맛이기보다는 뭐하는 짓인가?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어요.

구달님의 경험담이 위안이 되네요.

저도 제 키만큼 쌓이면 뭔가 달라지겠죠?

이제 겨우 한권 정도이니....앞으로 갈길이 구만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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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00:37:59 *.62.204.61
참치야. 그걸 알아차렸으니 절반은 건너온거다. 너는 수용력이 강한 사람이니 다른 사람보다 훨씬 발전할 것이다. 비록 시작은 늦지만 언젠가 일취월장하는 네 모습을 본다. 다 쏟아내면 그때는 초점을 모아라. 그때는 좌뇌와 우뇌가 만나 너다운 모습이 글로 나올 것이다. 그때는 왕참치가 될 것이다. 멀지 않았다. 넌 글과 삶을 함께 실험하고 있으니. 너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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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05:59:31 *.255.24.171

오늘 아침에 간만에 지렁이를 잡지 않고 후련한 모닝페이지를 만났는데,

그 끝에 이 글을 보니 짠함이 올라오네요.

오늘은 완전히 feel 충만한 하루를 보내게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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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12:43:01 *.94.41.89

Pacemaker 없이도 잘하고 있지? 다음주 부터 다시 같이 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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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14:26:25 *.223.36.208

없으니까 출첵하기 허전해 언능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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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1 20:32:30 *.70.51.119
책의 구상은 결정하셨는지~
암튼 덕분에 요즘 윤용찬님께 가르침을 잘 전수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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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2 22:55:59 *.255.24.171

네 얘기 들었습니다.

선배님에 대한 칭찬과 함께. ㅋㅋㅋ

책....두 권의 책을 출판하신 선배님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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