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 조회 수 148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미술이 산방의 음풍농월이 아니고 치열하기만 한 구체적 현실의 단면이거늘
이를 담을 미술관이 그리 첩첩산중에 들어서 있는 이유가 뭐냐고 곳곳에서 아우성이었다.’*
‘너무 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 개관했을 때 사람들의 불만이었습니다.
부동산을 고르는 방법에는 입지론과 적지론이 있습니다. 소점포의 입지 선정도 같은 개념에서 접근합니다. 작은 차이점이 있다면 부동산은 물건이 갖고 있는 자체의 가치와 주변과의 조화가 핵심이라면, 소점포 입지 선정은 영업 컨셉에 업종과 주인장의 캐릭터를 맞추는 퍼즐 게임과 같습니다.
창업의 시각에서 입지론과 적지론을 이해하기 쉽게 구분하자면 입지론은 점포를 고르고 그에 맞도록 영업 컨셉을 결정하는 것이고, 적지론은 자신이 생각하는 영업 컨셉에 적합한 점포를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창업이 입지론에 가깝다면, 공공기관의 건축물은 적지론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대략 맞습니다. 입지론은 영업 컨셉보다는 유동인구와 접근성을 생각하여 괜찮은 자리에 점포를 선정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휴대폰 매장이 1급지 상권에서도 네거리 모퉁이에 입점하는 경우입니다. 적지론은 자동차로 지방도로를 지나다보면 도로 한 켠에 뜬금없이 자리한 음식점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애 첫 창업을 준비하는 소점포 예비창업자에게는 적지론적 측면에서 점포를 찾을 것을 권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은 창업투자금 부담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전문점을 하고 싶다면 ‘영업 컨셉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메인 상권으로 가야 할 지 또는 주택가 이면 상권도 괜찮을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을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자신하지 마세요.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예비창업자가 되었을 때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높은 회전율을 염두에 둔 테이크 아웃 중심이라면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어야 하겠지만, 지역 주민과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슬로우 푸드 개념의 커피점이라면 동네 상권이어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것은 메뉴와도 연관됩니다. 박리다매 목적으로 주메뉴가 커피 중심이라면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번화한 상권이 적합하겠지만, 전체 메뉴에 생과일 또는 건강 차 비율이 30%만 넘어도 중심상권에서는 부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스피드를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창업 성공률과도 관련됩니다. 대한민국 자영업의 3년간 점포 유지율이 10% 미만인 점을 생각한다면 투자금은 곧 비싼 수업료로 탈바꿈 할 것입니다. 돈이 많아 비싼 수업료를 내더라도 부담이 덜 되는 예비창업자 또는 작심하고 돈으로 들이대는 황제 창업자가 아니라면, 어중간한 창업자금으로는 첫 창업에 중심상권을 피해가는 것이 상수입니다. 나중에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생각하더라도 생존전략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렇든 저렇든 결국 90%에게 이 주장은 적중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경영의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1급 상권에는 끊임없이 강자들이 들고 납니다. 실력가, 자본가, 얼굴 없는 건물주, 견제를 위한 의도적 민원, 심지어 진상손님 등 초보 창업자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습니다. 경영을 떠나서 머리에 쥐가 나 질려버릴 수 있습니다. 반면 동네 상권은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물론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는 애써 확률 높은 곳을 걸어들어 갈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초보 창업자의 경우 화려한 상권에서 창업을 꿈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폼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빛 좋은 게살구라는 말처럼 개업 3개월만 지나도 그 폼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현실로 나를 옥죄고 있을 것입니다. 빤한 경쟁은 피해가는 것이 상수입니다.
*)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효형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