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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31일 02시 42분 등록


간절

 

 이재무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

놀러 와.

그러게 말이다. 그게 잘 안되네.

그녀가 말했다.

간절함이 없어서겠지.

 

인정한다. 맞다, 간절함이 없어서였다. 그녀와의 만남을 미룬 것도 꿈을 저울질하며 미룬 것도 간절함이 부족해서였다그렇다!간절함만이 깊은 인생으로 가는 힘이다. 거기에 절박함을 더하면 더할 나위 없다. 간절함이 내면의 들끓는 갈망이라면 절박함은 현실에 닥친 발등의 불이다. 이 두 가지가 만난다면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순 없으리라. 간절함은 영혼이든 현실이든 하나의 결핍이 일으키는 게 아닐까 싶다. 간절하면 우연이 도와 준다. 우연은 주술이자 신의 마음씀이다. 신이 우연의 숲 속에 그대를 데려다 놓으면 냉큼 알아채고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내 생의 의미가 되고 필연이 되고 운명이 된다. 

 

그대가 좋아하는 시인을 만난 건 우연이자 나의 간절함이었다.





IP *.12.30.103

프로필 이미지
2015.04.03 19:43:54 *.7.55.155
소파에 시체처럼 누워서 '시'를 읽는 맛도 좋군요ᆞᆢ

* 추신 : 근데 해설은 본인이 쓰시는 건가요? 해설이 더 시적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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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5 19:39:21 *.12.30.103

해설이라뇨~ 당치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해설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랍니다. 그저 제 영혼의 울림-거창하지만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과 그 시를 만난 순간의 감흥일뿐이지요. 

좋게 읽어주시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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