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승완
  • 조회 수 180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5년 5월 26일 11시 32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어느 날 중국 선(禪) 불교의 고승 운문(雲門)이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다. “보름달 이전의 날들에 대해서는 자네들에게 묻지 않겠다. 대신에 보름달 이후에 관해서 말해보거라.” 여기서 ‘보름달’은 ‘깨달음’을 뜻한다. 따라서 ‘보름달 이후’는 깨달은 이후의 삶과 존재를 가리킨다. 본질적이고 어려운 질문이다. 사람들이 말이 없자 운문이 스스로 답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로다(日日是好日).”


운문의 선배에 해당하는 남전(南泉) 선사는 제자 종심의 “도(道)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도란 평상시의 마음(平常心是道)”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도는 ‘보름달’과 같고, 도를 따르는 삶은 ‘보름달 이후’의 삶과 연결된다. 종합하면 도는 ‘평상심’이고, 도를 따르는 삶은 ‘날마다 좋은 날’이다. 무문(無門) 스님은 ‘평상심’과 ‘날마다 좋은 날’에 대해 아름다운 시를 남겼다.


“봄에는 여러 꽃, 가을에는 달,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겨울에는 눈,

쓸데없는 일, 머리에 두지 않으면

사람살이 좋은 시절로 편안하리라.”


깨달음과 행복의 관계는 생각보다 가까운 것 같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깨달음 이후에는 나날과 범사가 행복이라는데, 행복하면 깨달음도 그렇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슬람 수피즘의 신비주의 시인 사디에게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말한다.


“신을 섬기는 일에 푹 빠진 사람은 물레방아 삐걱대는 소리에도 황홀해진다.”


신 섬기는 일만 그럴까. 사랑할 때도 그렇고, 책, 춤, 그림, 요리, 글쓰기 등 자신의 일에 푹 젖은 사람도 그런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깨달음과 행복은 우리 일상과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깨달으면 행복하고, 행복하면 깨달을 수 있으며, 행복과 깨달음이 일어나는 시간과 장소는 ‘지금 여기’이다.


운문과 남전, 무문과 사디처럼 지혜로운 이들에게 흠뻑 젖을 수 있는 책이 존 C. H. 우가 쓴 <선의 황금시대>이다. 이 책은 선 불교의 역사에서 절정기를 연 위대한 선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문장은 끝이 나되 뜻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해준다. 여운이 짙은 이 책은 새벽이나 밤에 읽어야 제맛이다. 하루의 시작을 깊은 뜻을 담은 향기로운 이야기로 열면 하루 전체가 그렇게 될 것 같고, 밤에 이 책을 읽으면 하루를 그윽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불자가 아닌 내가 <선의 황금시대>를 수시로 꺼내 보고 10년에 한번씩 정독해야 할 ‘나의 고전’ 목록에 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홍승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kmc1976@naver.com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한겨레 신문에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5월 26일자 신문에 위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92777.html


IP *.34.180.24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87 내 인생의 첫 책쓰기 8기 수강생 모집합니다 file 오병곤 2015.06.21 4286
3186 <다음 메인에 연구원 3명의 이름이 나란히 뜨다!> file [2] 차칸양(양재우) 2015.06.15 2093
3185 <글통삶> 책쓰기과정 8기 모집 한 명석 2015.06.10 6147
3184 밥 먹고 잠을 자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연리지 2015.06.04 1725
» [한겨레신문] 홍승완 칼럼: 깨달음과 행복 승완 2015.05.26 1806
3182 변경연 꿈벗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젝트 티저 예고편^^ [2] 재능세공사 2015.05.25 1886
3181 구변경연 함성 사모 44차, 영남모임, 경주 경산서당 후기 file [5] 형산 2015.05.24 2885
3180 구변경연-함성 영남권 5월모임 개봉박두! 운 전 2015.05.22 1525
3179 삶의 비법 무지게 2015.05.21 1531
3178 꿈벗동문회 신임사무국장 알림 [1] 햇빛처럼 2015.05.20 1768
3177 구변경연-함성 영남권 5월 모임 공지! [1] 운 전 2015.05.14 1837
3176 [한겨레신문] 박승오 칼럼: 설거지를 하는 두 가지 방법 승완 2015.05.12 1972
3175 Huck과 함께하는 <북촌 나무 여행> file 양갱 2015.05.11 2296
3174 꿈벗모임을 잘 이끌어주실 분을 찾습니다. [8] 햇빛처럼 2015.05.06 1986
3173 당신에게도 날아든 징표들 고고수 2015.05.04 1535
3172 <에코독서방> 런칭, 1기 모집합니다~! 차칸양(양재우) 2015.05.04 1729
3171 당신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에 큐피오 2015.04.28 1629
3170 꽃잎이 날리면 외로운 사람들 진영이 2015.04.21 1729
3169 구본형 선생님께서 천상에서 보내온 편지?? 재능세공사 2015.04.14 1749
3168 [한겨레신문] 홍승완 칼럼: 나는 나를 혁명할 수 있다 승완 2015.04.14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