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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3일 07시 34분 등록


요즘은 좀 덜하지만, 일본에서 한참 <겨울연가>, <가을동화>를 비롯한 한류 드라마가 일본 아줌마들의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남자 주인공 배용준은 그야말로 황제나 다름없었죠. 어떻게 보면 한낱 외국배우에 불과한 그를, 정말 대단한 사람에게나 붙이는 극존칭인 사마(さま)’까지 붙여가며 부를 정도였으니까요. 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일본 아줌마들에게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소는 명소를 넘어 안가면 안되는 장소, 마치 성지순례처럼 성지화되었고, 남우 배용준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은 기사회되었죠. 게다가 각종 화보, 앨범, DVD 등 배용준에 관한 것이라면 지갑을 여는데 전혀 머뭇거림이 없었습니다. 만약 일본에서 법적으로 일부다처제가 허용되었다면, 배용준과 결혼하려는 일본 여자들이 최소 수천, 수만명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본 아줌마들의 이런 행태(한국 아줌마들에게서는 보기 힘든)를 보며 , 별나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 일본이구나 했죠. 일본에도 잘 생기고, 남자다우며 매력적인 남자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그렇게 배용준에게 빠지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사춘기 소녀라면 예민한 감수성과 넘쳐나는 호기심에 못 이겨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아줌마들의 도를 넘어선 듯한 행동들은 제 이성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죠. 하지만 이 글을 읽고 그럴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나를 좌불안석에서 해방시켰을 뿐만 아니라 행복하게 해주었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완전히 의존증 환자였다. 같은 드라마를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중략) 한국 드라마의 남자는 일본 남자라면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태연하고 당당하게 해치운다. 장미꽃으로 하트를 그리고,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서도 이름을 부르며, 눈이 먼 여자를 위해 목숨을 끊어 자신의 각막을 이식한다. 문득 제정신으로 돌아와 그런게 바보 같다고 여기는 건 이성이다. 이성은 모순을 허락하지 않지만 감성은 모순의 마그마다.


                                                                                                                                 -- <사는게 뭐라고>, 사노 요코 지음 --

 

 

동화작가로 유명했던 사노 요코(1938~2010)는 한국 드라마에 빠져 재산의 1/3 이상을 탕진(?)했다고 고백합니다. 배용준, 이병헌, 류시원 등을 보기 위해 무려 한 세트에 백만원도 넘는 DVD 전집을 계속해서 사들였고, 시간날 때마다 보고 또 보았다고 합니다. 돈뿐 아니라 워낙 오랜시간 드라마를 옆으로 누워서 보다보니 병까지 얻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는 사노 요코에게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죠.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아줌마다. 아줌마는 자각이 없다. 미처 다 쓰지 못한 감정이 있던 자리가 어느새 메말라버렸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서야 그 빈자리에 감정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한국 드라마를 몰랐다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인생이 다 그런거라고 중얼거리면서. 하지만 브라운관 속 새빨간 거짓말에 이렇게 마음이 충족될 줄 몰랐다. 속아도 남는 장사다.

 

 

사노 요코는 2번의 결혼, 그리고 2번의 이혼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는 24세부터 42세까지 18년간, 두 번째는 52세부터 58세까지 6년간 이었죠. 두 번의 결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고백에 의하면 결혼생활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나 봅니다. 하기사 만족했다면 이혼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죠. 그런 그녀가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된 것은 물론 일본 남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도 잘 모르고 살았던 감정, 수십년간 봉인되어 있었던 그 마법의 묘약과도 같은 감수성을 한국 드라마가 콕콕 찔러, 마침내는 그 둑이 와르르 무너지듯 감수성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완전히 적시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감전되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의 그 아찔한 경험은 24년의 결혼생활보다 더 강력했었던겁니다.

 

 

(3편에서 계속)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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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경영연구소 5기 수희향 연구원의 네 번째 책 1인 회사가 출간되었습니다. 1인 기업가로서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수희향 연구원이 이번에는 9명의 청년들과 함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자기의 길을 개척한 청년들의 창직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네요. 또한 <1인회사 청년편>의 서평단을 427()까지 모집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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