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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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배한봉
벌레 한 마리 나뭇잎을 갉아먹고 있다
바람 불고 잎들이
뒤척거린다
그 아래 잎들의 신음이 쌓여
그림자가 얼룩지고 있다
산책 나온 아침, 눈이 동그래진다
나뭇잎에 허공 길이 뚫리고
거기 헛발 디딘 햇빛
금싸라기를 쏟아 세상이 다 환해진다
아, 나뭇잎 허공
벌레 먹은 이 자리가
우화를 기다리는 은유의 길이라니,
허공에 빠진 내 생각 뜯어먹으며
또 살찐 벌레 한 마리 지나간다
배한봉,『우포늪 왁새』, 큰나,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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