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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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범생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가 가족에게 남긴 것이라고는 텅 빈 방과 깊은 한숨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녀오겠다는 짧은 메모조차 남기지 않은 채 청년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부모는 사립탐정을 고용하여 그를 찾아 나섰지만 아무 단서도 찾을 수 없었고 2년 뒤, 그는 알래스카 오지에서 침낭에 싸인 채 참혹하게 말라 죽은 사체로 발견되었다. 굶어 죽은 것이었다.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Christopher McCandless)는 명문대 출신의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톨스토이와 헨리 소로우, 잭 런던의 책을 탐닉했던 그는 자연주의자들의 삶을 그대로 실천해 보기를 갈망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알래스카로 떠날 것 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던 날, 졸업복만 벗은 채 집을 나와, 자신이 힘겹게 번 돈 2만 4천 달러를 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인사도 없이 별다른 준비도 없이 속세로부터 훌쩍 떠났다.
그는 차를 숲 한 가운데 버리고는 자신의 이름을 '알렉산더 슈퍼트램프(supertramp, 슈퍼방랑자)'라고 새롭게 지었다. 차를 얻어 타고, 국경을 넘고, 걷고 또 걸었다. 농장에서 더러운 일을 하고, 맥도날드에서 패티를 굽고, 때로 노숙을 하고, 빌어먹고, 밑바닥에서 뒹굴며 2년간을 떠돌아 다닌다. 알래스카로 떠난 크리스의 수중엔 쌀 한 자루, 엽총 한 자루, 톨스토이와 소로우의 책 한 다발, 그리고 간식 몇 가지 밖에 없었다.
알래스카에 도착한 그는 버려진 버스를 발견하고 이 버스에 정착한다. 사냥과 채집으로 식량을 조달했으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렵에 대해선 책으로도 배운 적이 없는 이제 대학 갓 졸업한 젊은이로썬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두 달 만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그는 야생 생활을 청산하려고 왔던 길로 되돌아 갔지만, 자신이 그곳에 완전히 고립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름이 되자 산 위에 얼었던 눈이 한꺼번에 녹으면서 두 달 전 건너왔던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 버렸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