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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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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4일 08시 44분 등록


(이번주는 #따로_또_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필진이 같은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3월은 봄이 시작되는 날이죠? 그래서 주제도 <출발_시작하다>로 잡았습니다.

오늘 편지는 마음편지 릴레이 3월프로젝트의 마지막 편입니다. 

다음 프로젝트는 5월에 다시 이어집니다.)


 

'초심初心'을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초심이라고 하면 맨 처음 가졌던 마음입니다. 어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그에 대해 지녔던 순수한 열망, 의도, 마음가짐 등이죠.  초심은 아무데나 쓰이지 않습니다. 삶에서 어떤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사건이나 중요한 계기에 '초심'이 등장합니다. 첫 출근하던 날, 처음으로 혼자 무언가를 해본 날, 독립하던 날, 인생동반자를 만난 날… 이 초심, 첫 마음이라고 하는 것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습니다.  뭔가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해나가던 그 첫 마음엔 어떤 자각이 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뭔가가 되고 싶다 혹은 하고싶다는 순수한 열망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찌됐든 해보겠다는 패기도 있죠.  


저는 '초심'하면, 늘 생각나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2001년 겨울, 유난히 폭설이 많이 내렸던 그해 겨울은 제게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첫째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신분이 바뀌었고,

둘째 난생처음 혼자 무전여행을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합격발표가 나고 빈둥거리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려면 이전과는 다른 뭔가를 해야합니다. 뭘 할까 하다, 우연히 서점에서 영남대로 옛길을 따라 도보여행을 한 책을 봤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당장 그 책을 사서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영남대로는 서울 남대문에서 부산 동래성까지 이어지는 천리길로, 오랫동안 사용됐던 옛길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50km이니, 하루에 30km씩만 걸으면 보름이면 도착하겠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전까지 10km도 걸어본 일이 없었기에 30km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지만, 그냥 하루 종일 걸으면 뭐 되지 않겄나, 싶었죠. 제게 없는 건 방향감각과 신발이었을 뿐, 패기는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25만분의 1 전국지도와 동대문에서 싸구려 등산화를 산 뒤, 옷가지 몇 가지를 챙겨 며칠 후 출발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무식해서 용감했던 겁니다.


당장 첫날부터 어려움이 찾아왔습니다. 첫날 밤 9시가 다되도록 마땅히 묵을 곳을 찾지 못해 계속 도로를 걸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예전에 무전여행을 했다는 주유소 사장님의 호의로 잘 곳은 마련했습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다음날도 어디에서 자야 할지, 오늘은 어디에서 먹을 것을 해결할지, 내내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어서 경찰서에서도 자고, 마을회관에서도 자고, 절에서도 자고, 칼국수집에서도 자면서, 여러분들의 호의와 도움으로 하루하루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러다 정말 큰 일이 생겼습니다. 첫날부터 새신발에 쓸려 발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며칠만에 물집이 온 발에 잡혀 걷기가 힘들어졌던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발톱이 빠지면서 더 이상 걸어가는 일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정말 너무 아프더군요. 온 다리는 시퍼렇게 멍들고, 발은 물집으로 형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포기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이제 겨우 1/3 정도 왔는데 이 발로 더 이상 가는 게 무리였기 때문입니다. 집에 갈까, 어떻게 할까, 종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 마음 속엔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뜻을 세워 나섰는데, 힘들다고 도중에 포기해버리면 앞으로 이런 위기를 맞았을 때 또 그만둘지도 모른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던가? 아무리 힘들어도 처음부터 지는 역사를 만들 순 없다.'  


하지만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죠. 그때 길 가에 세워진 자전거를 봤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습니다. '그래, 걷지 못하면 자전거로 가면 되지!' 그길로 버스를 타고 서울 집으로 돌아가, 자전거를 가지고 걸음을 멈춘 그 지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도보가 아닌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자전거로 가니 훨씬 더 빨리 갈 수 있었고, 그리하여 출발한지 열흘만에 영남대로가 끝나는 부산 동래성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온갖 생쑈를 다하며 열흘 간의 무전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제가 얻은 건 말로 다 하지 못할만큼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컸던 건 '자신감'을 얻은 겁니다.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얻은 그 자신감이 이후 20년을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무전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오던 길, 그 때 가슴이 터질정도로 벅찼던 마음을 아직도 느낍니다. 내게도 빛나는 뭔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첫번째 경험이었습니다.


19살의 제가 먹었던 첫 마음은,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나 길이 생긴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그때를 기억하면 아직도 힘이 납니다.

힘들다고 느낄때면 언제나 그때의 마음을 꺼내며 마음을 다집니다. 


성공하려면 3가지 마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초심, 열심, 뒷심입니다. 그중에서 으뜸은 초심입니다. 무엇을 하겠다고 내었던 그 첫 마음에는 우리가 평상시에는 가지지 못한 순수함과 의지가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도끼를 갈아 바늘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초심엔 인생을 좌지우지할만큼 중요한 보물들이 묻혀져 있습니다. 여러분의 '초심'에는 어떤 보물이 묻혀져있는지 궁금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봄날,

나의 초심을 떠올리며, 그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건 어떠신가요?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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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6 17:53:45 *.169.227.25

지꾸 핑계 거리가 많아지는 요즈음의 저에게 좋은 교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반성하고 태도를 다시금  정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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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0 10:10:24 *.181.106.109

만물이 시작하는 봄날은, 초심을 세우기도 좋은 때입니다.

이 글도 요즈음의 저를 돌아보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같이 정립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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