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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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부담스럽다.
얼굴은 놀랄 만큼 유연한 물체다
다른 사람들은
내 얼굴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그들도 가끔 나를 만나게 되면
내가 지난번에 만난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까?
아니면 지금 이 사람이
20년, 30년 전부터 알기 시작한
그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까?
내가 일상의 여울 속에서,
그 작고 미세한 감정의 파도들이 쌓아놓은
퇴적물로 화장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화장품 가운데 으뜸은 역시 세월이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지음, 휴머니스트,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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