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7년 9월 18일 11시 18분 등록


시기를 받는 그대에게 겸양의 괘를 알려주마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보면 사람들이 걸핏하면 죽는다. 그것도 곱게 죽지 않고 잔혹하고 참혹하게 죽는데, 죽음의 원인은 원한분노보다는 시기질투인 경우가 많음에 주목하게 된다. ‘손방투지(孫龐鬪智, 손빈과 방연이 지혜를 다투다)’라는 고사의 주인공 손빈방연귀곡이라는 뛰어난 학자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친한 선후배 사이였다. 방연이 먼저 위나라 혜왕의 장군으로 출세하였고 손빈을 위나라로 초청하였다. 그러나 방연은 자기보다 뛰어난 손빈의 재능을 두려워하고 질투하여 손빈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 결국 손빈은 두 다리가 잘리고 이마에 먹물로 죄목을 새기는 형벌을 받게 된다.

 

누구나 질투열등감을 내면에 안고 산다. 드러내기 부끄러운 감정이라 그저 누르거나 다른 감정의 가면을 쓸 뿐이다. 내면에 이러한 감정의 화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글은 많다. 그런데 그러한 감정을 품은사람 못지 않게 받는사람의 마음도 고단하긴 마찬가지다. 그렇잖아도 스트레스 많은 시대, 시기와 질투까지 받는다면 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이러한 심리적 소모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은 없을까? 있다. 아들러가 시기와 질투를 품은사람들을 위한 글을 썼다면, 시기와 질투를 받는사람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이 언급된 바 있으니 바로 주역에서 말하는 겸양의 괘가 그것이다.

 

겸양의 괘는 주역의 64괘 중, 15번째 괘로 지산겸(地山謙)’이라 하며 땅 밑에 산이 있음을 상징한다. 가장 높은 산이 가장 낮은 땅을 떠받쳐 높은 자가 낮은 데로 임하는 형상으로 겸손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은 ‘만물은 변한다’라는 뜻이다. 64괘로 상징되는 우주 질서는 길()과 흉()이 공존하면서 정--합의 무늬를 그려내며 변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사계절이 그러하고 젊고 늙는 것이 그러하다. 이렇게 길흉이 번갈아 가며 변하는 가운데 겸양의 괘는 유일하게 부정적 평가가 전혀 없는 괘라고 한다. ‘길()’의 기운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지혜의 괘인 것이다. 가진 자의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자에게 보태어 주고, 자랑하지 않고 더욱 자신을 낮출 때 모든 사람은 시기와 질투는커녕 낮은 데로 임하는 그 사람에게 감복하게 된다. , ‘나만 옳고 잘났다’는 시각을 ‘너도 나와 같이 옳고 잘났음’을 인정하여 ‘우리 모두가 옳고 잘난 존재이며, 백팔번뇌를 이고 지고 수양하는 동반자들이다’라고 생각의 폭을 넓혀 겸손해지면, 하늘, , 사람, 즉 천지인(天地人)의 기운이 나를 일으켜 준다는 거다.

 

사람은 모두 열등감의 불씨를 안에 지니고 있지만, 쥐뿔도 가진 것 없이 제 잘난 맛에 사는 것도 우리 인간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그 잘난 맛 때문에 잘나지도 않았는데 시기와 질투를 받는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과연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 겸양을 실천할 수 있을까. 물론 어렵다. 실천의 경지는 아마도 지구인 중에는 4대 성인 정도 되는 분들이나 닿을 수 있는 경지일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실천은 못해도 말에라도 겸양을 담자.

 

요새 사업이 좀 어때?’라는 질문에 장사 안 된다고 우는 소리를 할 필요도 없지만, 대박이라고 자랑할 일도 아니다. “그냥 먹고 살아요가 모범답안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겸양의 괘를 달리 표현한 삶의 지혜이다. 묻는 이는 날씨를 묻듯 별다른 생각 없이 묻는 것이다. 진정 그대의 밥벌이가 걱정되어 묻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자랑하지 말고 겸손하게, 자신을 높이지 말고 진심을 담아 오히려 남을 추켜 세우자.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어 입이 근질거리는 일이 생겼다면 애써 입을 닫자. 모처럼 생긴 좋은 일이 하강곡선을 타지 않고 계속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 겸양의 괘를 떠올리자. 길흉이 반복되는 우리 인생, ‘겸양의 괘는 우리 머리 위 길한 여신이 떠나는 것을 붙잡을 수 있는 하나의 지혜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시기를 받는 그대, 잘나가는 그대 또는 제 잘난 맛에 사는 그대에게 겸양의 괘를 알려주었다. 진정 자랑하고 싶다면 그저 장기하의 별 일 없이 산다를 불러라. 다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이의 마음으로 그저 속으로 혼자 부를 일이다. 그대의 인생이 뜻대로(如意)’ 순조롭게 펼쳐지게 하는 마법의 여의주는 바로 겸양의 괘에 있으니 말이다.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애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번 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 거다

그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 거다

하지만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가 즐거웁다

매일매일 신난다

 

-       장기하,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아래 노래 링크 걸었어요. ^^

https://youtu.be/RAcKxh8CPNY

 

 지산겸.gif

IP *.18.187.152

프로필 이미지
2017.09.18 12:42:36 *.226.22.184

열등감이 시기가 많은 사람이 진짜로 위험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7.09.18 14:19:08 *.18.187.152

날 조심해요. 쏭스의 비주얼을 질투하니께 ㅋ

프로필 이미지
2017.09.18 14:26:44 *.75.253.245

"누구나 ‘질투’와 ‘열등감’을 내면에 안고 산다" 시작부터 '쿵'하고 와 닿네요 ㅠ 


그러고 보면 '질투'와 '열등감'은 '성취욕'과 '명예욕'과 많이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주역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겸양의 괘 (지산겸) 역시, 


위로는 나를 알리고 남들에게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샘 솟아도 '땅'의 기운으로 위에서 아래로 누르고, 


아래로는 자꾸만 주눅들고 남들과 비교하며 낮아지는 자존감을 '산'의 기운으로 아래에서 위로 북돋아야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7.09.18 14:37:44 *.18.187.152

네, 저도 주역은 잘 모르지만 '지산겸'이 형상도 매력적이고 의미도 좋더라구요. 

정욱씨 해석도 진짜 좋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7.09.19 08:51:18 *.124.22.184

리아씨 칼럼보니 주역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지네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프로필 이미지
2017.09.20 11:24:57 *.18.187.152

뭔가..실마리를 잡고 들어가면 결국은 주역에 이르는 거 같아요. 그래서 다들 결국은 주역을 공부한다던데..저도 호기심은 있으나..과연 그 날이 올 지는 ㅋ  

프로필 이미지
2017.09.20 00:08:54 *.222.255.24

질투와 열등감이 나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난 위험한 사람이었군요. ㅋ

프로필 이미지
2017.09.20 11:26:17 *.18.187.152

질투와 열등감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파괴력이 되느냐 창조력이 되느냐일 건데

수정씨는 창조력과 함께 안전한 사람이쟎아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2 칼럼 #19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다 1편 (정승훈) [3] 정승훈 2017.09.16 1069
451 칼럼 #19 일상 속의 역설적인 행복_윤정욱 [3] 윤정욱 2017.09.18 1033
450 #19 - 소원을 말해봐(이정학) [5] 모닝 2017.09.18 1038
449 #19. 가을 추수 [4] ggumdream 2017.09.18 1044
» (보따리아 칼럼) 시기를 받는 그대에게 '겸양의 괘'를 알려주마 file [8] 보따리아 2017.09.18 1410
447 <뚱냥이칼럼 #19> 뚱냥이 에세이 - '마당 넓은 집' 외 1편 [4] 뚱냥이 2017.09.18 1057
446 생각을 공존을 위해 [3] 송의섭 2017.09.18 1017
445 #19 개와 고양이에 관한 추억_이수정 file [8] 알로하 2017.09.18 1064
444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뚱냥이 2017.09.24 1013
443 9월 오프수업 후기 -삶의 대가들(정승훈) 정승훈 2017.09.25 1067
442 (9월 오프수업 후기) 저자와의 만남에서 갈피를 찾다 보따리아 2017.09.25 1036
441 9월 오프모임 후기 file 송의섭 2017.09.25 1028
440 '17년 9월 6차 오프수업 후기 (윤정욱) 윤정욱 2017.09.26 1048
439 9월 오프모임 후기- 가을을 타다 [1] ggumdream 2017.09.26 1058
438 9월 오프모임 후기_이수정 알로하 2017.09.26 1029
437 9월 오프모임 후기_모닝이 묻고 그들이 답한다(이정학) file [1] 모닝 2017.09.26 1025
436 <뚱냥이칼럼 #20> 제자리에 놓으세요 [2] 뚱냥이 2017.09.30 1104
435 칼럼 #20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다. 2편 (정승훈) [2] 정승훈 2017.10.01 1071
434 #20 눈물 젖은 밥을 먹어보지 않은 자, 여행을 논하지 말라_이수정 [1] 알로하 2017.10.02 1130
433 #20 - 영웅을 떠나보내줘야 하는 이유 [2] 모닝 2017.10.02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