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오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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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가 없어졌어, 으헝, 으헝엉! 엉엉엉!"
지난주말(2014년 12월 21일) 새벽 3시경의 일이다. 잠을 자는데, 거실에서 엄마의 목소리와 막내동생 정희의 우는 소리가 들린다. 자는 나와 아버지를 깨우지는 않은 걸 보니 일이 잘 풀렸나보다.
자세한 내막은 나중에 어머니께 들었다. 동생은 우느라 말을 제대로 못하고 해서 어머니께서는 외손녀인 둘째 은서에게 상황 얘기를 들었다고 하신다. 동생 정희는 남편에게 한밤중에 여러차례 전화를 했나보다. 제부는 송년회로 친구들과 술을 마셨나보다. 4살 기집애가 외할머니에게 말해준 바에 따르면,
'어어, 엄마가 아빠한테 전화를 여러번 했어. 아빠가 전화를 안받았어. 그래서 엄마가 아빠 찾으러 나갔어. 오빠는 자고 있었어. 엄마랑 나랑 차타고 갔어. 아빠는 못찾았어. 집에 오니까 오빠가 없었어.'
그 사이에 남편은 집에 들어와서 술에 취해 자고 있고, 자고 있을 줄 알았던 첫째 아들 정민이가 집에 없었다. 아이가 자다가 일어나보니 엄마도 없고, 동생도 없어서 새벽에 놀라서 울다가 우리집에 왔었나보다. 그런데 그 새벽시간에 우리집 문은 닫혀있고, 울며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고 울면서 집에 돌아갔다가, 옆집에 아저씨가 우는 아이를 데려다가 다독이고 있었나보다.
그사이에 아이 잃어버렸다고 엄마는 놀래서 울고, 술먹고 취해 자고 있던 남편에게 화내고, 아이는 찾고 했나보다. 정신없는 중에 남편에게 화낸 것도 속상하고, 아이에게 미안함인지, 잃어버린 뻔한 충격인지 동생은 울었다고 한다.
아이가 자고 있는 사이에 잠깐 어디 나갔다가 아이가 엄마 찾아서 나와서 잃어버리거나, 혹은 그 사이에 집안에 뭔가 만져서 사고 나는 경우가 많다. 내 동생도 이번에 그걸 겪은 모양이다. 그 긴박한 상황을 나중에 전해들으니 이야기를 하지 그 상황속에 있으면 동생처럼 정신없이 울기만 할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네 살짜리가 오빠를 잃어버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까, 그걸 외할머니에게 따복따복 이야기를 해주었을 것이다. 새벽에 놀래서 울다가 돌아온 정민이는 일요일에 교회에서 만나 물어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한다. 남자아이라서 언어 능력이 동생 기집애 은서만큼은 아닌 듯 하다. 어디 갔었냐는 물음에 손으로 '여기로 돌아서 이케, 이케, 어~여기로, 아저씨.'라고 말한다. 무슨 말인지 잘 못알아듣겠다. '옆집 아저씨?'하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하여간 그동안에 정민이를 귀엽게 봐두었던 이웃 아파트 주민인 듯 하다.
나는 엄마 입장이 아니라서, 그리고 아이를 찾았기 때문에 마음편히 이 사건을 이야기한다.
평소에 아이들이 엄마가 어디 나서기만 하면 자기들도 가겠다고 따라나선다는데, 그것이 이번에 큰 사건을 만든 것 같다. 아주 어려서는 지들 발로 어디든 돌아다닐 수 없었으니 울며 떼를 쓰는 것으로 그쳤는데, 요즘은 쪼르르 따라나선다. 어머니께서 가끔은 얘들이 지들끼리 우리 집으로 쪼르르 와버린다고 말씀하신다. 엄마, 아빠가 어디를 가고 없으면 그런다고.
동생 내외는 밤늦게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아이들을 친정어머니에게, 혹은 대야의 고척리 시댁에 맡기고는 부부동반으로 놀러나가거나 부부가 따로 놀러나기기도 했다. 주말 저녁이면 늘 아이들을 맡겼던 것 같다. 부부가 둘이 좀 돌아가면서 아이를 보면 어떠냐고 어머니도 좀 쉬게 그만 좀 애들 맡기고 놀라고 했다가 동생에게 욕을 된통 먹었다. 젊은 부부, 아니 젋은 엄마 아이들 보는 것 때문에 우울증 있다고, 자기가 항상 그러는 것 아닌데 내가 너무 서운한 소리 한다고 말이다. 동생말이 일부는 맞다고 본다. 예전에는 육아를 대가족이 함께 했으니 아이를 키운다는 부담이 덜했을 것이고, 그것에 따른 스트레스도 덜했을 것이다. 난 그런 사정도 모르고 동생이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한다고 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문제에 대해서 부부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을 돌봐줄 어른들과도 이야기르 나누지 않은 것 같다. 당장에 아이를 봐주는 어머니께서도 기꺼이 봐주겠다고 하시는 게 아니라 둘이 모두 밤에 늦깨까지 논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이해는 하지는 않고 어쩔 수 없어서 봐주는 것 같지 보인다. 동생이 이번에 겪은 일은 어느 집이나 아이 키우면서 한두번쯤은 겪을 수 있는 흔한 일이다. 그것에 대해서 가족들이 너무 서로를 탓하거나 하지 않고 좋은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물론 아이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도 좀 이번에 일러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이야 아이가 한밤중에 엄마와 가족이 없어지는 일을 겪고 놀랬으니 다독이며 그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달래 놓아야 하지만, 아이가 위험한 일을 겪지 않다록 엄마가 집에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일러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고, 또 한글도 읽을 수 있다. 엄마가 편의점에 뭘 사러 갔을 동안에 쪼르르 혼자 나와서 엄마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기다리는 것을 가르치고 연습할 수 있을 것이다.
동생이 자신의 일이니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질 못하기에 동생에게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못했다. 엄마가 하는 일이 아이를 이뻐라 하는 것도 있지만, 아이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가르치는 것도 엄마가 할 일이라고. 편의점 갈 때 따라나서겠다고 하는 아이, 엄마 없다고 무조건 밤이고 낮이고 집을 나서서 찾아나서는 것을 하지 않게 하려면 매를 들어서라도 기어이 가르쳐 두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걸 엄마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한단 말인가.
자기 아이에게 밥먹을 때 밥안먹고 딴짓한다고 내가 좀 나무랬더니, 동생이 애를 이뻐라 하지 않고 나무라기만 한다고 내게 화를 냈다. 어디가서 남에게 자기 자식이 그런 소리 듣고 싶게 하지 않는 마음이라면 집에서 좀 제대로 자기가 가르쳣으면 좋겠다. 자기 자식은 귀하다. 그런데 남이 볼 때도 그렇게 귀하고 이쁜 자식인지는 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조카들은 이쁜데, 가끔 하는 짓이 미울 때가 있다. 어리다고 다 괜찮은 건 아니다. 예의없고, 버릇없는 것까지 이쁠 때는 잠깐이다. 아이들이 밥먹을 때는 대부분이 그렇다라고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아주 짜증이 난다. 밥때마다 밥그릇과 수저들고 따라다니며 밥 제대로 안먹고 텔레비전 보겠다고 떼쓰고 하는 아이 먹이려고 애쓰는 내 어머니(아이들에게는 외할머니) 보면 짜증이 겹쳤다. '저걸 몇살까지 하고 지낼까'하면서 말이다.
지금은 동생과 제부, 그리고 어머니가 육아를 함께하는 것 같다. 그마나 다행인 건, 동생이 울면서 와서 하소연할 때라도 있다는 것. 이런 일은 겪어본 사람이 차분히 다독이며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하는 일 같다. 처음 겪는 사람은 정신이 쏙 빠지는 일이니까. 동생이 멀리 살았다면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동생의 정신이 완전히 나갔을 것 같다. 나도 어려서 5월 5일 처음으로 영화관으로 영화보러 갔다가 같이 간 어린 동생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안에 옆에 있어야 할 동생이 밖으로 나가서 구멍가게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걸 찾았다. 그보다 더 커서는 내가 겪은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와 이모님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리 이모님 댁에 갔다가 동생이 가게에 뭘 사러 간다고 나갔다가 없어져던 일이다. 어떤 아주머니 손에 이끌려 이리역에 미아보호소를 통해서 멀리 갈뻔한 것을 찾아왔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심심한 것을 못 견디고, 이기적이고, 어른들이 걱정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번에 정민이처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서 자기가 아는 어떤 일을 해버린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럴 거라는 것을 예상하지 않고 자기 편한대로 아이가 거기에 있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쁜 것은 예쁜 것이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본성에 따라서, 본능에 따라서, 그 순간의 감정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을 예상하고, 그렇게 한다면 위험하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미리서 좀 가르쳐 두었으면 좋겠다.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지 않는 아이, (아니 그런 어들들까지 포함하여) 사람들을 보면 아주 짜증이 난다.
어른들에게는 '대체 살면서 뭘 배운겁니까?' '대체 학교에서는......?'
아이에게도 짜증이 난다. 아이 자체보다는 그의 엄마와 아빠에게, 철 안들고 그냥 이뻐하기만 하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안 가르친 어른보면 짜증이 난다. '니네 엄마는 대체 뭐하는 거니?' '도대체 어린이집에서 이 중요한 것은 안 가르치고 뭐한다냐? '더하기'하고 '영어'가 뭔 소용이냐? 지가 갖고 논 장난감하나 안치우는 것이. 아이고, 어린이집에서 뭘 가르친다고....'
그러고 보니 집에 갈때마다 동생과 아이들과 이야기꺼리가 하나씩 생긴다. 가족이란 가깝고도 멀다. 핏줄로 이어져서 가까운데, 서로의 생각은 달라 완전히 타자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낀다. 가까운 곁에서 계속 부딪히며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알게하는 분명한 남(타자).
동생의 일이라고, 아이를 찾았으니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 역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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