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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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믿음을 갖고 계속해서 밀고 나갈 때만이, 그 일이 자신이 가야 할 길로 이끌어 주는 법이지.” -나탈리 골드버그-
그래, 문제는 자기확신이었다. 매일매일 책상 앞에 앉기를 주저하는 마음을 생산해내는 존재 말이다. 그 존재는 첫 번째로 두려움을 낳았다.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게으름을 만들어내고 수 없이 많은 핑계를 만들어주었다. 해야 할 집안 일은 왜 이렇게 많은지. 청소하고 빨래 하고, 어머님 병원에 들락날락해야 하고, 매일 싱크대에 묶여서 아침, 점심, 저녁을 해대느라 정신 없게 만드는 존재.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TV프로그램을 보며, ‘그래 나는 지금 in put이 필요해’라는 위안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몇 시간씩 멍 때리며 앉아 있게 만드는 존재. 그러다 뜨뜻한 장판과 등이 만나는 날이면 나의 몸은 천하의 게으름뱅이라는 마법에 걸리게 만드는 존재.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마음을 한 가득 헤집고 돌아다니는데 나의 몸은 항상 일상에 매여 있으면서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처럼 날 위장하게 만드는 존재 말이다. 그 존재는 두 번째로는 검열관을 낳았다. 이 놈의 활동 역시 가관이다. 실력도 없고, 편견에 사로 잡혀 있으며, 목소리만 큰 미생의 ‘마부장’처럼 나의 글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비아냥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폄하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감은 물론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까지 무자비하게 짓밟을 때가 있다. 내가 아는 시어머니 중에, 또는 내가 아는 상사 중에 가장 악독한 인물이 이 검열관이다.
게으름과 검열관은 나의 확신을 갉아 먹고 산다. 이들은 나의 마음을 야금야금 먹은 후 배가 부를 때면 그 행패를 더 심하게 부린다. 나는 가끔 그들이 만들어낸 태풍에 실려 전혀 상관없는 반대 방향에 내동댕이 쳐질 때도 있다. 그 동안 내가 가져왔던 열망과 선망하며 바라보았던 그 많은 시간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면 또 기를 쓰고 내가 원래 있고자 하는 방향으로 되돌아 오는데 온 시간과 에너지를 다 쏟게 된다. 이런 일을 얼마나 반복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자기 비하를 동반하고 가끔은 우울을 동반하고, 가끔은 자신에 대한 분노, 타인에 대한 분노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 존재들은 그렇게 행패를 부린다고 해서 반성하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구석에 앉아서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잔소리를 늘어놓는 마귀할멈과 같다. 내가 TV를 보거나,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낼 때만 조용해질 뿐이다. 만약 현실에서 이렇게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버럭 성질을 내고 절교를 선언할 텐데 말이다.
또한 그 존재는 나만큼이나 질문을 좋아하기도 한다. 끝도 없이 쏟아내는 질문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내가 과연 괜찮은 글을 쓸 수 있을까?’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도 책을 쓰는 내내 이 질문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그녀라면 적어도 이런 생각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녀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저항군과 만난다고 했다. 그래서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몇 시간씩 시간을 보냈다고도 한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는다. 이런 글쓰기의 대가도 두려움과 검열관을 쫓아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들은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인정하는 것이 좋을듯하다. 암에 걸린 사람들이 암세포를 떼어 내는 수술을 한다고 해서 그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평생을 조심하며 같이 사는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도 두려움과 검열관과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을 친구 삼아 다독인다면 적어도 난동질을 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행패가 나의 열망과 비례하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괜찮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라고 다독이며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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